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국제 이슈는 무엇이 벌어지느냐보다, 누가 결정권을 쥐고 어떤 환경에서 집행하느냐에 더 주목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새 의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후반부를 가를 중간선거, 인공지능(AI)의 확산, 지정학 리스크 관리, 그리고 관세 권한을 둘러싼 사법 판단까지. 2026년을 관통할 다섯 가지 키워드를 짚어본다.

① 캡틴, 나의 캡틴(Captain)
: 연방준비제도의 새 선장은 누구인가
'오 캡틴, 나의 캡틴(Oh Captain! My Captain!)'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이 키팅 선생님에게 바치는 호칭으로, 존경과 연대, 그리고 '우리의 선장'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2026년 국제 뉴스에서 이 문장은 보다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올해 5월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이후 지명될 새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진정 이후 처음 맞는 '본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을 설계해야 할 인물이다. 금리 인하라는 방향성은 이미 정해졌지만, 그 속도와 폭, 그리고 시장과의 소통 방식은 새 의장의 판단에 달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차기 의장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성장과 고용을 우선하는 통화정책이다. 시장 역시 금리 인하라는 큰 방향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인하의 속도와 폭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2022~2023년의 초고속 긴축, 2024~2025년의 점진적 완화 국면을 지나 2026년에는 '소심한 비둘기(dovish but cautious)'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담한 추가 인하보다는, 인플레이션 재확산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완만한 완화를 유지하고 명확한 정책 가이던스를 제시하길 바라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비슷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소폭의 추가 인하 여지는 남겨두겠지만, 물가가 2% 목표에 완전히 안착하기 전까지는 실질금리를 플러스 영역에 유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모간스탠리는 완화 국면 말미의 소규모 인하가 연준의 정책 여지가 사실상 바닥에 근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간 체이스 역시 점도표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을 통해 인하 경로를 일정 부분 전진 배치하되, 총 인하 폭과 속도에는 분명한 상한을 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경제가 예상 경로를 따를 경우 제한적인 추가 인하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물가와 금융 안정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병행할 것이란 관측이다.

문제는 새 의장이 백악관의 압박 속에서도 물가 안정과 정책 신뢰성이라는 연준의 전통적 책무를 어디까지 지켜낼 수 있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지명할 방침이며,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는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거론된다. 그는 대표적인 '트럼프 사람'으로 분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새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금리를 더 빨리, 더 많이 내리길 원한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해싯 위원장 역시 연준의 독립성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혀왔지만, 감세·규제 완화와 함께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성장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소신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시장에서는 해싯이 지명될 경우 백악관과 연준 사이의 '친화적 공조'가 강화되는 대신, 정치 주기와 선거 일정이 통화정책에 더 깊이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정과 통화 정책이 동시에 확장 기조로 쏠릴 경우 단기 성장률은 끌어올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재점화와 달러 신뢰 훼손이라는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경고다.
인준 청문회와 취임 직후 첫 기자회견은 차기 의장이 '트럼프 친화적 캡틴'인지, 아니면 '독립적 캡틴'인지를 가늠하는 상징적 장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 백악관의 압박, 시장의 기대, 그리고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세 축 사이에서 어디까지 손을 잡고, 어디서 선을 그을지가 새 의장의 정치적 운명과 연준의 신뢰도, 나아가 2026년 글로벌 금융시장의 항로를 동시에 시험하게 될 것이다.

② 도널드 덕(Duck)?
: 트럼프 2기 후반부를 좌우할 중간선거
202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후반부의 권력 지형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느냐, 상원만 유지하느냐, 혹은 둘 다 내주느냐에 따라 백악관의 입법·예산·외교 레버리지는 크게 달라진다. '도널드 덕'이라는 표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을 함축한다.
