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모델링 비용 너무 늘어"...부실 관리 강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연준)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 카드로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건물 개보수 프로젝트를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파월 의장을 해임하려는 목표를 달성할 것 같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3%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지만, 올해 트럼프 집권 2기가 시작된 이후 금리를 계속 동결 중이다.
이달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해임을 작정한 듯한 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연준 독립성 훼손이 가져올 파장 등을 고려해 공식적으로는 '해임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최근 미 대법원은 대통령이 단순히 정책적 견해 차이만으로 파월을 해임할 수는 없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직무 태만이나 위법 행위' 등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해임이 가능하다는 여지는 남겨뒀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조항에 주목하고 있으며, 워싱턴에 있는 두 개의 연준 건물 리모델링을 파월이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점을 들어 전례 없는, 법적으로도 의심스러운 해임 시도를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 때부터 시작된 오래된 계획이지만, 백악관의 주목을 받은 것은 최근이다.
지난주 한 기자가 연준 리모델링 문제가 해임 사유가 될 수 있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그렇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파월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 5월 이전에 실제로 해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 프로젝트의 예산이 애초보다 7억 달러나 증가한 25억 달러에 달한다며 비판 중인데, 이날 연준 공사 현장을 직접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공사비가 31억 달러로 불었다는 서류를 내보이며 파월을 압박했다.
파월 의장은 해당 수치가 이미 5년전 완공된 (본관 건너편) 마틴 빌딩의 리모델링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며 반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쨌든 전체 비용의 일부"라면서 계속해서 비용 문제를 살펴보겠다고 경고했다.
연준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번 개보수가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약 3000명의 워싱턴 본부 직원들을 적은 수의 건물로 통합하면서, 지금처럼 추가로 사무공간을 임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으며, 동시에 비용 절감을 위해 임의로 계획을 변경했다며 비윤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스 보트 백악관 예산국장은 파월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가 연준의 "사치스러운(overly ostentatious)" 시설 개조 계획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트에 따르면 연준의 계획에는 "옥상 정원, VIP 전용 식당과 엘리베이터, 수경 장식, 고급 대리석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VIP 식당도 없고, 새 대리석도 없고, 특수 엘리베이터도 없으며, 물 장식도 없고, 옥상 정원도 없다"고 반박했다. 연준은 이러한 항목들이 2021년 제출된 초기 계획에서 이미 제외됐다고 밝혔다.
연준은 자신들이 백악관이 아닌, 상·하원과 독립 감사관에게 보고하는 기관임을 강조했고, 파월 의장 현재 프로젝트의 비용에 대한 감사를 연준 자체 감사관에게 요청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설마하던 파월 해임 리스크가 현실이 될 경우 금융시장이 받게 될 충격파를 우려하고 있다.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는 25일 기준 파월 의장의 올해 중도 해임 가능성을 약 20~25% 사이로 평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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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공사가 진행 중인 연준 본부를 방문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2025.07.25 kwonjiu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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