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전북 현대의 주장 박진섭이 올 시즌 팀을 정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K리그1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수상 소감을 전했다.
2025 하나은행 K리그 대상 시상식이 12월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다. 올 시즌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MVP 부문은 특히 관심이 뜨겁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최종 후보 명단에는 전북의 박진섭과 울산의 이동경, 그리고 수원FC의 공격수 싸박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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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의 주장 박진섭.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
그중에서도 박진섭의 활약은 전북의 우승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다. 거스 포옛 감독 부임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와 스리백 중앙 센터백을 오가며 전북 수비의 중심축을 맡았다. 시즌 중반 홍정호·김영빈·연제운 등 주요 수비진이 연속으로 이탈하는 악재가 닥쳤을 때, 박진섭은 주저 없이 포지션을 내려 수비 라인을 안정시키는 데 앞장섰다. 단순한 공백 메우기가 아닌, 우승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심 역할이었다.
수치도 그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정규 시즌 동안만 베스트11에 8차례 선정됐고, 1라운드 김천전에서는 경기 최우수선수(MOM), 17라운드 울산전에서는 빌드업 실수를 극복하고 후반 41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경기 MVP까지 차지했다. 13·14·25·26·36라운드에서도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며 팀의 흐름을 바꾸는 존재감을 증명했다.
수비 안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전북은 지난해 38경기에서 무려 59골을 내주며 리그 최다 실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37경기 만에 31실점만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유일하게 0점대 실점률을 달성했다. 박진섭이 안정적인 중심축으로 서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반등이었다.
시상식 전 만난 박진섭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오가며 조기 우승에 기여했고, 최다 득점·최소 실점을 동시에 기록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나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오늘 시상식에서 그 노력들이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우승 이후 MVP 가능성을 스스로 예상했는지 묻자 그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정말 받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일단 후보에 오르는 게 먼저였다"며 "감독님이 나를 선택해 주신 덕에 기대가 생겼고, 주변에서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줬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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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의 주장 박진섭.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
실제로 전북이 MVP 후보를 추천할 때 포옛 감독은 고민 끝에 득점 2위에 오른 전진우 대신 박진섭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박진섭은 "(전)진우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전)진우도 충분히 받을 만한 활약을 했다"며 "그래서 더욱더 상을 받고 싶다는 의지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수비진 중 MVP급 활약을 보인 동료를 묻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센터백 김영빈의 이름을 올렸다. "(김)영빈이 형은 묵묵하게 헌신하며 팀을 지탱한 선수다. 내게도 많은 영향을 줬고 고마운 부분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박진섭의 커리어는 '대기만성' 그 자체다. 프로 계약에 실패해 2017년 실업팀 대전 코레일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이듬해 안산에서 K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대전하나시티즌을 거쳐 2022년 전북에 입단해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K리그1 베스트11에 수비수로 선정됐다.
힘들었던 당시를 생각했던 박진섭은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라며 "축구를 포기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때의 나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했다.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한 마디로 '축구 사랑'을 꼽았다. "축구가 너무 좋았다. 그 마음 하나로 버텼던 것 같다. 프로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고, 그 목표를 꼭 이루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처럼 어려운 시기를 건너는 후배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정말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 목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노력하게 된다"라며 "내가 MVP를 받고 싶은 것도 시련을 겪는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증명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라고 말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