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15일(현지시간) 망국적 수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 인상, 정부 지출 축소와 함께 연간 공휴일을 11일에서 9일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의 재정개혁안은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실현될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불신임 투표로 이어져 결국 실각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루 총리가 프랑스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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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도 예산안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바이루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2026년 국가재정 패키지 개요를 공개했다.
440억 유로(약 71조원) 규모의 세금 인상과 각종 지출 감축, 연금과 사회복지 혜택 축소, 부유층의 '연대 기여금'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부활절 월요일(Easter Monday)과 유럽전승기념일(5월 8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해 연간 공휴일을 11일에서 9일로 줄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모든 정부 지출이 감축 대상에 오른 가운데 국방비만 유일하게 증액 항목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루 총리는 "지금은 우리의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라며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2008년 그리스를 강타했던 것과 유사한 부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휴일을 이틀 줄이면 연간 42억 유로의 세수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들은 "바이루 정부가 빈곤층과 노동자, 은퇴자들에게 타격을 줄 긴축 예산안을 계속 밀고 나갈 경우 총리와 내각에 대한 불신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 원내대표인 마린 르펜은 "정부가 재정 낭비를 추적하지 않고 모든 프랑스인과 노동자, 은퇴자들을 겨냥하고 있다"며 "우리 당은 바이루 내각을 전복하는데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공식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프랑스의 2024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8%에 달했다.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이어 27개 EU 회원국 중 세 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다.
프랑스 정부가 지불해야 할 국가 부채 이자는 약 62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연금을 제외한 국방과 교육 분야의 연간 총 지출과 거의 같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 비용은 2029년 약 1000억 유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바이루 내각은 이런 상황을 바꿔 내년 말까지 재정적자를 4.6%로 낮추고, 2029년에는 3%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5개년 계획도 마련했다.
하지만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정치적 제약과 불신임 투표 위험 등을 고려할 때 바이루 내각의 2026년 재정적자 목표는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향후 2년간 재정적자는 거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 결과 바이루 총리는 결국 실각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의 유럽 담당 이사 무즈타바 라흐만은 바이루의 발표를 "가미카제(자폭)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루는 프랑스가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열된 의회와 국가에 전달하며 화려하게 물러나려 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조치가 실행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