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넷플릭스(NASDAQ: NFLX)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다시 대규모 차입에 나서면서, 한때 벗어났던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재부상하고 있다. 막대한 인수 자금 조달로 부채가 급증할 경우, 현재 유지 중인 투자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월가에서 제기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데이비드 햄버거가 이끄는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 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넷플릭스의 차입 확대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의 A 등급과 무디스의 A3 등급이 BBB급으로 낮아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BBB는 투자등급의 최하단으로, 추가 하락 시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모간스탠리는 넷플릭스가 상당한 규모의 신규 부채를 발행하고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을 감안해, 2034년과 2054년 만기 채권을 매도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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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와 WBD.[사진=로이터 뉴스핌] |
넷플릭스는 지난 5일 워너브러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를 약 72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거래 자금 마련을 위해 월가 은행들로부터 590억 달러 규모의 임시 부채를 조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부채 부담은 더 커질 여지도 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SKY)가 워너브러더스 전체를 대상으로 적대적 인수 제안을 내놓으며, 부채를 포함한 기업가치를 1,08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인수 경쟁이 격화될 경우 넷플릭스가 제시하는 인수 조건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규제 리스크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반독점 심사 등으로 거래가 무산될 경우, 넷플릭스는 약 58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 해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신규 사업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부채 부담만 떠안게 된다.
다만 시장의 시각은 엇갈린다. 무디스는 최근 넷플릭스의 A3 신용등급을 유지하며, 해리포터·HBO·DC 코믹스 등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지식재산(IP)"을 확보함으로써 얻을 장기적 이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인수에 따른 재무 리스크를 반영해 신용등급 전망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인수가 성사될 경우 넷플릭스의 총부채가 현재 약 1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합병 이후 회사는 내년에 약 204억 달러의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EBITDA)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돼, 이자 부담을 감당할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순부채 대비 EBITDA 비율은 약 3.7배로 상승하지만, 2027년에는 수익 증가로 부채비율이 투자등급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인 2배 중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때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로 부채가 급증하며 '뎃플릭스(Debtflix)'로 불렸던 넷플릭스는 팬데믹 이후 막대한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며 재무 구조를 크게 개선했다. 2023년 이후 연간 69억 달러 이상의 자유현금흐름을 기록하며 투자등급 신용도를 회복한 상태다.
올스프링 글로벌의 짐 피츠패트릭 투자등급 채권 리서치 책임자는 "넷플릭스는 이 정도 규모의 인수를 감당할 자격을 이미 입증했다"며 "입찰가를 더 올리더라도 재무제표가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