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훈련 끝…드론자격증 '취득'
해경과 공조 훈련…화재·사고 감시
경험 살린 아이디어·노하우 '봇물'
드론 조작 넘어 영상 편집도 OK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위험하다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느껴졌어요. 내가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죠."
제주 시니어드론순찰대에 참여하는 김찬보(67세·남) 씨는 지난 7일 제주 외돌개에서 시니어드론순찰대 활동을 하다가 자살시도자를 구한 순간을 회상했다.
◆ 자살시도자 구한 '시니어 드론순찰대'…화재 예방에도 한몫
김 씨는 윤현숙 씨(70세·여)와 지난 4월 서귀포시 서홍동 외돌개에서 드론으로 순찰하던 중 해안 가운데 절벽에서 자살시도자를 발견했다. 자살시도자는 이마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 씨와 윤 씨는 망설임 없이 절벽까지 가서 자살시도자를 설득했다. 제발 나와달라고 빌어도 자살시도자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심장은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것같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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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제주 시니어드론순찰대가 7일 드론을 이용해 순찰을 하고 있다. 2025.11.11 sdk1991@newspim.com |
김 씨는 "내가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우리는 드론순찰대인데 이렇게 돌아가시면 우리가 책임져야 된다'는 말로 끊임없이 설득했다"고 했다. 그는 "수차례 설득 끝에 자살시도자를 정자에 앉혀놓고 안정을 시켰더니 너무 고맙다고 했다"며 "'내가 한 생명을 구했구나'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고 회고했다.
제주 시니어드론순찰대는 60대 이상 어르신 25명이 참여하는 노인일자리다. 5인 1조로 하루 3시간씩 드론을 띄운다. 드론으로 찍은 화면은 핸드폰으로 전송된다. 27배까지 확대하면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화재를 발견해 화재 신고를 해 큰 재난을 막고 해경과 공조 훈련에도 나서 관광객의 안전을 책임진다.
김 씨는 금융 기관에서 30년 동안 일하고 화력 발전업에서 10년 근무 후 은퇴했다. 드론은 젊은 세대만 다룰 수 있을 줄 알았는데 3개월의 노력 끝에 드론자격증 1급을 땄다. 김 씨는 손으로 드론을 조작하는 만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윤대균 씨(68세·남)는 사진기자 출신이다. 집에서 미니 드론을 날리다가 꽃병도 많이 깼다. 서귀포시니어클럽의 지도 끝에 드론자격증 1급을 취득했다. 자격증을 따기까지 자비로 100만원을 투자했다. 재작년까지는 교육 예산 전액 지원이 됐는데, 올해 지원이 막힌 탓이다.
자비까지 투자할 정도로 시니어드론순찰대에 진심을 다하는 윤 씨는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고 설명하기 바빴다. 그는 "화면으로 보면 63미터(m) 거리 밖에 나가 있고, 고도가 42m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열 화상 드론이 없어서 아쉽지만 갖고 있는 장비로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시니어드론순찰대, 지혜 녹인 아이디어 넘쳐…영상 편집도 '거뜬'
시니어드론순찰대는 삶의 지혜를 살린 아이디어도 넘쳐난다. 직접 갈 수 없는 곳에 스피커를 단 드론을 띄워 위험 신호를 안내하자는 아이디어도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제안했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4개 국어로 안내하고 있다.
크고 좋은 어종을 낚기 위한 '드론 낚시'도 제안됐다. 추 대신에 제주 귤을 달아 드론이 적당한 위치에 가면 귤을 떨어뜨려 사람이 직접 낚기 어려운 곳에 미끼를 보낼 수 있다.
서툰 영어로 외국인에게 제주의 아름다움과 노인일자리 활동을 설명하기도 한다. 엄영란 씨(65세·여)는 "순찰하다 보면 외국인을 자주 만나게 된다"며 "영어로 떠듬떠듬 얘기하면 외국인들도 너무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드론으로 디지털 벽을 깬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은 영상 편집까지 배우고 있다. 김 씨는 포토샵, 일러스트와 영상 제작을 배웠다며 여러 가지 공부를 하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윤 씨도 영상 편집이 취미다. 드론을 이용해 갈 수 없는 섬을 360도로 찍고 음악과 자막도 넣었다.
윤 씨는 "우리는 한쪽에서만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한 바퀴를 돌면서 섬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TV로 연결해 크게 보면 마음이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윤 씨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한데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더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고 취미 생활을 할 수 있고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최고의 일자리"라며 "노인일자리에 많이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서귀포에 노인들이 많은 만큼 일자리 수와 일자리 업종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sdk199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