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문화적 정취를 빛나게 하는 술 난릉미주
'튤립향이 나고 호박광을 뿜어내는 아름다운 술'
이백 '세상에서 가장 기분좋게 취하는 술' 격찬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산둥성 린이(临沂, 옛 난릉)시는 성도인 지난시 남쪽에 위치한 인구 1200만명의 대도시다. 비록 연해안 도시 칭다오 옌타이등에 비해서는 덜 알려졌지만 린이는 최근 전자상거래 물류 거점및 첨단 산업 클러스트로 부상하면서 경제가 활력을 띠고 있고 한국과도 교류가 잦아지고 있다.
린이시는 현대적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이자 문화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깊은 역사 도시다. 역사 인문 도시로서 린이의 서사와 연륜을 가장 깊고 풍부하게 드러내는 것은 이곳의 지방 백주(고량주) 란링메이주(兰陵美酒, 난릉미주)와 시선 이백에 얽힌 옛날 이야기다.
린이의 옛날 이름은 란링(兰陵, 난릉)으로 3천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형성된 도시 사회는 술의 서사를 잉태한다. 지금의 산둥성 린이시(옛 이름 난릉)에서도 약 3천년전, 상나라 시기에 란링메이주(난릉미주)가 양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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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수도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음식점에 린이(옛 난릉)의 백주를 찬미하는 시선 이백의 시 '난릉미주'가 액자속에 걸려있다. 가는 글씨의 서체는 송나라 휘종의 서우진(瘦金) 체(体)라고 식당 주인은 일러줬다. 사진= 뉴스핌 통신사 촬영. 2025.12.11 chk@newspim.com |
천년 보물 린이시의 자랑, 까마득한 난릉미주의 기원은 전설로서만이 아닌 문헌과 유물로 확인돼 왔다. 상나라 갑골문자에 기록됐으며 전국시대 순자가 난릉을 다스릴때 이미 난릉 백주(고량주) 산업의 토대가 구축됐다고 한다.
한나라때는 난릉미주가 왕실 조공주로 헌상됐고 삼국지 유방의 고향으로 린이에서 멀지않은 장쑤성 쉬저우(徐州)에선 2000여년 전 유물인 난릉 백주 양조 토기가 매우 양호한 상태로 발굴됐다.
천하를 통일한 유방은 금의환향의 시 '다펑거(大风歌)'를 지었는데 이때 아마 난릉미주를 마셨을 거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북위시대 제민요술에도 난릉 양조 기예에 대한 기록이 전해진다.
은은한 호박 빛깔을 띠면서 부드러운 풍미에 목넘김이 부드러운 산둥성 린이의 백주, 깊고 그윽한 문화적 풍미를 간직한 난릉미주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중국 최고의 역사 문화 인문 백주로 자리매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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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산둥성 린이시의 유서깊은 명주 난릉미주. 2025.12.11 chk@newspim.com |
천하의 술꾼으로, 한잔 술에 시 백편을 쏟아냈다고 하는 시선 이백도 난릉미주를 처음 맛보고나서는 세상에 '이보다 더 기분좋게 취하는 술은 없다(天下第一醉)'고 말했을 정도다. 어느해 이백은 '풍요로운 세월, 나는 홀로 난릉미주에 취한다(盛世之年,独醉兰陵酒)고 노래했다.
언젠가 산둥성 박물관에서 뉴스핌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백은 젊어서 옛 노나라와 제나라 땅인 산둥성 지난시 인근에 꽤 오랜 기간 거주했다. 이백은 당시 공자 사당을 참배하러 취푸(곡부)와 난릉(지금의 린이) 등 산둥성 방방곡곡을 주유했다.
'난릉 미주에선 튤립향이 퍼지고 옥잔에 든 술에선 호박광이 뿜어나온다. 다만 주인이 나를 능히 취하게 하니 이곳이 고향인지 타향인지 분간할 수 없구나 (兰陵美酒郁金香 玉碗盛来琥珀光 但使主人能醉客 不知何处是他乡).
어느날 난릉 고을(린이시)을 찾은 이백은 그곳의 맛있는 백주를 싫컷 마신 뒤 '난릉미주에 흠뻑 취해 고향 마저 잊겠노라'라며 이렇게 노래했다. 이백이 마셨던 술은 맛볼 수 없지만, 난릉미주 이야기는 이백의 시를 통해 되살아나 그 시절의 정취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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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쓰촨성 청두시 관광명소 콴짜이 거리의 한 식당에 이백의 시 '난릉미주' 후반부 두귀절이 조형물로 설치돼 있다. 사진= 2023년 1월 뉴스핌 통신사 촬영. 2025.12.11 chk@newspim.com |
이백이 읊은 시 '난릉미주'가 인구에 회자되면서 린이(난릉)와 난릉미주는 전국에 유명세를 떨쳤다. 이백의 시 '난릉미주'는 친구를 부르고 술맛을 돋우는 노래가 됐다. 각지 음식점들은 너도 나도 '난링미주'를 액자와 조형물로 만들어 점포 안팎에 내걸었고 손님들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백은 뛰어난 예술성으로 난릉미주의 '아름다운 맛'을 생생하게 후세에 전했고, 난릉의 백주는 이 시로 인해 불후의 명주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은 난릉미주에 대해 산둥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사람들의 미식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켜주는 술이라며 다함없는 찬사를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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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산둥성 린이시의 명주 난링미주가 만드는 와취난링. 술 곽과 술 병에 세상 최고의 명주 난릉미주에 취해 누워있는 이백의 초상화와 천고에 전해지는 시 '난릉미주'가 인쇄돼 있다. 2025.12.11 chk@newspim.com |
이백이 칭송했던 난릉미주는 현대에 와서도 유감 없이 그 진가를 발휘해 왔다. 1915년 귀주모태(구이저우 마오타이)와 나란히 파나마 박람회에 출품해 금메달을 수상했고, 1954년에는 제네바 국제회의에 '중국 국주'로 제공되기도 했다.
산둥성 린이에서는 현재 난릉그룹유한공사가 무형문화유산으로서 양조기예를 계승해 난릉미주를 생산한다. 산둥성 사람들은 난릉미주가 이백을 위해 만들어진 술이라고 말한다. 술 곽과 술 병에 이백의 시 '난릉미주'가 새겨져 있다. 난릉그룹은 난릉왕주, 구조천향, 와취난릉 등 다양한 퀄리티의 백주를 만든다. 난릉미주 연간 생산량은 12만 톤에 달한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