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전쟁을 중재하며 가자지구 인질 석방과 휴전 합의를 성사시킨 가운데, 이번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목표로 한 외교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복수의 미국 행정부 관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직후 열리는 것으로, 그가 이번 가자지구 전쟁 평화 중재를 발판삼아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끝내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진단했다.
그러나 두 전쟁은 성격이 다르다. 이스라엘이 지역 내 군사 강국으로 자리한 반면, 러시아는 여전히 핵무기를 역량을 갖춘 글로벌 군사 대국이다.
이에 미국과 유럽 외교 당국자들은 가자전 종식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측의 전략 변화를 즉각 이끌진 못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트럼프의 중재 성공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외교적 동력이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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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블룸버그] |
트럼프 1기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 미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이번 성과는 트럼프에게 다른 주요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를 쥐여줬다"며 "그가 스스로를 실질적 중재자이자 평화 조정자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푸틴 역시 평화로 압박할 수 있다. 하마스가 인질을 풀었다면, 푸틴도 평화를 회복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외교 소식통들은 트럼프가 가자 평화협정에서 얻은 교훈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용한다면 핵심은 '압박'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하마스 지도부가 카타르 도하에서 공격받은 직후 이스라엘에 '20개 항 평화안'을 수용하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고, 카타르·이집트·튀르키예에는 하마스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도록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하마스가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면서 협정이 체결됐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트럼프는 아직 푸틴 대통령에 대해 같은 수준의 압박을 가하진 않았다. 트럼프는 최근 러시아의 주요 교역국인 인도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지만, 아직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나 2차 제재는 내리지 않았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원유 가격 상한을 우회해 전쟁 자금 조달에 핵심인 러시아의 불법 유조선 네트워크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에 대한 제재도 하지 않고 있다.
유럽 측은 러시아 경제가 전시 체제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금융 제재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핵무기 보유량과 전략 억제력 때문에 트럼프가 푸틴을 직접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에는 압박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본다.
오스트리아 국방 전문가 프란츠슈테판 가디는 "러시아의 핵전력은 어떤 압박 캠페인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역시 불필요한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행정부에 '토마호크' 장거리 순항미사일 지원을 요청했다. 사거리 약 2400km에 달하는 토마호크는 모스크바까지 타격 가능한 정밀 유도 미사일로, 우크라이나의 전력 공백을 메울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전날(12일) 트럼프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 지원을 "검토 중"이며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푸틴에게) '토마호크를 보낼 수도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궁극적으로 푸틴과 직접 휴전 합의를 추진한 뒤 젤렌스키에게 이를 수용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트럼프가 가자 협상에서 마주하지 않았던 중국 변수도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경제·외교 후원국으로, 미국이 가자지구 평화 중재에 중동에서 신뢰 관계를 구축했던 카타르·이집트·튀르키예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트럼프는 최근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 조치에 맞서 내달부터 100% 관세 부과를 예고했지만,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러시아가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만큼, 트럼프가 중국을 설득해 푸틴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1기 때 우크라이나 특사를 지낸 커트 볼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는 "중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러시아에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시점이 온다면, 그건 매우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