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저점에서 두 배 이상 랠리
이브트로지 FDA 승인 획득
매출 급증과 대규모 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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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지난 6월 이후 누베이션 바이오(NUVB)의 주가 랠리가 월가에 화제다. 단기간에 두 배 이상 폭등한 것.
투자은행(IB) 업계는 추가 상승을 강하게 확신하는 모양새다. 앞으로 1년 사이 업체의 주가가 최대 3배 뛸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판단이다.
누베이션 바이오 주가는 10월9일(현지시각) 3.75달러에 거래를 종료해 2025년 초 이후 약 45% 급등했다. 특히 지난 6월17일 1.71달러에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지난 5년 사이 65% 떨어졌던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약 70% 상승하며 강한 반전을 연출했다.
희귀 폐암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는 누베이션 바이오가 6월 이후 강한 상승 랠리를 펼친 데는 미 식품의약청(FDA)의 ROS1 양성 비소세포암 치료제인 이브트로지(Ibtrozi)의 승인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FDA는 성분명이 탈레트렉티닙(Taletrectinib)인 누베이션 바이오의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승인했다.
약물은 ROS1 유전자 변이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목적을 두고 개발됐다. ROS1은 희귀 유전자 변이로, 전체 폐암 환자 가운데 1~2%의 분포로 나타난다. 특히 젊은 환자와 비흡연자들 사이에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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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베이션 바이오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 |
이어 누베이션 바이오는 9월 말 이브트로지의 임상 3상 시험에 본격 나섰다고 발표했다. 초기 단계의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첫 환자 등록을 완료했다는 소식이다. 업체는 ROS1 유전자 변이 환자들 이외에 폐암 수술 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약물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월가와 의료계가 이브트로지에 커다란 기대를 거는 가장 큰 이유는 뇌전이 환자들의 치료에 효능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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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식품의약청(FDA) [사진=블룸버그] |
폐암은 뇌전이가 흔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존의 항암제는 뇌에 거의 침투되지 않기 때문에 뇌전이가 발생한 환자의 치료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누베이션 바이오가 개발한 이번 약물은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한다는 사실이 임상 시험을 통해 확인됐다. 뇌전이 환자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뇌전이 환자들 사이에 지속적이면서 높은 반응율과 함께 안전성 측면에서도 이브트로지는 커다란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보도에 따르면 업체는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가운데 가장 대규모로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누베이션 바이오의 신약이 차세대 표적 항암제로 광범위하게 도입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경구용 ROS1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라는 점에서 진일보한 약물이라는 데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브트로지가 미 FDA의 돌파구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및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데 따라 누베이션 바이오가 강한 실적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월가는 기대한다.
사실 이브트로지는 미국에 앞서 2025년 1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먼저 승인을 받았다. 승인 이후 이노벤트 바이올로직스가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약품의 마케팅에 나섰다.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 랠리에 힘을 실었고, 유럽 주요국에서도 도전장을 던졌다.
월가는 약물의 뇌 침투력이 확인된 만큼 기존의 비소세포폐암 항암제를 압도하며 시장 영역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이른바 G2 시장을 동시에 확보한 점도 누베이션 바이오의 향후 실적과 주가에 커다란 호재라는 분석이다.
파이프라인의 확장성에 대해서도 투자은행(IB) 업계는 낙관하는 모양새다. 초기 폐암에 이어 진행성 암, 더 나아가 다른 ROS1 양성 암종까지 적용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누베이션 바이오는 2025년과 2026년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예고했다. 2025년 매출액이 1534만달러를 기록한 뒤 2026년 9048만달러로 뛰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
이미 업체는 2025년 2분기 세 배 이상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2분기 매출액이 483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2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업체는 5901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업체가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했지만 월가는 재무적인 안정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양새다.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데다 2분기 말 기준 약 6억달러를 웃도는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상당 기간 운전 자금이 부족하거나 심각한 자금난에 빠질 위험이 제한적이라는 진단이다.
ROS1 양성 암의 경우 제약사들 간에 경쟁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브트로지가 희귀암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인 입지를 확보할 여지가 높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약값 책정에 있어서도 누베이션 바이오가 유리한 입장이라고 월가는 설명한다.
희귀 질환의 경우 시장 자체의 규모가 작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업체가 뇌전이 폐암도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표적 항암제를 앞세워 존재감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월가는 기대한다.
누베이션 바이오는 지난 2018년 데이비드 T. 헝 박사가 설립한 종양학 전문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유전적으로 정의된 암(genetically defined cancers)을 일으키는 비정상 키나제(kinase) 신호를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키나제 억제제 개발에 주력한다.
키나제란 생체 내에서 기질에 인산기를 전달하는 효소로, 주로 단백질과 당, 지질 등 다양한 생체 분자를 인산화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 내 신호 전달과 대사 조절의 핵심 효소로, 생명 현상에서 중차대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키나제에 대한 의료계의 설명이다.
월가는 창업자인 헝 박사를 포함해 누베이션 바이오의 리더십이 의료계에서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둔다. 전체 인력의 70~80%가 의학박사(MD) 또는 박사(PhD) 학위를 보유하고 제약 개발 전 과정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신약 개발을 위한 인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헝 박사는 과거 엑스탄디(Xtandi)를 개발한 메디베이션(Medivation)을 창사했던 인물이다. 엑스탄디는 엔잘루타마이드(Enzalutamide)라는 성분의 전문 의약품으로, 전립선 암 치료에 사용된다.
그는 엑스탄디 개발에 성공을 거둔 뒤 메디베이션을 미국 거대 제약사 화이자(PFE)에 140억달러에 매각한 바 있다.
다만, 그가 과거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 시험에서 실패했던 경험은 공매도 세력들 사이에 종종 누베이션 바이오의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