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로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경제계 우려와 혼란 가중...오해와 과장도 존재
뉴스핌 'KYD', 김종석 교수 사회로 전문가 대담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재계의 반대와 우려에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되며 우리 사회의 반응이 뜨겁다.
노조법 2조는 '사용자'의 정의와 '쟁의행위' 범위를, 3조는 노동쟁의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규정하는 조항이다. 노란봉투법은 ▲원청 책임 확대 ▲파업 손해배상 및 가압류 완화 ▲쟁의 범위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현행법은 원청과 하청 노조 및 간접고용 노조가 '직접 고용 관계'가 없으면 교섭 의무가 없지만 개정 후에는 하청·파견·용역 노동자도 원청과 단체교섭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현재는 불법 파업 등으로 회사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전액 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개정 후에는 합법적인 쟁의에 따른 손해는 배상 청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아울러 현재는 쟁의 범위가 임금·근로조건 등에 한정돼 있지만 개정 후에는 해고·구조조정 등 경영상 결정에 대한 내용도 쟁의행위 사유로 인정된다.
이에 뉴스핌 유튜브 KYD(Korea Youth Dream)는 '이슈터미네이터' 대담을 통해 이번 노란봉투법 개정의 의미와 기업, 노동계, 정부, 국회의 대응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대담은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석좌교수(전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 전 국회의원)의 진행으로 이상희 한국공학대 지식융합학부 교수와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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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유튜브 KYD 는 '이슈터미네이터' 대담을 통해 노란봉투법 개정의 의미와 기업, 노동계, 정부, 국회의 대응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대담은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석좌교수(전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 전 국회의원)의 진행으로 이상희 한국공학대 지식융합학부 교수와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가 참여했다. [사진=뉴스핌 DB] |
다음은 뉴스핌 KYD 이슈터미네이터 대담 전문 ②이다.
▲김종석 : 정부 정책실장이 부작용이 생기면 고치겠다고 얘기한 것은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발언인데, 시행령에 안전장치를 둘 조항 자체가 없다는 것이 이 법이 굉장히 경직적이라고 들립니다. 앞으로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됩니다. 이제 재계와 노동계가 제기한 핵심 쟁점별로 하나씩 논의해 보겠습니다.
먼저 가장 많이 논의되는 쟁점인 '사용자 범위 확대'입니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하청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점과 이 조항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교수님, 어떤 문제점이 있어서 이런 조항이 나오게 된 것입니까?
▲이상희 : 예를 들어 하급심에 올라와 있는 현대제철이나 한화오션 사건에서 원청에게 교섭 의무가 있다고 인정된 내용은 안전 보건에 대한 사항이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원청에게도 하청 종사자들의 안전을 배려하도록 하고 있는데, 하청 노동조합은 자신의 안전과 관련된 요구를 원청 사업주에게 직접 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자신의 안전 문제를 간접적으로만 호소할 수밖에 없어 직접적으로 호소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안전 보건 의무 내용 같은 것은 원청도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이라는 법률 규정을 둔다고 해서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법원에서는 실질적 지배력에 따라 사용자에게 교섭 의무가 있는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이 들어감으로써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에게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 더 많아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갈등을 불러올 소지는 충분하지만, 실질적으로 효과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김종석 : 김 변호사님, 원청의 교섭 의무가 확대되면 이 법을 추진한 쪽에서 예상한 대로 근로자의 권익이나 건강 보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실무적으로 어떤 혼란이나 부작용이 예상됩니까?
▲김종수 : 안전 보건과 같은 문제는 이미 법에서 원·하청 간 협의체 구성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법을 통해 하청 노조가 원하는 것은 원청을 상대로 도급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법 구조상 근로자의 임금을 정하는 것은 하청 사업주이고, 원청은 도급비를 지급할 뿐입니다.
과거 판례는 원청이 직접 정해서 지급하는 격려금 등은 교섭 대상이 된다고 인정했지만, 일반적인 임금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측에 하청이 원청을 상대로 모두 교섭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지침이 나오더라도 법정 투쟁을 통해 판례를 뒤집으려는 시도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엄청난 진통을 가져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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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한국공학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사진=뉴스핌 DB] |
▲김종석 : 해외에도 하청업체가 원청에게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습니까?
