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공명 과반 확보 실패
극우 '참정당' 급부상...국민민주도 약진
이시바 '속투' 선언에도 리더십 위기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의 집권 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중의원에 이어 '중·참의원 동반 패배'라는 비상 상황을 맞았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속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국 주도권은 이미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포스트 이시바'를 둘러싼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 여당 과반 붕괴...극우 정당 돌풍
20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 여당은 각각 39석, 8석을 얻는 데 그쳐 총 47석에 머물렀다. 기존 비개선 의석(자민 63, 공명 12)을 합쳐도 전체 248석 중 122석으로, 과반(125석)에 3석 부족한 결과다. 이시바 총리로서는 중의원 선거에 이은 2연패다.
자민당은 1인 선거구(32곳)에서 14승 18패로 크게 밀렸고, 수도권과 대도시(도쿄·치바·오사카 등) 복수 선거구에서도 당선자 수가 줄었다. 공명당도 사이타마·가나가와·아이치 등에서 현역이 낙선해 단 8석에 그쳤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22석을 확보했다. 국민민주당은 지역구 10석, 비례 7석으로 총 17석을 얻으며 기존 4석에서 4배 이상 의석 수를 늘렸다. 비개선 의석 5석과 합쳐 단독으로 예산을 수반하는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의석(20석)을 확보했다.
특히 극우 성향인 참정당의 급부상이 눈에 띄었다. 참정당은 총 14석(지역구 7석, 비례 7석)을 얻으며 이번 선거 최대의 돌풍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인 우선(Japanese First)'을 내세우며, 이민·안보·복지 등에서 강경한 주장을 편 참정당은 특히 젊은층과 일부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의 대안으로 지지세를 넓혔다. 이번 성과로 참정당도 단독 법안 제출 가능 정당으로 도약했다.
여당의 패배는 ▲잇단 물가 상승과 세금 부담 증가 ▲소비세 감면 등 민심 요구에 대한 미온적 대응 ▲여권 내부의 전략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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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참의원 선거 개표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이시바 '속투' 선언했지만 현실은 '속빈 권력'
이시바 총리는 21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는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총리직 유지를 천명했다.
그러나 중참 양원 모두에서 과반을 상실한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의 리더십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여당 내부에서도 "총리가 너무 늦게 민심의 신호를 읽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총리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자민당 중견 의원은 "이대로는 국민 신뢰 회복이 어렵다. 어느 야당과 어떤 정책 연대를 할 것인지도 포함해 당의 미래를 논의할 총재 선거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이대로 연명해봤자 의미 없다. 오히려 정권을 야당에 넘기고 야인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 역시 당 내 비판 여론에 대해 "등한시할 수 없는 목소리"라며 압박을 의식하는 발언을 내놓은 상태다. 이는 당장 사임은 아니더라도 '포스트 이시바' 논의가 현실화됐음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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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포스트 이시바' 고이즈미·다카이치 거론
이시바 총리가 당장 사퇴하지 않더라도, 여권 내부에서는 '포스트 이시바'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차기 주자로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젊은층의 지지와 상징성이 강점이며,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보수 강경파의 대표 주자로 당내 조직력이 강하다.
다만 두 인물 모두 명확한 정책 대안이나 정국 수습 능력을 보여준 바는 없어, 혼란이 길어질 경우 '제3의 인물'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등이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누가 새 총리에 오르더라도 소수 여당 상태는 변하지 않으며, 어려운 정국 운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정국, 장기 표류 신호탄
여당의 과반 상실은 단순한 의석 수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예산안과 법안 통과 등 핵심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상이 필수 불가결한 구조가 됐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일각에서 국민민주당 등 일부 중도 야당과의 연립 확대를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여권의 '선거 참패 책임 정리' 없이 협력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입헌민주당(CDP)의 한 중진 의원은 "민의가 여당에 경고를 보낸 선거인데, 협조할 명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는 이시바 정권의 정치적 명운뿐 아니라 일본 정국 전체의 향방을 가늠할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여권은 협상 중심의 유연한 국정 운영으로 활로를 모색하겠지만, 국민은 이미 변화를 선택했다.
기존 질서에 대한 불신이 신흥 극우 정당을 통해 터져 나온 이번 선거는, 일본 정치가 격랑 속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이시바 총리의 시간은 이제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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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