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취역 후 첫 국산 잠수함 시대 열어… 34만 마일 무사 항해
초대 함장·인수요원 동승해 '처음과 마지막 동행' 감동 장면 연출
해군, 고별 항해 통해 퇴역 앞둔 장보고함의 정신 기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대한민국 해군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SS-Ⅰ·1200톤급)이 19일 마지막 항해를 마치고 34년간의 수중 작전 생애를 마무리했다.
연말 공식 퇴역을 앞둔 장보고함은 이날 오후 진해군항을 출항해 약 2시간 동안 마지막 임무 항해를 수행한 뒤 입항했다. 부두에 홋줄이 걸리자 진해군항에 정박해 있던 모든 잠수함이 기적을 울리며 '대한민국 1번 잠수함'의 마지막 귀환을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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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해군의 잠수함 시대를 연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이 19일 오후 마지막 항해를 위해 진해군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2025.11.19 gomsi@newspim.com |
장보고함은 1988년 독일 HDW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해 1991년 진수됐으며, 인수요원과 정비요원, 감독관 등 100여 명의 해군 장병이 1990년부터 독일 현지에 파견돼 운용기술을 익혔다.
1992년 10월 정식 인수된 장보고함은 이듬해 4월 도크선 탑재 상태로 독일을 출발해 1993년 5월 국내에 도착했다. 해군은 한국 최초의 잠수함에 통일신라 장보고 대사의 이름을 붙였고, 함정 번호 'SS-061'을 부여했다.
1993년 첫 취역 이후 장보고함은 국내 수중작전의 기틀을 마련하며 대한민국 잠수함 역사의 출발점이 됐다. 취역 직후부터 동·서·남해 일대 수중 전력을 담당한 데 이어, 장거리 잠항과 원해 작전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하와이로 단독 파견돼 약 1만 마일에 달하는 장거리 항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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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보고함의 마지막 항해를 앞두고 장보고함 내부에서 안병구 초대함장(오른쪽)이 이제권(소령) 장보고함장(왼쪽)에게 초대함장 당시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2025.11.19 gomsi@newspim.com |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훈련에서도 미 항공모함을 포함한 다수의 함정 사이에서 한 차례도 탐지되지 않는 완전 잠항을 이어가며 한국 해군 잠수함의 은밀성과 운용 능력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이어 한미 연합 대잠전 훈련과 서태평양 잠수함 구조훈련 등 잠수함이 참가하는 주요 해외 훈련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잠수함 부대의 작전 범위와 전문성을 확장했다.
장보고함은 "백번 잠항하면 백번 부상한다"는 잠수함사령부의 안전 신조를 실천하듯 34년간 총 34.2만 마일(약 63.3만km)을 무사 항해했다. 2011년 안전항해 20만 마일, 2019년 30만 마일을 돌파한 뒤 마지막 항해 당일까지 단 한 건의 중대 사고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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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이 11월 19일 오후 마지막 항해를 위해 진해군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2025.11.19 gomsi@newspim.com |
또한 2023년까지 작전임무를 담당한 뒤, 2024년부터는 훈련함으로 전환돼 잠수함승조원 양성과 수리함정 팀워크 훈련, 잠수함 운용 자격 유지 훈련 등을 지원하며 후배 승조원들의 전비태세 유지를 돕는 역할도 수행해 왔다.
이번 마지막 항해에는 장보고함의 첫 항해를 지휘했던 안병구 초대함장(예비역 준장)을 비롯해 당시 인수요원 4명이 함께 승선해 의미를 더했다.
초대 인수요원과 마지막 승조원이 한 함정에서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한 것은 대한민국 잠수함부대의 출발점이 된 장보고함의 의미를 기리고, 세대 간 잠수함 정신을 잇는 상징적 절차이기도 했다. 해군잠수함사령부는 장보고함의 입항과 동시에 부대행사를 열고 장보고함의 임무 완수와 안전항해를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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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군항에서 안병구 초대함장(가운데)과 이제권(소령) 장보고함장(오른쪽)이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을 타고 마지막 항해를 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2025.11.19 gomsi@newspim.com |
행사에는 잠수함사 부대원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안병구 초대함장과 이제권 소령이 마지막 항해에서 사용한 태극기(항해기)에 서명했다. 안병구 초대함장은 "장보고함 도입 이전 수중은 우리 해군의 영역이 아니었다"며 "미지의 세계였던 대한민국의 바닷속을 개척한 '해양의 개척자' 장보고함의 처음과 마지막 항해를 함께해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90년대 초 독일에서 잠수함을 도입하고 운용기술을 배워왔던 우리 해군이 3000톤 이상의 잠수함을 운용하며,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디젤 잠수함 운용국으로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보며 가슴 벅찬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함장인 이제권 소령은 "장보고함은 최초의 국산 잠수함 도산안창호급 잠수함과 장영실함 도입, 국가전략부대 잠수함사령부 창설의 초석을 다진 잠수함부대의 꿈이자 도전의 상징이었다"며 "앞으로도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은밀하게 가장 강력한 무기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침묵의 수호자로서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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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마지막 항해 임무를 마친 장보고함 승조원들과 안병구 초대함장(왼쪽에서 9번째)을 비롯한 당시 인수요원(왼쪽에서 8번째, 11번째, 12번째)들이 장보고함 승조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2025.11.19 gomsi@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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