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매수한 외국인수, 1년 2개월 만에 최고
지방보단 서울...수도권 73% 집중
외국인 부동산 매입 관련 규제 법제화 움직임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서울 아파트값 폭등세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수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출 한도 축소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마련이 쉽기 때문이다.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탓에 역차별을 받는다는 부정적 여론이 생기면서 정부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아파트 취득 과정의 불법 여부를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점검과 동시에 외국인에 대한 별도의 규제나 실거주 의무 부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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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부동산 매수 1년2개월 만에 최고…수도권 73% 집중
7일 업계에 따르면 대출 규제 강화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쉬운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시행된데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로 부동산 매수세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치솟던 집값도 둔화된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 금융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살아나고 있다.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매수한 외국인은 1272명이다. 이는 지난해 4월 1297명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이달 말까지 신고기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4월 매수자 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836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매수자는 2월 1011명으로 1000명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수도권 매수자는 930명으로 73%에 달한다.
외국인의 경우 국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으면 동일한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해외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또 다주택자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워 세금 중과가 무력화되고, 실거주 요건도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등 주요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외국인 명의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 공인중개사무소의 공통된 설명이다.
강남구 W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매수 문의가 확실히 이전보다 덜한만큼 외국인이 오히려 한국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시기"라며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환율 안정으로 달러 자산을 가진 외국인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줄어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외국인 부동산 매입 관련 규제 법제화 움직임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외국인이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향후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외국인의 집중 매입이 나타날 경우,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유발해 내국인 실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규제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과 토지를 매입할 수 있으며, 군사·환경 보호 구역 등 일부 제한 지역을 제외하면 신고 절차만 거치면 취득이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일부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국 단위의 일관된 규제 체계는 사실상 부재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울 강남3구 아파트를 중심으로 외국인 해외 자금 불법 반입, 편법 증여 등 투기성 거래 여부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외국인 부동산 매입 동향 모니터링 강화만으론 내국인과 외국인 간의 규제 역차별 논란을 잠재우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국회에는 외국인 취득 부동산에 사전 허가제 도입, 전입 의무화, 수도권에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 도입, 체류 기간 기준 부과 등의 내용이 담긴 여러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를 막기보다는 내국인과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현재처럼 외국인 자본에만 개방된 구조가 지속되면 일부 지역 부동산은 사실상 외국인 중심의 투자시장으로 바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