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축 분양가 급등·지방 침체 고착
'똘똘한 한 채' 관심·중요성 확산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올해 부동산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잦은 규제 변화 속에서 서울·수도권의 분양가 급등과 지방의 미분양 적체라는 극심한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을 노출하며 양극화의 정점을 찍었다.

◆ '풀었다 묶었다' 토허구역 논란… 시장 혼선만 생겨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월 13일, 2020년 이후 5년간 유지돼 온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일부 해제했다. 토허제가 재산권 행사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데다, 토지 거래를 법적으로 묶는 방식이 장기적인 집값 안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해제 직후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매도 호가가 급등했다. 2월 둘째 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주간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지역은 11곳에 불과했지만, 이달 둘째 주에는 23곳으로 늘었다. 거래량도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주간 거래량이 1000건에서 2000건으로 늘어나는 데 13주가 걸렸던 반면, 최근에는 불과 4주 만에 두 배로 뛰었다.
투기성 거래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서울시는 한 달 만에 토허제를 재도입했다.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아파트 약 2200개 단지, 40여만 가구를 다시 토허구역으로 묶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집값 상승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시장에 남은 혼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 시장은 "앞으로 토허구역을 포함한 주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때 주택시장과 거시경제 동향을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하겠다"며 "정확한 판단과 예측으로 시민의 경제와 일상을 정교하게 지키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정책 신뢰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오쏘공'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고,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정 지역의 입지 우수성만 부각시킨 조치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잠시 진정되는 듯했던 서울 집값은 다시 '한강벨트'로 불리는 마포·성동구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6월 넷째 주 마포구와 성동구의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각각 0.99%, 0.98%로,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통계를 공표한 201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정부는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토허구역을 대폭 확대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이자 토허구역으로 묶는 강수를 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규제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재산권 제약이라는 부담이 따르지만, 일부 지역만 지정할 경우 규제 회피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토허구역은 거래 자체를 제한하는 가장 강력한 규제 수단인 만큼 정책 신호의 일관성이 중요하지만, 해제와 재지정이 반복되면서 시장은 규제의 취지보다 '다음 정책 발표 시점'을 먼저 계산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추가 공급 대책과 함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토허구역 해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입주 물량 부족과 기준금리 인하 기조, 풍부한 유동성 환경에서 공급 대책만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 수도권 신축 국평 '15억 시대' 개막…분양가 기준선 이동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가격 레벨이 한 단계 올라섰다. 서울을 중심으로 이른바 '국민평수'로 불리는 전용 84㎡ 분양가가 15억원을 넘는 사례가 잇따르며 '국평 15억원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2025년 11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에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사상 처음으로 50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6월 4000만원 선을 돌파한 이후 1년 5개월 만에 1000만원이 추가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분양가는 3.3㎡당 2004만2000원으로, 서울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고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서울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자 25만7672명 가운데 서울 청약자는 8만3709명으로 전체의 32.5%를 차지했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서울·경기·인천 청약자는 15만4921명으로 전체의 60.1%에 달했다.
분양가 상승 흐름은 서울을 넘어 경기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 집계 결과, 올해 과천시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5992만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안양(3057만원), 수원(3164만원), 구리(3122만원) 등도 3000만원 선을 넘어섰다. 2020년과 비교하면 과천은 3613만원 올랐고, 수원·구리·김포·안양 등 다수 지역이 1000만원 이상 급등했다.
실제 분양 현장에서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15억원을 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과천 '프레스티어자이'는 3.3㎡당 6275만원에 분양되며 84㎡ 분양가가 21억원을 웃돌았다. 수원과 광명, 안양 등에서도 15억원을 넘는 단지가 등장하며 고분양가 흐름이 경기권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서울 집값 부담이 커지자 수요가 경기권으로 이동했고, 서울과 인접한 지역일수록 가격 상승 압력이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장선영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분양가 상승은 수요자의 부담을 키울 뿐 아니라 건설사의 수익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고분양가와 미분양 위험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 수도권·지방 양극화 심화…'똘똘한 한 채' 집중 흐름 강세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수도권 핵심지는 거래 회복과 가격 방어가 동시에 나타난 반면, 지방은 매매와 청약 시장 모두에서 부진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12월 중순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누적 기준 5.75% 상승했다. 이는 다음 해 급등의 전조로 평가됐던 2019년(4.17%)보다 높은 수준이다. 상승세를 주도한 지역은 서울로, 연간 누적 상승률이 12%를 웃돌았다.
서울 이외 지역에선 잠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5대 광역시는 0%대 초반에 그쳤고, 기타 지방은 오히려 하락세를 나타냈다. 17개 시·도 가운데 상승 지역은 서울·세종·울산·경기·전북·부산·대구 등 7곳에 불과했다. 시장에서는 실질적인 상승 지역을 서울과 세종 정도로 한정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과 비서울 지역이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초양극화 흐름"이라며 "과천이나 분당·판교 등 일부 경기 상급지는 서울 흐름을 따라갔지만, 6·27 대책과 10·15 대책 이후 상승 온기가 확산되는 경로가 차단됐다"고 분석했다.
가격 양극화는 서울 내부에서도 심화됐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상위 20% 평균 가격은 34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새 상승률은 20%를 웃돌았지만, 하위 20% 평균 가격은 1%대 상승에 그치며 격차가 빠르게 벌어졌다. 이에 따라 서울 내 상·하위 가격 배율은 6배 후반대로 확대됐다.
전국 기준으로 보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전국 아파트 하위 20%(1분위) 평균 가격은 1억1519만원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상위 20%(5분위) 평균 가격은 같은 기간 27억2539만원에서 34억원을 넘어서며 7억원 이상 뛰었다. 전국 하위 20% 대비 서울 상위 20% 아파트 가격 배율은 지난해 23.4배에서 올해 29.9배로 확대됐다. 서울 상위 20% 아파트 한 채 가격으로 전국 하위 20% 아파트 약 30채를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청약시장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7.20대 1로, 2022년(7.37대 1) 이후 3년 만에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수도권은 10.07대 1을 기록한 반면, 지방은 4.53대 1에 그치며 경쟁률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1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지가 속출했다. 미달 지역이 없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지역 간 양극화가 한층 심화된 셈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규제가 집중된 지역에서 오히려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정책의 역설이 나타났다"며 "거래량은 줄었지만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