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내년 미국 진출 40주년을 맞는 현대자동차가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986년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국내 첫 전륜구동 승용차 '엑셀'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진출 첫해 16만대, 이듬해 26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지만, 초기에는 품질 관리와 정비망 부족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흔들리는 위기도 겪었다.

전환점은 '품질 경영'이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품질·안전·성능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체질 개선에 나섰고, 1999년 '10년·10만마일 보증수리(워런티)'라는 파격적인 AS 전략으로 품질 이슈를 정면 돌파했다. 이후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품질과 신뢰를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적과 대외평가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 안전 평가에서 총 21개 차종이 TSP+ 및 TSP 등급을 획득하며 2년 연속 '가장 안전한 차' 최다 선정 기록을 세웠다.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J.D.파워의 '2025년 신차품질조사(IQS)'에서도 글로벌 17개 자동차그룹사 가운데 가장 우수한 종합 성적을 거뒀다. 소비자들이 구매 판단의 핵심 지표로 삼는 안전·품질 평가에서 성과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품 경쟁력도 강화됐다. 현대차그룹은 4년 연속 '세계 올해의 자동차(WCOTY)'에 선정됐고, 미국 유력 자동차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정주영 창업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 등 3대 경영진을 글로벌 자동차산업 발전에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로 꼽았다.
정의선 회장 역시 "정주영 창업회장의 고객 중심 철학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안전·R&D 신념이 현대차그룹의 경영철학에 깊이 각인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판매 흐름도 탄탄하다. 현대차는 올해 1~11월 미국에서 89만6000여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연간 최다 판매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국면에서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대신 현지 생산 확대와 판매 믹스 조정으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현지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조지아주에 최첨단 제조 혁신 거점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열고 미국 생산 120만대 체제 구축에 착수했다.
2028년까지 자동차·부품 및 물류·철강·미래 산업 등 주요 분야에 2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전기차 보조금 종료라는 변수에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를 통해 선택지를 넓히며 위기 대응력을 드러냈다.
다만 과제도 뚜렷하다. 한미 협상 타결 이후에도 남아 있는 15% 관세 부담,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 및 보조금 환경 변화, 자율주행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경쟁은 현대차가 넘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미국이 최대 수출 시장이자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의 핵심 교두보라는 점에서, 현대차가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40주년 이후'의 성장 서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