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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김창열회고전' 아직 못보셨나요? "물방울이 전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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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말하기위해 찾은 가장 절제된 형식' 물방울
전생애 창작여정과 예술세계 망라한 대규모 전시
미공개작 31점,뉴욕시기 작품 포함 120여점 공개
김창열 상징하는 '물방울'로 향하는 예술여정 조명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우리에게 '물방울 화가'로 널리 알려진 김창열은 말했다. "말없이 말하기 위해 찾은 형식이 물방울이었다"라고. 가장 절제된 조형어법이 김창열에겐 물방울이었던 것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물방울 그림'의 작가 김창열의 예술세계는 그러나 물방울이 전부는 아니다. 그는 데뷔초 다양한 대상과 앵포르멜 작업을 두루 시도했고, 뉴욕시기에는 이른바 '옵아트'에도 심취해 강렬한 옵아트 작품을 여러 점 남겼다.

한국인 모두에게 물방울 작품으로만 오랫동안 각인된 김창열의 다채로운 예술세계와 창작여정을 살펴보는 대규모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하 MMCA,관장 김성희)은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김창열의 작고 이후 첫 대규모 회고전을 오는 12월 21일까지 개최한다. 아직 김창열 회고전을 보지 못했다면 서둘러야 한다. 폐막일이 가까와오면 몰려드는 관람객으로 쓸려다니다가 앞사람 뒷꼭지만 보다 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김창열 회고전의 물방울 전시실 전경. 어두운 공간에 오직 3점의 물방울 작품이 걸려 침묵 속에서 작품에 몰입하게 만든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5.08.21 art29@newspim.com

MMCA는 한국 근현대미술사 정립을 위해 원로작가및 당대 미술사 연구에 기반한 전시를 선보여왔다. 이번에 그 일환으로 김창열의 작업을 총체적으로 재조명했다.

김창열은 1950년대 앵포르멜 운동을 주도하며 서구 현대미술의 어법을 한국적 정서로 녹여내는데 힘썼다. 1965년 뉴욕으로 이주하며 작업했고, 1969년에는 파리에 정착했다. 작가는 혼돈의 이 시대에도 자신만의 독자적 예술에 도달하기 위한 실험을 묵묵히 이어갔다. 하지만 이 시기 작업들은 일반에겐 별반 소개되지 않아 우리는 1970년대부터 평생에 걸쳐 천착한 물방울 작업으로만 김창열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물방울 그림은 김창열을 통칭하는 상징이자 작가와 동의어다. 하지만 물방울 이전에 작가는 어떤 창작에 몰두했으며,  물방울 그림이 나오기까지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김창열 회고전은 작가의 전 시기 창작여정을 세밀하게 조명하면서 작품세계에 내재된 근원적인 미의식을 중심으로 물방울 회화의 전개과정을 탐색한다. 또 그동안 작품의 대중적, 상업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김창열 작업에 대한 미학적 연구를 심화해 한국미술의 정체성과 동시대적 가치를 다시 짚어본다는 목표도 있다.

전시는 6,7전시실에 상흔, 현상, 물방울, 회귀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8전시실에서는 미공개 자료와 작품들로 이루어진 '별책부록'같은 공간을 조성해 작가의 삶과 창작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유리를 깎아 만든 김창열의 물방울 조각과 초기 미공개 회화들이 함께 걸린 김창열 회고전 전시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5.08.21 art29@newspim.com

◆첫 번째 장 '상흔'=MMCA 6전시실에서 시작된 전시는 김창열의 초기작을 중심으로 작가의 예술세계가 형성된 시대배경과 활동을 살펴본다. 평안남도 맹산 출신인 김창열은 16세에 홀로 월남했다. 해방과 분단, 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맞닥뜨리며 삶과 죽음의 문제를 처절하게 겪은 그에게 이 때의 상흔은 예술세계 전반에 중요한 바탕이 됐다. 

유년기와 청년기를 극단적 생존상황 속에서 보낸 김창열에게 '죽음과 삶'이라는 주제는 필연적으로 내면화되었고, 일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해방 이후에는 이쾌대(1913~1965)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교육받으며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했다. 당시 성북회화연구소는 쟁쟁한 예비작가들이 운집해 열정이 불꽃 튀던 곳이다. 김창열은 서울대학교 미대에 입학하지만 한국전쟁 발발로 학업은 중단됐고, 경찰전문학교에 입교했다. 이후 제주도에서 1년 6개월간 경찰로 근무하며 그림뿐 아니라 문학활동에도 참여했다.

