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9년 '미래 개최지 선출'(Future Host Election)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 올림픽 유치 방식의 대전환을 시작했다. 과거의 경쟁 입찰 구조가 막대한 비용과 '화이트 엘리펀트'(유휴시설) 문제를 낳았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개혁이다.
IOC는 지속가능성·비용 절감·지역사회 참여를 미래 올림픽의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올해부터는 실무그룹을 새로 구성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확대했다. 이런 프로세스에 따라 이미 2030년 동계올림픽(프랑스 알프스), 2034년 동계올림픽(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개최지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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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이달 초 IOC 출장 중 스위스 로잔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환담 중인 윤강로 원장. [사진=윤강로] 2025.11.17 zangpabo@newspim.com |
이제 국제 스포츠계의 관심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에 쏠려 있다. 전주를 비롯해 중국의 '대만구'(大灣區·Greater Bay Area)로 불리는 홍콩·마카오·광둥, 인도 아마다바드, 카타르 도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아시아 도시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정치·경제적 이해가 얽힌 복합적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 우리나라의 전략과 도전과제
한국은 지난 2월 28일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를 통해 전주를 유치 대표 도시로 확정했다. 하지만 전주가 내세운 올림픽 지방분산 유치안은 약점도 명확하다. 전북은 호텔·경기장·방송 등 대회 인프라가 부족하고, 접근성·교통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새만금 국제공항과 항만 건설 등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투자 역시 비용 부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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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유명 영화배우이자 말레이시아 IOC위원 겸 IOC 문화 및 올림픽헤리티지 위원회 위원인 양쯔충(양자경·Michelle Yeoh). 윤강로 원장이 태극권 자세를 취하자 신기하다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사진=윤강로] 2025.11.18 zangpabo@newspim.com |
이에 전북은 전주월드컵경기장 증축을 통해 주경기장을 마련하고,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올림픽공원·서울월드컵경기장 등 기존 국제 규격 경기장을 활용해 경기장 부족 문제를 보완하자는 게 필자를 비롯한 많은 체육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는 IOC가 강조하는 '기존 시설 활용'이라는 가치와 부합한다.
서울은 과거 비용 편익 분석에서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한 바 있다. 서울뿐 아니라 대구·광주·청주 등과 분산 개최 전략은 지속가능성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중국 대만구 모델의 강점과 리스크
중국은 홍콩·마카오·광둥을 묶은 '대만구'를 앞세워 2036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IOC와 직접 소통하며 지지를 요청했고, 새 IOC 위원장 커스티 코번트리 역시 최근 방중을 통해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대만구는 세계적인 경제권으로 자금력·인프라·국가 지원 면에서 압도적이다. 두 차례 베이징 올림픽(2008년 하계, 2022년 동계)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도 큰 자산이다. 그러나 일국양제 체제의 불안정성, 홍콩의 정치·인권 문제는 국제사회 여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IOC가 최근 강조하는 가치와 충돌할 여지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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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한국과 중국의 2036 올림픽 유치 전망 비교. [표=클로드로 작성] 2025.11.17 zangpabo@newspim.com |
◆ 인도·카타르·인도네시아의 향방
인도 아마다바드는 세계 최대 인구국을 대표하는 상징성과 빠른 경제 성장률을 기반으로 강력한 도전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규모 신규 경기장 건설 계획도 진행 중이지만, 준비 기간이 짧고 환경과 지속가능성에서 약점을 보인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에서 입증한 조직 능력과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또 한 번의 중동 개최를 노리고 있다. 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있지만 혹서 기후와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인 비판을 받고 있어 결정적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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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이달 초 IOC 출장 중 비톨트 반카 세계반도핑기구(WADA) 회장과 포즈를 취한 윤강로 원장. 반카 회장은 윤 원장과 오랜 절친이다. [사진=윤강로] 2025.11.17 zangpabo@newspim.com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새 수도 '누산타라' 개발과 연계해 유치에 나섰으나, 최근 이스라엘 선수단 입국을 거부해 IOC가 사실상 경쟁에서 배제한 상태다.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현실적 유치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 2036년 유치 경쟁의 열쇠
현재까지 드러난 환경을 종합하면 2036년 유치는 한국과 중국, 인도, 카타르의 4강 구도로 압축된다. 이 중 IOC 개혁 방향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는 한국(전주·서울 연합)이다. 기존 시설 최대 활용·지속가능성·비용 절감은 IOC가 미래 올림픽의 핵심 가치로 명시한 요소들이다. 중국은 자금력·정치적 추진력에서 가장 강력하지만 인권·정치 문제라는 본질적 리스크가 남아 있다.
올림픽 유치전의 승부는 IOC가 어떤 가치를 우선순위로 둘 것인 지에 달려 있다. 지속가능성을 우선한다면 한국, 경제력과 시장성을 중시한다면 중국 또는 인도, 로비 능력을 고려하면 카타르가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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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2036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 비교. [표=클로드로 작성] 2025.11.17 zangpabo@newspim.com |
이에 따라 한국은 지속가능성, 비용 절감, 시민 참여라는 IOC의 새로운 기준에 맞춘 전략을 더욱 견고히 다듬어 국제사회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국가적·정치적 이벤트'를 넘어 세계의 공공 가치를 실현하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면, 한국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후보가 될 수 있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IOC 문화 및 올림픽 헤리티지 위원 △세계스포츠영화제국제연맹(FICTS) 특임 대사 △2022년 IOC 쿠베르탱 메달리스트 △대한체육회 고문 △몽골 국립올림픽 아카데미 명예박사 △중국 인민대 전 객좌교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전 국제사무총장 △2008년 올림픽 IOC 유치평가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