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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업계 생존 위기인데...삼표, 배처플랜트 도입 움직임에 '속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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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배처플랜트 설치에 '중간' 입장 고수...타 레미콘 기업과 차별적
핵심 계열사 삼표시멘트 매출 기여 높아...시멘트업 이익 가능성
부동산 개발업체로 체질개선 시도...건설사와의 이해관계 고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공사 현장에서 레미콘을 제조하는 배처플랜트의 확대 도입을 앞두고 레미콘업계가 생존 위기를 호소하고 있지만 삼표그룹은 레미콘 기업 삼표산업의 타격 가능성에도 속웃음을 짓고 있다.

삼표그룹의 핵심 사업인 시멘트업이 배처플랜트 확대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또 삼표그룹이 새로운 정체성으로 지향하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배처플랜트 도입은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표그룹이 자사 이익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배처플랜트를 둘러싼 갈등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표그룹 지배구조도.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표그룹은 건설현장 내 배처플랜트 설치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닌 중간' 입장을 고수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배처플랜트란 시멘트, 모래, 자갈 등 콘크리트 구성 재료를 조합해 레미콘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배처플랜트가 건설현장에 설치되면 현장에서 즉시 레미콘 생산과 공급이 가능해진다. 지금은 외부 레미콘 공장에서 생산된 레미콘을 건설현장으로 운송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부 대형건설사들은 현장 배처플랜트 도입 시 운송 지연 없이 레미콘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레미콘 제조사들은 배처플랜트 확대로 레미콘 출하량이 감소할 것이라며 불안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건설현장에서 배처플랜트 설치 논의가 이뤄지는 등 건설업계의 배처플랜트 확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에 다수 레미콘 제조사들이 일감 축소를 우려하고 있지만 삼표그룹의 기조는 사뭇 다르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배처플랜트를 환영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삼표그룹의 여유로운 행보는 그룹의 사업구조와 관련이 깊다. 삼표그룹에서는 삼표산업과 삼표레미콘이 레미콘 사업을, 삼표시멘트가 시멘트 사업을 하고 있다. 정도원 회장은 실질적 지주사인 삼표산업 지분을 25.9% 소유하고 있다. 삼표산업은 삼표시멘트 지분 54.7%을 보유한 최대주주며 삼표시멘트는 삼표레미콘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삼표산업→삼표시멘트→삼표레미콘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실제 지난해 삼표산업의 연결기준 매출액 1조5959억원 중 49.5%인 7908억원의 매출액을 삼표시멘트가 차지했다. 삼표산업이 삼표피앤씨(콘크리트제품 제조업체), 엔알씨(골재채취 및 제조업), 에프티에스(산업용 기계 및 장비 도매업) 등 다양한 기업을 지배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이때 삼표시멘트의 매출은 시멘트 사업부문 93.9%, 레미콘 사업부문 6.1%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삼표그룹은 '레미콘 대형 3사'로 불리지만 주력 사업은 레미콘보다 시멘트에 가깝다.

현장 배처플랜트 도입 확대는 레미콘업계에 큰 타격이지만 시멘트업계에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시멘트는 레미콘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시멘트사들과 레미콘사들은 시멘트 가격을 두고 갈등을 겪어 왔다. 배처플랜트 사업자라는 신규 이해관계자가 등장한다면 시멘트사들의 고객사는 다양해진다. 새로운 매출처 확보와 더불어 이에 따른 시멘트사들의 협상력 강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표그룹은 계열사 중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시멘트사의 시각에서 배처플랜트를 바라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표그룹의 체질개선 시도도 배처플랜트에 대한 시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음, 교통 체증 등을 이유로 2022년 삼표그룹의 서울 성동구 성수 레미콘 공장이 철거된 데 이어 올해 말에는 송파구 풍납동 공장의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그러나 공장이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만큼 수도권에서 대체 부지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삼표그룹은 레미콘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기존 건자재 기업에서 부동산 개발업체로의 정체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레미콘, 시멘트 등 건자재 매출은 전방산업인 건설업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한계를 극복한다는 측면에서도 정체성 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계 입장에서도 배처플랜트 확대 조짐은 나쁘지 않다. 개발업체가 배처플랜트 설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지만 레미콘 납기 지연에 대한 우려가 줄어드는 만큼 공사기간 단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향후 삼표그룹은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현대계열 건설사들과의 협업이 확대될 전망이다. 정도원 회장의 장녀 정지선 씨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삼표그룹은 범현대가로 분류된다. 삼표 계열 부동산 개발법인 에스피에스테이트의 힐스테이트DMC역 사업은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그런 만큼 삼표그룹은 건설사에 유리한 방향인 배처플랜트 확대에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함께 '레미콘 빅3'로 불리는 유진기업과 아주산업은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삼표산업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며 "삼표그룹의 여유로운 태도에 업계에서는 향후 이 회사가 신규 기업 설립을 통해 배처플랜트 사업에 나설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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