1950년대 후반 김창열은 '현대미술가협회' 창립을 주도하며 서구에서 유입된 앵포르멜미술을 한국 상황에 접목하려는 실험을 이어갔다. 김창열에게 앵포르멜은 단순한 양식이 아니라, 총알 자국과 탱크의 흔적처럼 전쟁의 고통스런 절규를 화면에 메우는 행위였고, 죽음을 위로하는 제의(祭儀)였다. '제사'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이 많았는데 이 시기는 그의 예술세계에서 상처를 형상화하는 중요한 시작점이 되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김창열 '무제', 1969년경, 캔버스에 유화물감, 20.5×20.7cm. 뉴욕 체류 시기에 그렸던 작품 중 하나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2025.08.21 art29@newspim.com

김창열은 국제무대에 한국 현대미술을 알리는 것에도 적극적이었다. 1961년 제2회 파리비엔날레, 1965년 제8회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참여하며 당시 체계적인 국가 지원이 거의 없던 상황 속에서도 해외 무대를 노크했다. 이같은 활동은 작가 자신에게 예술적 전환을 맞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1장 '상흔'에서는 상파울루비엔날레 출품작과 앵포르멜 이전 시기의 작품으로 미공개작인 '해바라기'(1955) 등이 나왔다. 또 경찰 시절 경찰전문학교 격월간지 '경찰신조'의 표지화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한가지 특기할만한 것은 이번 전시는 작품의 뒷면에서 전시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캔버스의 이면을 조명하며 대형 전시의 첫 장을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1967년 '제사'라는 작품의 뒷면에는 '살과 혼(Flesh and Spirit)'이라는 절절한 글귀가 영문 서명 밑에 적혀 있다.  

작가는 "내 고교 동기 120명 중 60명이 전쟁통에 죽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총알에 살점이 찢기고,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죽어가는 친구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작가는 평생에 걸쳐 이 처참했던 전쟁의 기억과 상처를 조형화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장 '현상'= 이 섹터에서는 뉴욕, 파리에 머물던 전환기 작업을 중심으로 그동안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김창열의 추상회화와 물방울의 기원을 암시하는 조형적 징후를 살펴본다. 1965년 작가는 김환기(1913-1974)의 권유로 록펠러재단 지원을 받아 뉴욕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그의 앵포르멜 회화는 뉴욕서 주목을 받지 못했고, 자본주의 소비사회에서 느낀 정서적 이질감은 그에게 큰 소외감과 회의를 안겼다. '사실 전쟁의 시기 보다 더 참혹했다'고 되뇌었을 정도로 김창열의 4년 뉴욕생활은 깊은 절망의 연속이었다. 생계를 위해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 했고, 넥타이 공장에서도 일했다.

하지만 작가의 실험과 모색은 끊이지 않았다. 앵포르멜의 두터운 질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환을 모색했는데 정제된 화면 위에 기하학적 형태와 착시적 공간감의 조형실험을 전개했다. 이후 김창열은 1969년 파리로 이주했는데 이 시기에 제작된 '현상'연작은 이전의 차가운 기하학적 형태가 녹아내리는 듯 유기적 형상으로 바뀐다. 응집된 덩어리는 마치 인체의 장기처럼 점액질로 표현됐는데 작가는 이를 '창자 미술'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파리 초기의 이같은 실험은 '물방울 회화'의 전조로,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전시에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뉴욕시기 미공개 회화 8점과 드로잉작업 11점, 최초의 물방울 작품으로 알려진 '밤에 일어난 일'(1972)보다 1년 앞서 제작된 1971년의 물방울 회화 2점이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김창열 '제사', 1966, 캔버스에 유화 물감, 162×13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2025.08.21 art29@newspim.com

신체성, 물질성, 추상과 재현 사이의 경계를 탐색한 이 시기 회화실험은 곧이어 등장할 '물방울' 회화의 시그널이자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장 '물방울'= 마침내 물방울이 등장하는 세 번째 섹터에서는 김창열 회화의 정수에 해당되는 '물방울'의 조형적 특징과 전개 양상에 초점을 맞춰 구성됐다. 캔버스에 맺힌 물방울이 완결된 형태의 조형성을 보이며 끈적이던 점액질 형상이 마침내 투명한 물방울로 변화하는데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오랜 조형실험과 존재론적 사유 끝에 도달한 결과였다. 

작가는 파리 외곽의 마굿간 작업실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물방울 그림의 물꼬를 텄고, 이후 이에 전념했다. 캔버스와 유화물감을 살 돈도 태부족했던 김창열은 캔버스를 재활용하기 위해 간밤에 뿌려둔 물이 아침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것을 보고 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물방울의 그 충만함에 매료된 작가는 신들린 듯 붓을 들었고, 물방울 회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1971년 어느날이었다.

1973년 파리에서 개최한 개인전에서 그의 물방울 그림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초기 김창열은 에어스프레이(Air spray) 기법으로 극사실적인 물방울을 그렸고, 점차 캔버스와의 물리적 관계를 재고하면서 얼룩, 콜라주기법을 도입하는 등 작업의 형식을 확장해 나갔다. 

