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압수자 A씨, 12일 '폐기 반대' 공식 의견 송부
"대검 감찰 중 사안…진상 규명용 증거보전 필요"
"한문혁 지인, 이종호에 '사진 삭제' 요구하기도"
대검 감찰부, '2021년 7~8월 술자리' 조사 착수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이명현 특별검사팀(특검팀)이 "이미 삭제해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답변한 압수물을 아직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압수물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한문혁 부장검사 술자리 사진'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특검팀이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거짓 답변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3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수년 전 해당 사진을 이 전 대표로부터 전달받아 보관 중이던 피압수자인 이 전 대표의 측근(A씨)은 전날 특검팀에 '폐기 보류 의견서(전자정보의 관련성에 관한 의견진술서)'를 등기우편으로 송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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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미 삭제해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답변한 압수물을 아직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정민영 특별검사보가 지난 7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
앞서 특검팀은 지난 7월 24일 A씨 자택을 압수수색해 삼성 갤럭시 휴대전화(SM-S921N)와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 A씨 측 주장에 따르면 두 기기 안에는 '이 전 대표-한 검사 술자리' 사진이 포함됐으나 포렌식 과정에서 해당 사진은 제외됐다.
이후 특검팀이 이 전 대표의 사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일자 특검팀은 지난달 일부 언론에 "선별 작업을 마친 뒤 규정에 따라 이미징 파일(복사한 전체 파일)을 삭제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미징 파일은 영장에 나온 범죄 사실 기간과 무관하게 기기 전체 내용을 복제한 파일이다.
하지만 특검팀은 해당 파일을 수개월째 여전히 보관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검팀 관계자는 최근 A씨에게 "지금 확인해보니 (이미징 파일이) 남아 있어서 폐기하려던 중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이미징 파일 보존을 원한다면(폐기를 원치 않으면) 진술서를 작성해 달라"고 안내했고, 이에 따라 A씨는 전날 폐기 보류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다.
특검팀의 공식 답변과 실제 상황이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의견서에 "해당 압수물 중 일부 사진 등 증거물 관련해 현재 대검찰청에서 감찰 중인 사안이므로, 진상규명이 끝날 때까지 증거 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폐기 보류를 신청한다"고 적시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한 검사는 2021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소속으로, 같은 해 7~8월경 이 전 대표와 술자리를 함께한 사실이 드러나 김건희 특검팀에서 파견 해제됐고 현재 대검 감찰을 받고 있다.
대검 감찰부는 김건희 여사의 계좌 관리인 역할을 맡았던 이 전 대표가 한 부장을 통해 사건 관련 청탁을 했는지, 수사에 영향을 끼쳤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A씨 측은 "모임 이후 한 검사의 지인이자, 둘 사이를 연결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에게 연락을 취해 '사진을 지워달라'고 말했고, 이 전 대표로부터 이를 듣고 사진을 백업해두겠다고 받아둔 것"이라며 사진 보유 경위를 설명했다.
한편 한 검사는 "이 전 대표와 술을 마신 건 맞지만 상대방이 자신에 대하여 구체적인 소개를 하지 않아 도이치모터스 관련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당시 명함·연락처도 교환하지 않았고 이후 이 전대표를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채해병 특검법은 별도의 압수물 보관 기한을 규정하지 않지만,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등 관련 규정이 준용된다. 대검 예규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 제24조(전자정보 압수 후 조치)에는 '주임검사 등은 분석 과정에서 생성된 전자정보 중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정보는 지체 없이 삭제 또는 폐기하거나 반환해야 한다'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디지털 증거는 분석이 끝난 뒤 '무관 정보'를 즉시 삭제·폐기해야 하고, 그 시점을 넘겨 수개월간 보유하는 것은 원칙상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해당 압수물을 보관 중인 사실을 인정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김건희 특검팀에서 A씨 기기에 대해 다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다려 달라는 요청을 해 당분간 폐기를 미루고 있었다"며 "이후 압수영장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정리를 하고자 A씨에게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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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