▲이상희 : 외국 사례를 우리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단체 교섭은 근로계약 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실질적 지배력' 사례는 원청이 하청 사용자처럼 행동한 경우에 한정되며,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자에게 교섭 의무를 지우고 파업을 용인하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김종석 : 시행령 위임 근거가 없어 지침으로 운영해야 할 텐데, 일각에서는 이렇게 되면 원청인 대기업들이 강성 노조를 가진 하청 기업들을 장기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실제로 그런 가능성이 있습니까?
▲김종수 : 중견기업들이 그러한 우려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생겼다는 이유로 계약을 종료하면 부당노동행위이므로 법적으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조가 강성 파업으로 도급 업체가 제 역할을 못하거나, 도급 단가가 높아져 다른 기업으로 바꿔야겠다고 경제적인 결정을 내릴 수는 있습니다. 이는 부당노동행위가 아닙니다.
▲김종석 : 일부에서는 기업이 해외로 나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김종수 : 요즘 기업들은 자동화를 많이 하고, 심지어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인건비가 싸다고 합니다. 대기업들은 미국 진출을 많이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종석 : 원·하청 구조 관계는 이 정도로 마치고, 두 번째 쟁점인 '손해배상 청구 제한'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왜 막느냐는 단순한 의문이 들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교수님, 손해배상 소송이 노동권 행사를 위축시키는 과잉 소송의 경험이 있었습니까?
▲이상희 : 양측의 입장이 다릅니다. 현행법상 정당한 파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를 일체 할 수 없지만,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민법의 책임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어 이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과거에 손해배상 청구 때문에 근로자 분신 사태가 생기는 등 논란이 계속되었습니다.
법 개정 전에도 대법원은 조합 간부에게 집중되는 손해배상 책임을 조정하려는 판례를 내놓고 있었습니다. 불법 파업에 대한 책임을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행위를 했는지 따져야 한다는 판례가 등장하고 있던 와중에 이 규정이 들어왔습니다. 이 규정은 노동조합의 파업 동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책임이 줄어들 여지가 있으므로 파업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사용자 측에서는 불법 파업을 자제할 수 있는 요인이 줄어들지 않느냐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김종석 : 김 변호사님, 불법으로 인해 발생한 기업의 손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법리나 상식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파업을 조장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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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사진=뉴스핌 DB] |
▲김종수 : 손해배상 자체를 전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불법 행위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파업 시 직장 안에서 점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손해액이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쌍용차 파업처럼 불법적인 행위들이 많이 일어났을 때, 손해배상 청구 제한 규정이 있으면 이를 적절하게 제재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정부가 노사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므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노조가 회사를 점거하고 조업을 중단시키면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동안은 손해배상 가압류로 압박을 주어 해결하려 했지만, 이마저 막아놓았기 때문에 앞으로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많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김종석 :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범위가 이번 법에서도 어느 정도 규정되어 있습니까?
▲김종수 :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공동 불법 행위' 시 한 사람에게 책임을 몰리게 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손해액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는데, 이를 한 사람에게 몰아 청구할 수 있어 그 사람은 평생 신용불량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개선하여 개인의 가담 정도와 경제 상황을 따져 책임을 인정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노란봉투법에도 이 내용이 동일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둘째,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형편을 주장하여 법원에서 손해배상 청구액 자체를 감경할 수 있는 조항이 있습니다. 또한, '권리 남용' 조항이 있어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가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할 목적인 경우 청구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손해배상 소송 청구 시 노조 측이 이를 방어하는 데 매우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종석 : 기존 대법원 판결보다 이번 법이 더 적극적으로 근로자의 경제적 권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되어 있습니까?
▲이상희 : 대법원이 해석을 통해 조합 간부의 책임을 개별적으로 조정한 측면이 있다면, 이 법은 거기에 더 많은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더한 것입니다.
▲김종석 : 손해배상을 할 수 있는데, 대법원 판례로 인정됐던 것보다 더 제약을 가한 조건이 본문에 들어갔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이상희 : 연대보증 책임처럼 손해배상 책임 법리는 유지되지만, 실제 결과가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영계에서는 불만이 있는 것입니다.
▲김종수 : 저희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손해배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해자가 입힌 손해를 100% 메꿔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법이 통과되면 피해자가 손해를 100% 보전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법원이 '너는 천만 원만 받아라, 9천만 원은 청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잘못한 게 없는데, 남은 9000만원을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