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앞두고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
관세협상 후 '동맹 현대화' 새 청구서 나오나
큰 틀에서 한미 관세협상 합의 문서화 협의중
일본도 美 직접 투자 비중 1~2% 불과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을 방문한 경제·통상 수장들이 귀국하면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가 일단락됐지만, 구체적 조건을 빠르게 결정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관세협상 후속 협의의 핵심인 '3500억달러(약 49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액 중 현금 투자 비중'과 관련해 국내적 저항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투자와 관련해 미국 측이 '전액 현금'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기는 했지만, 국내 투자 시설이 빠져나가는 효과가 있어 여전히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큰 틀에서 통상 합의문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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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2025.10.16 yooksa@newspim.com |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관세협상 합의 내용을 문서화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세부 방안은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고위급 각료 간의 양해각서(MOU) 형태로 최종 합의하자는 의견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관세 인하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美 측 이해 얻어낸 3500억달러 투자 방식
우선 '3500억달러 대미 투자액 중 현금 투자 비중'은 미국 측의 이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귀국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 장관은 "가장 이견이 컸던 외환시장 관련 부분은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여러 쟁점에서 합의를 이뤘다"말했다.
또 '미국이 여전히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느냐'는 질문에는 "거기까지는 아니다"며 "상당 부분 미국 측에서 우리 의견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협상 타결까지는 쟁점이 남아 있어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밝혔다.
그동안 양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방식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미국 측은 직접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지만, 외환 보유액의 약 83%를 사용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또 미국과 관세협상을 마친 일본이 양해각서에서 직접 투자 비중은 1~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출 또는 보증 방식으로 채우기로 합의한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스와프 없이 대미 투자가 어렵다는 한국 협상단의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 측의 이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를 거치지 않고, 재무부의 외환안정기금(ESF)을 활용해 한국에 유동성을 지원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국책기관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를 고려했었을 때 트럼프 임기 내에 (현금으로 투자액을) 집행하기에는 사실상 어렵다"며 "이런 점에서도 미국 측이 이해를 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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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에너지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양국 간 에너지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25.10.19 photo@newspim.com |
◆APEC 이후 동맹 현대화 '수면위' 전망
3500억달러 투자금에 대한 이해와 함께 미국 협상단이 제시할 카드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정부 안팎에서는 관세협상 이후 미국 측이 제시할 청구서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양국 정상 간 관세협상 타결 직후 진행된 '동맹 현대화 현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 미국은 안보 분야에서 중국 견제에 대한 한국의 역할 강화, 국방비 대폭 인상 등을 골자로 한 동맹의 성격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애초 관세협상이 방위비 협상과 함께 추진됐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앞으로) 중국의 '대만 점령 저지'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미국의 전략에 따른 주한미군의 탄력적 활용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한미FTA를 다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송 연구위원은 "무관세였던 자동차에 25%의 세금이 붙었고, 지금 15%로 낮추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며 "미국 의회가 인준한 FTA를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미 투자에 따른 '산업 공동화' 우려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제시됐다. 송 연구위원은 "벌써 산업 현장에서는 점점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 데이터로 나온다"며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갖고 미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중국, 유럽 등 주변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관세협상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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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월라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MOU 체결식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한미 양국 기관·기업 대표들이 참석했으며, 조선·원자력·항공·LNG·핵심광물 등 5개 분야에서 11건의 계약 및 MOU가 체결됐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25.08.26 photo@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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