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인공지능(AI) 설비투자 자금줄이 '가뭄' 기미를 드러내고 있다. 채권을 발행해도 소화할 투자자가 부족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매수 의향은 줄었고 최대 수요처인 보험사들은 보유 한도가 가득 찼다.
JP모간이 상업용부동산담보증권(CMBS)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내년 데이터센터 관련 채권 발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채권 매수 의향은 줄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 비중은 16%에 그쳤고 절반가량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축소할 방침이라고 했다. 공급은 늘어나지만 수요는 정체하거나 줄어드는 구도가 전망된 셈이다.

기업의 신용으로 발행되는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는 매수 여력 자체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빅테크들은 AI 설비투자용 자금 마련을 위해 장기 회사채를 발행해 왔다. 하지만 관련 물량의 최대 흡수처인 보험사들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보유 한도에 다다르고 있다고 한다.
TD시큐리티스에 따르면 핵심 매수 주체인 생명보험사들의 보유량이 자체 설정한 '발행사별 집중도 한도'에 근접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집중도 한도란 위험 분산 차원에서 단일 기업 채권을 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통상 AA 등급 발행사는 자산 대비 1.5~3%, A등급은 1~2%, BBB등급은 0.5~1% 수준에서 상한선이 설정된다. TD시큐리티스의 한슨 미켈센 크레딧 전략가는 "기술 업종의 채권 발행 공급이 워낙 많아서 일부 기업은 이미 생보사의 집중도 한도를 초과했거나 곧 초과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기술기업들이 사모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공개 시장의 수급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켈센 전략가는 이같은 전망에 회의적이다. 사모시장은 유동성이 얕아 오히려 집중도 한도가 더 '타이트'하게 적용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빅테크를 비롯한 AI 인프라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전환점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요상의 제약으로 예전처럼 채권 발행을 통해 원하는 만큼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판단 떄문이다. 금리 스프레드는 확대되고 투자자 확보 경쟁은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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