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시대가 본격 도래한 가운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의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다시 손을 맞잡았다. 양사는 올해 초 경영 통합을 추진했지만, 구조조정과 지배 구조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은 무산됐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기술적 위협,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라는 공통의 위기감이 양사를 다시 협력의 테이블로 이끌었다.
혼다와 닛산은 차량용 운영체제(OS)인 '기반 소프트웨어(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공통화해 2020년대 후반을 목표로 이를 탑재한 차세대 차량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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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와 닛산자동차의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 SDV 시대 '달리는 스마트폰' 주도권 경쟁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SDV는 차량을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확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차세대 기술 트렌드다. OS는 그 중심축이다.
혼다는 과거 인간형 로봇 '아시모(ASIMO)'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인식 기술을 활용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 중이며, 닛산은 공장 감축과 사업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SDV 중심의 전환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AI) '그록(Grok)'을 일부 차량에 탑재해 운전자와의 음성 대화 기능을 구현했다. 중국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주변 차량의 차종과 가격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EV에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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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V 테스트베드 차량에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leos Connect'. [사진=현대차그룹] |
◆ OS 공통화 세계적 흐름...연합 확장 가능성
혼다와 닛산의 OS 공통화는 일본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 확산되는 흐름이다. 유럽에서는 폭스바겐(VW)과 BMW 등 11개사가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에 합의했고, 일본 내에서도 토요타와 마쯔다가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닛산과 혼다는 현재 세계 판매량 정체에 직면해 있으며, 2030년 양사의 연간 판매량은 600만대 수준으로 2024년 715만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연합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은 닛산이 지분을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의 참여 여부가 초점이며, 이후 다른 일본 및 아시아 기업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차량의 경쟁력이 엔진에서 OS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시대에 플랫폼 소프트웨어 협력은 단순한 기술 공통화를 넘어 '달리는 스마트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생존 전략이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