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마약단속과 정권교체 경계 넘나들어"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퇴진 압박 강화 속
콜롬비아 페트로 대통령 '마약 지도자' 저격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압박이 마약단속과 정권교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리브해에서 잇단 군사작전으로 인한 의회의 해명 요구 속에 미국의 전통적 영향권인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일방적인 행보에 따른 지역 불안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카리브해 공습과 베네수엘라 압박에 이어 콜롬비아에 대한 원조 중단을 위협하고 나섰다며 '마약 단속과 정권 교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콜롬비아에 대한 미국의 원조 중단을 위협하며,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을 '불법 마약 지도자'라고 공개 저격했다. 이어 원조 중단과 새로운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
최근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을 동원해 카리브해에서 군사 작전을 펼쳐 7척의 선박을 공습 최소 32명이 숨졌다. WSJ은 해상 군사공격으로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마약 단속이 해당국 정부에 대한 직접 위협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약단속과 정권교체 사이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페트로 대통령은 좌파 게릴라 출신으로, 미국의 정책을 앞장서 비판해온 인물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압박 강화도 같은 맥락으로 평가된다. 이 지역 내에서 미군의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마두로 대통령이 계속 집권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 고위 행정부 관계자는 신문에 "목표는 그를 지치게 해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라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털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앙정보국(CIA)에 베네수엘라 내 비밀 작전을 승인했다고 밝혔는데 미국은 남부 국경을 봉쇄하고 해상 마약 유통을 차단한 뒤, 향후 항공 운송까지 단속하는 방향으로 작전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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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Air Force One) 안에서 언론과 대화하며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압박 강화 방침에 대해 미국 의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군사작전의 법적 근거와 명확한 목적을 밝히라고 백악관에 요구하고 있다. 마크 켈리(민주, 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전날 CBS의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우리에게 (라틴 아메리카를 대상으로 한 군사작전의) 법적 근거와 헌법상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고 폭로했다. 랜드 폴(공화, 켄터키) 상원의원도 NBC의 주말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증거나 신원 확인도 없이 사람들이 폭격으로 죽어 나가고 있다"며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이 오래전부터 베네수엘라와의 전쟁을 부추겨왔다"고 비난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끌어올린 라틴아메리카를 향한 군사적 압박 탓에 이제껏 코카인 생산과 무장세력 억제를 위해 미국의 블랙호크 헬리콥터와 첩보 지원, 군사훈련에 의존해온 콜롬비와의 안보협력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