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발간한 국가안보전략(NSS)은 "유럽이 안보 정책 측면에서 훨씬 더 독립적이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자유민주 질서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힘을 합쳐 왔지만 이젠 미국이 그런 역할에서 발을 빼려하기 때문에 유럽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외교·안보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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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州)을 방문한 메르츠 총리는 기자들에게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내용은 "일부는 이해할 수 있고, 일부는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는 유럽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작금의 유럽 민주주의를 구하려 한다는데, 나는 그들이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유럽이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 유럽이 스스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십 년간 방치돼 유럽의 군사력이 아주 약해졌다는 점과 이 때문에 미국 군사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향후 유럽 지도자들이 군사력 재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철저하게 미국 이익 위주로 작성된 NSS가 유럽 안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며 "유럽, 그리고 독일이 미국으로부터 훨씬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과 대화 때 '미국 우선(America First)'은 괜찮지만 '미국 혼자(America alone)'는 당신들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세계 무대에서 파트너가 필요하고, 그 파트너 중 하나가 유럽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전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미국의 외교·안보 분야 종합 전략 지침인 NSS를 공개했다.
미국은 이 전략서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유럽이 방위비를 대폭 늘려야 하며 미국이 더 이상 유럽 안보를 대리 부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이민·규제 과잉·출산율 하락 등으로 20년 쯤 후에는 알아볼 수 없는(unrecognizable) 곳으로 전락하는 등 '문명 소멸'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 각국 내부에서 유럽이 현재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저항을 배양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현실적 기대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고, 미국의 핵심 이익은 신속한 적대 행위 중단이라고 못 박았다.
그 외에 유럽 내 극우 진영을 옹호·지지하는 내용이 담겨 국제 외교계에서 "극우 팸플릿 같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AP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NSS는 "유럽 동맹국들을 취약한 존재로 묘사하는 한편, 극우 정당들에 대한 묵시적인 지지를 내비쳤으며, 유럽의 표현의 자유와 이민 정책을 비판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은 나약한 지도자들이 이끄는 쇠퇴하는 국가들의 집합"이라며 "유럽은 우크라이나가 전복될 때까지 싸우도록 내버려 둘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89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