김창열의 물방울은 단순한 물질적 형상을 넘어, 동아시아 철학의 전통과 깊은 접점을 이룬다. 또 초현실적 감각도 불러일으키는데 전시에는 1973년 초기 물방울부터 후기 물방울까지 대표작들이 망라됐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김창열 '물방울', 1979, 캔버스에 유화 물감, 80.5×100cm, 개인 소장 2025.08.21 art29@newspim.com

그러나 물방울의 등장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실험과 고민 끝에 이룬 필연적 발견이었다. 특히 물방울은 언제 어디에 맺히든 '구'(球)의 형태를 띠며, 이전 앵포르멜 시기 작품에 자주 등장하던 '구멍'의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다.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구체의 조형적 변주가 물방울로 이어진 셈이다.

김창열의 물방울은 사실적이면서도 실재와 환영 사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에어 스프레이 기법을 활용한 초기 물방울은 거친 생지, 모래, 나무같은 바탕 위에 놓이는데, 물방울이 그 바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듯한 느낌을 준다. 1970년대 후반에는 물방울의 얼룩 자국이 등장했고, 1980년대에는 회화적인 표현과 콜라주 등 다양한 변화가 이어진다.

김창열에게 물방울은 단순한 자연의 이미지가 아니라, 정화수이자 눈물, 소변, 생명, 무(無)에 이르기까지 존재의 다양한 상태를 아우르는 상징이자 기표다. 그의 물방울은 마침내 삶과 죽음, 실재와 허상을 넘나들며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품은 조형언어로 귀결된다.

◆마지막 장 '회귀'=김창열의 대형 물방울 그림을 너른 전시실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섹터다. 관객은 천자문 작업에서 나타나는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통해 작가의 '창작과 사유의 근원'을 조우하게 된다. 1980년대 중반 김창열은 화면에 문자를 도입하며 새로운 표현세계를 활짝 열어젖혔다. 르 피가로 등 신문지 위에 물방울을 그리던 작가는 글자와 이미지가 맺는 긴밀한 관계에 깊이 빠져들었고, 이는 천자문을 활용한 '회귀'연작으로 이어졌다. 작가에게 천자문은 단순한 글자라기 보다 자연과 우주의 질서를 인식하는 기호였다. 

천자문은 작가의 유년기와도 깊이 연결된다. 김창열은 어린 시절 조부로부터 천자문과 서예를 배웠다. 천자문을 습자지에 쓰듯 작가는 대형 화폭을 글씨로 채워나갔고, 이는 유년으로의 회귀이자 동양적 정서의 환원 의지다. 나아가 깊은 사유의 시공간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김창열 '회귀 SNM93001', 1991, 마에 먹, 유화 물감, 300×195×(4)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2025.08.21 art29@newspim.com

노년에 이르러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은 삶과 예술을 잇는 실존적 동반자로, '회귀' 연작은 삶의 상흔을 붓질로 꿰매는 진혼의 행위로 승화됐다. 문자와 물방울이 만나고 오버랩되는 이 후반기 작업은 김창열 예술의 본질을 드러내는 조형적 성취다. 작가 스스로에게는 '존재의 뿌리'를 되묻는 작업이다. 

미술관측은 관람객이 작가의 대형작품을 보다 몰입감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가로 7.8m의 대형작품 '회귀'(1991)를 최초로 공개한다. 아울러 작가의 삶과 예술여정을 육성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의 축약본도 전시실 한켠에서 상영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의 김창열 회고전 중 제 4장 '회귀'에 나온 천자문과 물방울이 어우러진 작품. [사진=국립현대미술관] 03 2025.08.21 art29@newspim.com

◆별책부록 8전시실 '무슈 구뜨(물방울씨)'=파리 외곽 팔레조의 마굿간을 떠나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 뒤, 김창열 작가는 문패에 이름 대신 물방울 하나를 그려 넣었다. 자연스레 그는 '무슈 구뜨(Monsieur Gouttes,물방울 씨)'로 불렸고, 작업실은 예술가와 지인들이 모여드는 사랑방이 되었다. 

8전시실에 마련된 작가 관련 아카이브 공간은 김창열의 삶과 예술의 또다른 면모를 비추는 별도의 공간으로, 찬찬히 둘러볼만한 전시물이 여럿이다. 이 곳에서는 작가가 오랫동안 상상력의 원천으로 삼았던 초현실주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상형시 'Il pleut(비가 온다)'에서 착안해 제작한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작품 'Il pleut(비가 온다)'(1973)가 소개되고 있다. 물방울로 시의 구조를 번역해낸 이 작품이 전시되는 것은 나라 안팎을 떠나 처음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회고전은 그동안 미흡했던 김창열 작가의 연구를 보완하고, 공백으로 남아있던 시기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계기"라며 "김창열이라는 예술가를 새롭게 발견하고 재정립하는 기회이자, 그의 삶과 예술이 지닌 고유한 미학과 정서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는 12월21일까지 계속되는 김창열 회고전의 관람료는 2000원. 만24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무료. 매주 수,토요일 야간개장(오후6~9시)에는 입장무료. 월요일 휴관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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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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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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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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