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0학점 강의 학생·시민 3000명 모여...학내 수요조사 50여명 수강 의사
"강의 막아놓고 토론만 하라니"…총장 발언에 학생들 강한 반발
서마학, 2026년 3개 과목 개설·비주류 강사 채용·학생 참여 제도화 요구
[서울=뉴스핌] 황혜영 인턴기자 = 서울대학교에서 마르크스경제학 강의 재개설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서마학)'은 2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문적 다양성과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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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정문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서울대학교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는 한국 대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김수행 교수가 정년퇴임한 2008년 이후 강사 강의로 운영됐다.
지난해 서울대학교는 수요·공급 등을 이유로 들어 마르크스경제학의 폐강을 결정했다.
서마학은 일련의 논란을 대학이 시장 논리에 따라 학문을 배치·삭제하는 '학문 구조조정'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대학 측이 내세워온 '수요 부족' 논리를 반박했다. 서마학과 강성윤 강사는 정규 강의가 막히자 지난여름 0학점 시민강좌 형태로 '정치경제학입문'을 개설해 약 3000여 명의 신청을 받았고 이 가운데 서울대 재학생도 상당수 포함됐다.
2025학년도 겨울학기와 2026학년도 1학기 사전 수요조사에서는 '정치경제학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마르크스경제학' 각 과목마다 50여 명의 수강 의사가 확인됐지만 동계 계절학기 수강편람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서마학은 대표발언을 통해 "서울대가 특정 이론을 제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며 "수요 부족이라는 명분은 이미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서마학은 여름학기 동안 무학점 시민 강좌로 '정치경제학입문' 수업에 시민 3000여 명이 참여한 것을 들며 "이는 대학이 주장한 '수요 부족' 논리를 완전히 뒤집은 성과였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강사 채용 과정에서의 '선제적 배제' 의혹도 지적됐다. 서마학은 사회과학대학 강사 신규 채용 공고가 과거와 달리 주류경제학 전공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사실상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는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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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황혜영 인턴기자 = '서울대학교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서마학)'은 2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문적 다양성과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촉구했다. 2025.11.27 hyeng0@newspim.com |
지난 4일 열린 '총장과의 대화'에서 한 학생이 "사회구조를 비판하는 학문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이유"를 묻자 유홍림 총장이 "강의를 요구하기보다 서로 토론하는 것이 더 대학다운 일"이라고 답한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강의실 바깥에서 열심히들 토론해 보라고 말하는 것은 대학에 대한 모독이고 학문에 대한 조롱"이라고 반발하며 교과 개편과 강좌 개설 과정에 학생 참여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이찬용 한국외국어대학교 마르크스 정치경제학회 '왼쪽날개' 회원은 "36명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중 비주류 경제학 전공자는 한 명도 없다"며 "다양성을 거부한 구조 속에 서울대가 사회의 거울 구실을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배세진 정치철학자도 "학생들의 요구는 단순한 과목 개설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교육 구조를 바꾸려는 문제의식"이라며 "좋은 시민을 기르기 위한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인문사회서점 '그날이오면' 대표는 "마르크스경제학은 당장은 먹을 수 없어도 미래를 위해 남겨두어야 할 씨과일과 같다"며 "서울대는 직업훈련소가 아니라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전당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대학본부에 ▲2026학년도 '정치경제학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마르크스경제학' 개설 ▲비주류 전공자 포함한 강사 채용 복원 ▲강의 개편 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책임자 명시 ▲학생 의견이 반영되는 민주적 장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재학생 이재현 씨는 "지난 5월 첫 기자회견을 연 뒤 6개월이 넘게 지났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며 "경제학부와 대학본부가 폐강 이유로 내세운 수요 부족 논리는 실제 사회적·학생 관심과 배치되는 만큼 조속히 강좌가 개설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수요조사 결과만으로 강좌를 개설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적은 수요에도 개설된 과목들이 있다"며 "강의 재개설과 강사 임용 과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