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국방은 언제나 단단하고 무거운 언어로 설명됐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국방개혁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힘'과 '평화', 이 두 단어가 서로를 감싸듯 문장 속에 공존한다. 단지 무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그 무기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묻는 개혁이다.
이번 개혁의 출발점은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선언이었다. 계엄령 통제, 방첩사령부 개편, 군 정보기관 기능 조정, 문민화 강화 등 국방의 재편은 군이 다시 '국민의 군대'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제도적 변화를 넘어 중요한 건 그 이면의 철학이다. 더 이상 힘으로만 유지되는 질서가 아닌, 국민의 신뢰 위에 세운 국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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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정치부 기자 |
그렇다고 현실의 위협이 사라진 건 아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미중 전략경쟁은 여전히 거세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 AI, 자동화 전장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강한 군대 없이는 평화조차 말할 수 없는 것이 한반도의 냉엄한 현실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군 관계자는 "개혁이 왜 필요한지는 알지만, 우리가 알던 군대와 너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첩사 개편이나 군 인사청문회 확대 등은 누군가에게는 개혁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혼란일 수 있다. 하지만 질문은 명확하다. 지금 필요한 군대는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가.
군은 강해야 한다. 하지만 그 힘이 국민의 신뢰 위에 설 때 정당한 안보가 가능하다. 힘으로만 지키는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신뢰 없는 힘은 불안을 낳고, 국민과 단절된 군대는 언젠가 외면받는다. 국방개혁은 '강한 힘'이라는 바퀴 하나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평화·신뢰라는 또 다른 바퀴를 함께 굴려야 한다.
'힘'과 '평화'를 위한 국방개혁은 숫자와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 개혁이 그 무게만큼의 온기를 지닌다면, 평화를 지키는 힘은 비로소 더 강해질 것이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