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직권남용 모두 유죄…항소심 일부만 인정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피고인은 남다른 열정과 추진력으로 장기간 사법행정사무를 수행했으나, 사법부의 정책 목표와 추진 현안이 시급하고 절박하다는 점에만 몰입한 나머지 원칙과 기준에 위배해 직무를 수행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홍지영)는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 혐의를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양형 사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박근혜 가면 판매 중단 논의' 혐의를 무죄라고 봤지만, 항소심은 유죄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은 법관들이 다른 국가권력이나 내·외부 세력의 간섭이나 영향받지 않고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다해야 하는 본분을 망각하고 사법부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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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청사 밖으로 나서고 있다.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2심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2025.11.27 yooksa@newspim.com |
임 전 처장은 지난 2012년 8월~2017년 3월까지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했다. 기조실장은 법원행정처의 예산 편성·배정·결산 등 업무를 담당하고, 차장은 사법행정사무 관련 법원행정처장을 보좌하는 역할이다.
그는 대한민국 사법농단 사태에 관여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전교조 사건, '박근혜 가면' 사건, 메르스 사태 등 법원에서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대통령·국가 상대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대해 검토를 지시하는 등 사법부에 정치적으로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에게 헌재가 심리 중인 사건 내용과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청하거나,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 편성 받고 위법하게 사용한 혐의도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제재·위축 방안을 검토했다는 의혹도 존재한다.
'재판 거래' 정황도 있다.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전개를 인위적으로 지휘하려고 하거나, 공무상비밀을 누설하려고 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봤다. 전교조 사건 재항고이유서 관련 검토 지시·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법적 책임 검토 지시·홍일표 전 국회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사건·유동수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검토를 지시한 행위·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에 대한 사건 정보 및 자료 수집 지시도 모두 유죄로 판정됐다.
반면 강제징용·전교조 재판 거래, 홍 의원 검토보고서 작성 지시 등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직권남용죄 부분 중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에 대한 사건 정보 수집 지시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로 보고, 나머지는 유죄를 유지했다. 타 혐의에 대해서도 대부분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유지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박근혜 가면'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뒤집었다. 이는 지난 2015년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박근혜 정부의 지시를 받고, 온라인에서 판매되던 박근혜 가면 판매를 중지시킬 법적 압박 수단 검토한 혐의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의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피고인은 사법부가 어렵게 쌓아 온 신뢰를 훼손시키고 법원 구성원들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안긴 데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낀다고 토로하고 있고, 이 사건으로 500일 넘게 구금되기도 했다"라며 양형 참작 사유를 밝혔다.
이날 선고 내내 임 전 차장은 눈을 감고 있었다. 선고 후 법정을 나와 '이후 법정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재판 중이고 피고인이기 때문에 재판 관련 말씀은 안 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사법농단 사태의 '몸통'으로 알려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2심 선고는 내년 1월30일로 예정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00wins@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