오는 20일이면 트럼프 2기 정부는 출범 1년을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사전에 레임덕은 없다"며 3선 가능성까지 언급해 왔지만, 미국 정치 지형은 그의 자신감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광범위한 관세 정책은 생활물가를 끌어올리며 지지율 하락의 직격탄으로 작용했고, 지방선거와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되던 지역의 보궐선거에서도 균열이 확인됐다. 중간선거는 트럼프 재집권 2년 차의 최대 정치 시험대로 부상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MAGA) 진영 내부에서도 균열 조짐이 뚜렷하다. 도화선은 '엡스타인 파일' 논란이다. 대선 과정에서 "파일을 전면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음모론 성향이 강한 지지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법무부가 접대 명단의 존재를 부인하고, 엡스타인 사망 전날 교도소 CCTV 영상이 편집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트럼프마저 진실을 숨긴다'는 불신이 확산됐다.
여론조사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공화당 지지층 상당수가 엡스타인 관련 자료의 전면 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조차 공개적으로 거리 두기에 나섰다. 강경 우파의 상징으로 꼽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이 공개 비판에 나선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일은, 마가 진영 결속이 이전과 같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법무부는 의회의 관련 법 처리로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했지만, 제한적으로 순차 공개되고 있어 정치적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핵심 변수는 '감당 가능한 생활비(affordability)'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는 것도 생활비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도는 올여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고, 공화당 지지층 내 지지도 역시 눈에 띄게 약화됐다. "오늘 중간선거가 치러진다면"이라는 가정 질문에서 민주당이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서는 조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기류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농산물과 식료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철회하며 물가 부담 완화에 나섰지만, 관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 체감 물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소비자신뢰지수는 연말로 갈수록 약화되고 있고, 공화당은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와 뉴욕시장 선거 등에서 잇따라 패배하며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되던 지역에서조차 득표율 격차가 크게 줄어든 점은 당 안팎에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시간이 트럼프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가 안정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이미 굳어진 '비싸진 생활비'에 대한 유권자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핵심 지지층의 결속이 흔들리는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의 정치적 부담을 함께 감수하려는 움직임은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2026년 중간선거는 트럼프에게 남은 임기 절반을 결정짓는 분수령이다. 상·하원 중 하나라도 주도권을 잃는 순간, 정책 추진력은 물론 당내 장악력까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③ 인공지능(AI)의 침투력은
: 버블 논란에도 AI의 침투는 깊고 넓어진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버블이냐 아니냐' 논쟁과 별개로, 기술의 침투는 일상과 산업 현장에서 이미 임계점을 넘고 있다. 2026년에는 생성형 AI가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검색엔진,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각종 구독 서비스에 기본 기능처럼 내장되면서 개인 비서·맞춤형 학습·헬스케어 코칭이 생활 습관 수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AI 기업들 사이의 인재·투자 경쟁은 '총력전' 국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톱티어 AI 연구자·엔지니어는 연간 300만~700만달러 수준의 보상을 받는 사례가 흔해졌고, 일부에게는 1,000만달러를 웃도는 패키지가 제시된다. 경쟁사 이탈을 막기 위해 100만~150만달러 규모의 잔류 보너스와 수천만달러대 스톡옵션, 신규 채용자에 대한 베스팅 클리프 폐지 같은 파격 조건이 동원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오픈AI와 애플의 AI 부문에서는 2025년 들어 핵심 인력들이 잇따라 빠져나가고 있는데, 메타플랫폼스가 이들을 흡수하는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애플 인공지능·로보틱스 담당 리더와 다수 연구자가 메타의 '슈퍼인텔리전스 랩스'로 옮겼고, 일부는 오픈AI·앤트로픽으로 이동하면서 이른바 'AI 브레인 드레인'이 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인프라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 등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는 2024년 이후 AI 데이터센터와 GPU 등 인프라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 2024년 한 해에만 4사 합산이 약 2천억달러에 근접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일부 월가 리서치는 이들(또는 오라클을 포함한 5개사)의 연간 합산 CAPEX가 2025년 3천억달러 안팎, 중기적으로는 그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기업 간 M&A·'몸 사기' 경쟁도 한층 노골적이다. 메타는 2025년 말 싱가포르 기반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매너스(Manus)를 20억~30억달러 수준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소비자·기업용 범용 에이전트 사업을 키우기 위한 '인재+기술' 패키지 확보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의 자산과 지식재산(IP)을 약 200억달러에 사들이고 핵심 경영진과 엔지니어를 '통째로' 영입하는 계약을 체결해, 추론(inference) 분야에서의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의 채택 속도 역시 가파르다. 골드만삭스가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이미 37%가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에 도입했으며,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S&P500 기업의 약 47%가 생산성·효율성 맥락에서 AI를 직접 언급했다.
