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시즌 외국인 타자 최다 홈런·리그 최다 타점 신기록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삼성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KBO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경쟁에 불을 지폈다.
디아즈는 25일 대구에서 열린 키움과의 홈경기에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는 5타수 2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삼성이 12-3 대승을 거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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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삼성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지난 25일 대구 키움전에서 150타점을 기록한 뒤 박병호(오른쪽)과 축하하고 있다. [사진 = 삼성] 2025.09.25 wcn05002@newspim.com |
경기 전까지만 해도 디아즈는 시즌 48홈런 146타점을 기록, 2015년 삼성 소속으로 활약했던 야마이코 나바로의 외국인 타자 단일 시즌 최다 홈런(48개)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또 그해 박병호(당시 넥센)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타점(146개)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단숨에 두 개의 벽을 허물며 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경기 초반에는 침묵이 이어졌다. 첫 두 타석에서 병살타와 내야 땅볼로 물러난 디아즈는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마침내 방망이를 날카롭게 휘둘렀다. 1사 3루 찬스에서 좌익수 방면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147번째 타점을 추가했다. 이는 박병호가 보유했던 기존 기록을 뛰어넘는 단일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이었다.
6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아쉽게 중견수 플라이에 그쳤으나, 마지막 타석에서 다시 한 번 KBO의 역사를 갈아치웠다. 8회 2사 1, 3루 상황, 상대 투수 김동규의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아치를 그린 것이다.
이 한 방으로 시즌 49호 홈런과 150타점을 동시에 기록한 그는 단일 시즌 외국인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시에 KBO리그 최초의 150타점 타자라는 대업적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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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윈 디아즈. [사진=삼성] |
디아즈의 이번 시즌 기록은 단순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을 넘어 리그 전체 판도를 흔들고 있다. 그는 140경기에서 타율 0.307(538타수 165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009, 49홈런 150타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타점·장타율(0.636)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으며, OPS 2위, 최다 안타 3위, 2루타 공동 5위, 득점 공동 5위, 타율 12위 등 거의 모든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MVP의 주인공은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평가받는 코디 폰세(한화)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폰세는 28경기에서 17승 1패, 174.2이닝 242탈삼진, 평균자책점 1.85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까지 갈아치우며 2011년 윤석민 이후 첫 투수 4관왕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전반기만큼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경기력이 사라졌고, 드류 앤더슨(SSG)이 탈삼진 부문에서 2개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무패 행진도 지난 20일 kt전에서 멈추면서 압도적인 MVP 후보에서 조금은 멀어졌다.
바로 이 틈을 디아즈가 파고들었다. 특히 2025년 KBO리그가 '투고타저' 흐름 속에 있다는 점에서 디아즈의 가치는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리그 평균자책점은 4.32로 10구단 체제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수치다. 뛰어난 외국인 투수들이 대거 활약하면서 리그 전반적으로 타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와중에 디아즈는 압도적인 장타력과 생산성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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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윈 디아즈. [사진=삼성] |
종전 기록 보유자였던 박병호조차 디아즈의 성취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시즌 초반부터 중요한 순간마다 좋은 활약을 보여줘서 이 기록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내 기록이 10년 만에 다시 조명받은 것도 디아즈 덕분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기록을 세우길 바란다"라며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디아즈는 인터뷰에서 "50홈런을 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MVP에 대해서는 시즌이 끝난 뒤 생각하고 싶다. 다른 경쟁자들과 성적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너무 고르기 힘들면 MVP를 2명 줘도 되지 않겠느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삼성은 이제 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디아즈는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432, 5홈런을 기록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만약 50홈런 고지를 밟는다면, 2015년 박병호(53홈런) 이후 10년 만에 KBO에서 다시 등장하는 '50홈런 타자'가 된다. 디아즈는 이미 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있지만, 아직 그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