[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은행(BOJ)이 30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까지 올렸지만, 엔화 약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달러당 155엔대에 머무는 환율은 일본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2026년에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재정 지출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시장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일본 내외 금융시장에서는 오히려 경계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6년을 앞둔 일본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는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 재정 노선이 과연 '신뢰 가능한 성장 전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첫 번째 시험대는 BOJ의 금리 정책이다. 2026년에도 BOJ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며, 금리를 결정할 금융정책결정회의는 1월, 3월, 4월 등 연 8차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은 경기 둔화를 우려하며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이다. 만약 시장이 "BOJ가 더 이상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엔저가 한층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일본 정부와 BOJ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가타야마 사츠키 재무상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은 '과도한 환율 움직임'에 대한 경계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두 번째 리스크는 재정 규율 완화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존의 단년도 기준 기초재정수지(프라이머리밸런스) 흑자 목표를 사실상 완화하고, 수년 단위 평가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가 채무 비율(GDP 대비)을 새로운 관리 지표로 삼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유연성'으로 받아들여질지, 아니면 '규율 후퇴'로 인식될지다.
당내에서는 "확장 재정이 마냥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당내 재정 보수파를 중심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장기금리가 급등하고, 결과적으로 정부의 신용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권의 정치적 기반이 약하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0월 자민당 총재선거 결선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을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집권에 성공했다. 특히 국회의원 표에서는 4표 차에 불과해 '약한 기반의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 정책을 놓고 당내 갈등이 심화하면, 정권의 불안은 곧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 신뢰를 지탱할 구체적 성장 전략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엔화 가치 하락과 금리 급등의 악순환이 현실화할 위험이 있다.
결국 일본이 직면한 질문은 명확하다. 고금리와 확장 재정을 병행하면서도 시장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엔저가 이어지는 한, 일본 경제 정책은 계속해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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