④ 지정학적 위험의 관리 구간(De-Risking)
: 4월 미중 정상회담, 우크라이나 전쟁 등
2026년 국제 정세의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de-risking)'에 가깝다. 전략 경쟁과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위험을 전면 확산시키기보다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묶어두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해다.
오는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은 관계 전환의 신호탄이라기보다, 위험 관리의 최소선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은 기술·안보 경쟁을 전제로 하면서도 공급망·기후·금융 안정 등 충돌 비용이 큰 영역에서 완충 장치를 복원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시장에서도 관세 철회나 '빅딜'보다 반도체·희토류·배터리 등 전략 품목을 둘러싼 충돌 관리 규칙이 얼마나 명확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완전한 종전'보다는 정전선 또는 평화협정의 윤곽이 논의되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영토 문제가 핵심인데, 어떤 형태로든 교전 강도가 낮아지면 에너지·곡물 시장에 붙어 있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중동, 인도·태평양, 한반도, 대만해협 등 다른 전선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면 충돌 가능성은 낮추되 국지적 긴장과 국지적 완화가 교차하는 '다층 리스크' 환경이 상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글로벌 기업과 금융시장에 '안정'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불안정성'을 전제로 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뜻에 가깝다.
서방 국가들은 이미 '디커플링'이라는 표현을 사실상 접고, 전략 품목에 한정한 공급망 분산과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디리스킹' 전략을 제도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비용 상승과 규제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한 번의 결단으로 끝나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지정학을 상수로 둔 장기 조정 국면에 들어선 셈이다.
⑤ 그밖에…상호관세의 운명(Fate)
: 연방 대법원의 관세 판결
트럼프 2기 통상정책의 핵심 카드인 '상호관세'는 올해 법정의 시험대에 오른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나 안보를 이유로 광범위한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의회의 통상·관세 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권한 위임인지 여부를 둘러싼 사건들을 심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구두변론을 마친 만큼, 이르면 1~2월, 늦어도 여름 휴정 전인 6월 말까지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쟁점은 단순한 관세율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권한의 범위, 의회의 통제력, 그리고 미국 통상정책이 얼마나 '정치화'될 수 있는지를 가르는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기와 2기를 거치며 관세를 외교·안보·산업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뿐 아니라 국내 정치 메시지 관리 수단으로도 관세를 적극 사용해 왔다는 평가다.

대법원이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을 인정할 경우, 관세는 향후에도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상시적 협상 수단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통상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낮아지는 대신, 행정부의 재량과 속도는 대폭 강화된다. 글로벌 기업과 교역국 입장에서는 관세 리스크를 구조적 변수로 전제한 경영 전략이 불가피해진다.
반대로 대법원이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제동을 걸 경우, 이미 부과된 관세의 정당성과 환급 문제, 의회의 통상 권한 회수 움직임, 동맹국과 교역국의 대응 조치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또 다른 변곡점이 형성될 수 있다. 이 경우 '상호관세'라는 정치적 구호는 법적 한계를 의식한 보다 정교한 산업·품목별 관세 전략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법원 판결의 정치적 파급력도 작지 않다. 관세 권한이 제한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드라이브는 의회와의 협상 국면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고, 이는 정책 속도와 강도를 동시에 낮추는 요인이 된다. 반대로 권한이 유지될 경우 관세는 중간선거 국면에서 다시 한 번 강력한 정치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