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독점력으로 수혜 집중…"장기적 실적 증익 이어질 것"
남은 변수는 중국…'제한적 개방' 가능성 부상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조건부 허용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종에 모멘텀이 재부각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가장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 떠오른다는 평가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를 통해 "엔비디아가 국가안보를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조건 아래 승인된 중국 고객에게 H200 제품을 선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로 대만에서 생산되는 H200이 미국 본토에서 국가안보 심사를 거친 뒤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특별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단순 수출 허용이 아니라 미국 내 정치·안보 논리를 반영한 조건부 수출 관리 체계가 마련되는 셈이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 |
증권가는 이번 조치가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 특히 SK하이닉스에 구조적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발 규제 완화 흐름이 나타날 경우 AI 서버 투자 재개·HBM 증설 수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H200 한 개에 HBM3E가 6개 탑재되는 만큼 억눌려 있던 HBM 수요가 다시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선우·양승수·우서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H200은 호퍼를 적용한 칩 중 최고 성능의 제품으로, HBM3E 8h 141GB가 탑재돼 H20에 보였던 수요 이상의 업사이드가 존재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며 "물량의 90%를 독점하는 SK하이닉스에 추가 주문이 현실화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HBM3E 공급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독점력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실적 증익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재구·이재은 하나증권 연구원도 "미국 정부의 H200 수출 승인은 엔비디아 및 AI 인프라 기업들의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다"며 "2026년 연간 전망에서 추천한 엔비디아 및 AI 인프라 기업들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기업에 엔비디아 칩 사용을 금지했지만,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해외 법인을 통해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확보해 왔다"며 "엔비디아가 직접 중국에 학습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판매한다면 억눌렸던 중국의 수요가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향후 최대 변수로는 중국이 지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H200에 대한 전면 개방이 아닌 제한적 접근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당국이 반도체 자립 전략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산 고성능 칩의 시장 회복 속도를 조절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는 엔비디아의 중국 내 사업 재개에 제약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중국은 기술 자립 가속화 정책하에 미국산 기술 규제가 강화 중이며, 블랙웰·루빈 등 최상위 칩은 여전히 수출 금지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rkgml9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