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인수의향자 깜짝 등장...매각 새 국면 맞아
"AI로 홈플러스 살린다"는 하렉스인포텍, 완전자본잠식 상태
스노마드 부채비율 618%…실질적인 인수 여력 의문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 홈플러스의 새 주인을 찾는 인수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
유통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공지능(AI) 솔루션 업체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개발사 스노마드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는 비유가 나올 만큼, 두 기업의 자금력과 운영 역량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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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홈플러스 영등포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 8개월 만에 깜짝 등장한 원매자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지난달 31일 홈플러스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 두 곳이 최종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초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개시한 이후 8개월 만에 원매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간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농협경제지주는 끝내 불참했다.
당초 예상을 깬 인수전 참여 소식에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과거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각각 인수했던 대형 유통사로, 기업가치만 약 7조원에 달한다. 유통 경험이 풍부한 테스코와 자금력이 풍부한 MBK파트너스마저 경영 부침을 겪으며 매각 또는 기업회생 절차로 귀결된 만큼 재무 구조가 건실하지 않은 중소기업이 참여해 의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홈플러스는 전국 점포 수만 123개에 달하는 대형마트 업계 2위 업체다. 직고용 규모만 2만여명, 간접 고용까지 범위를 넓히면 10만명에 달한다. 자금력과 기업 운용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또 다시 경영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는 자금 동원력 측면에서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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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홈플러스가 지난 8월 13일 긴급 생존경영 체제 시행을 발표했다. 자금 흐름 악화 영향으로 15개 점포 폐점을 공식화 했다. 폐점 대상은 가양, 계산, 등촌, 문화, 부산감만, 시흥, 안산고잔, 울산남구, 울산북구, 원천, 일산, 장림, 전주완산, 천안신방, 화선통탄점 이다. 이날 서울 홈플러스 가양점에 고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leehs@newspim.com |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하렉스인포텍...자금력 물음표
홈플러스 인수전에 도전장을 내민 하렉스인포텍은 핀테크·모바일 금융결제 서비스 '유비페이(UBpay)'를 운영하는 중소 IT기업으로, 금융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기반 유통 중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유통 플랫폼에 'AI 에이전트' 직거래 기술을 적용하는 신사업 모델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렉스인포텍은 미국 현지에서 약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 자문사가 아닌 캐피털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인수의향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자금력이다. 하이렉스인포텍은 지난해 매출액 3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자산은 10억원, 부채는 28억원 수준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경영 부실이 확인된 상황에서 캐피털을 통해 약 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스노마드, 부동산 개발 목적?…일각선 뒷배론도 제기
스노마드는 명선개발의 자회사로, 2007년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부동산 임대·개발업체다. 홈플러스의 대규모 점포 부지를 포함한 부동산 가치를 노리고 인수전에 뛰어든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스노마드 역시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해 스노마드의 매출은 116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익성도 낮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5억원을 냈으나, 순손실은 73억원에 달했다. 부채 비율은 618%로, 통상 부실 징후로 보는 400%를 크게 웃돈다. 이에 따라 단기 자금 조달 여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스노마드의 부채비율은 홈플러스(2025년 1월 기준 462%)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서는 최소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선 1조원 이상의 현금 보유력이 필수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후보들의 실질적 자금 조달 능력과 사업 운영계획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적과 기업 규모 측면에서 봤을 때, 홈플러스보다 한참 뒤떨어진 업체들이 인수에 참여하자 그 의도에 대한 뒷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기업이 인수전 흥행을 위한 상징적 역할에 그칠 가능성도 있으며, 실질적으로 자금력을 갖춘 기업이 이 기업을 앞세워 대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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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전경. [사진=뉴스핌DB] |
◆"홈플러스 청산가치가 더 높다"…본입찰이 분수령될 것
다만 시간은 MBK와 홈플러스 편이 아니다. 기업 회생절차 마감기한은 내년 3월까지다. 단 4개월만 남은 상황이다. 최종 인수자를 찾지 못한다면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6월 홈플러스의 청선가치가 기업을 이어갈 때보다 더 크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당시 삼일회계법인은 조사보고서를 통해 홈플러스가 사업을 계속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는 2조5000억원인데, 반대로 홈플러스가 사업을 접고 자산을 처분할 때 확보할 금액은 그보다 1조2000억원이 더 큰 3조7000억원으로 평가했다. 홈플러스가 영업을 계속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것이 채권자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의미다.
앞으로 인수 후보군 2곳은 이달 21일까지 예비 실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인수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홈플러스는 오는 10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회생계획안 제출 이전에 인수의향자가 나타난 만큼 법원이 연장을 허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홈플러스의 운명은 오는 26일 진행되는 본입찰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nr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