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5일(현지시간) 주요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1월과 3월, 4월에 이어 네 번째 인하 결정이다.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1.0%포인트 낮췄다.
이날 결정으로 금리는 지난 2023년 9월 4.0%로 올린 때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또 2022년 12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ECB의 금리 인하 결정은 작년 6월 처음으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이후 여덟 번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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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 자료=블룸버그 통신] 2023.05.05 koinwon@newspim.com |
ECB는 이날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예치금리를 연 2.25%에서 2.0%로 인하했다. 예치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 하루짜리 단기자금을 맡길 때 적용하는 금리이다. ECB는 주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예치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레피금리(Refi·RMO)는 2.40%에서 2.15%로, 한계대출금리는 2.65%에서 2.40%로 낮췄다. 레피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서 일주일 동안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이다.
ECB는 이날 성명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중기 목표인 2%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인플레이션 전망과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의 역학, 통화 정책의 파급력에 대한 최신 평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5월 물가상승률은 1.9%로 지난 4월에 기록했던 2.2%에 비해 0.3%포인트 낮아졌다. 전문가들의 예상치 2.0%를 밑돌았다.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ECB 목표치인 2%를 하회한 것은 작년 9월 1.7% 이후 8개월 만이었다.
ECB는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이 2.0%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은 1.6%로 더 낮아지고, 2027년에는 2.0%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전망 때보다 올해와 내년은 각각 0.3%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2027년은 기존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ECB는 "올해와 내년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낮춘 것은 주로 에너지 가격 하락과 유로화 강세에 대한 가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올해(2.4%)와 내년(1.9%), 2027년(1.9%) 전망을 바꾸지 않았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평균 0.9%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1.1%, 2027년에는 1.3%를 찍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월과 비교할 때 올해와 2027년은 전망치가 그대로 유지됐고, 내년은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CB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달라지지 않은 것은 예상보다 높았던 1분기 성장률과 올 하반기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ECB 측은 "무역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특히 단기적으로 기업 투자와 수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방 및 인프라에 대한 정부 투자 증가는 중기적으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몇 달 동안 무역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경우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은 기준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중기 목표치인 2%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안정될 것임을 예고한다"며 "임금 상승률은 여전히 높지만 눈에 띄게 완화되고 있고, 기업 이익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부분적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은 ECB가 하반기에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두 번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독일 싱크탱크 IMK의 이코노미스트인 실케 토버는 "(유로존) 경제가 회복 모드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아질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시나리오는 ECB의 또 다른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ECB는 향후 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현재처럼 예외적인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위원회는 적절한 통화정책 기조를 결정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 및 회의별 접근 방식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