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망 시즌 후 亞투어 최악 경기력에 야유 받아
경기 후엔 현지팬에 손가락 욕 등 비매너 행동
베컴 "맨유의 엠블럼을 대표하는 의미 잊은 듯"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레전드' 데이비드 베컴이 '폭망 시즌'을 보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선수들의 아시아 투어에서 보인 행동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맨유는 2024~2025시즌을 프리미어리그 15위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마치고 곧장 동남아 투어에 돌입했다. 하지만 동남아 팬들의 기대는 경기력과 매너 모두에서 배신당했다.
지난 28일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아세안 올스타와의 친선 경기에서 한국의 김상식 감독이 이끈 올스타 팀에 0-1로 패한 맨유 선수들은 실망한 현지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입장권 평균 가격은 무려 260파운드(약 50만원). 총 7만2550명의 관중이 몰린 부킷 잘릴 경기장엔 경기 후 싸늘한 비난으로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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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베컴. [사진=로이터] |
경기력만으로 끝났다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터. 팬서비스 태도에서도 맨유는 빈축을 샀다. 윙어 아마드 디알로는 한 팬에게 손가락 욕설을 날렸고, 가르나초는 팬과 언성을 높이며 시비를 벌였다. SNS에는 이 장면이 영상으로 퍼졌다. 둘이 팬과 찍은 셀카에서 나란히 중지를 치켜든 사진까지 공개됐다. 디알로는 "내 어머니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에 대한 반응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을 피하진 못했다. 가르나초도 팬을 밀치는 영상이 퍼지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모습을 지켜본 베컴은 CBS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우리는 매우 예의 바른 팀의 일원이었고 팬들의 기대를 알고 있었다. 지금의 맨유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어 "맨유의 엠블럼을 대표한다는 게 무엇인지, 선수들이 그걸 잊고 있다. 일부는 올바르게 행동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베컴은 1992년부터 2003년까지 맨유의 황금기를 이끌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회, FA컵 2회, UEFA 챔피언스리그 1회(1998-1999년) 등 수많은 우승을 이끌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아래 '클래스 오브 92(Class of '92)'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하며 맨유의 상징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클래스 오브 92'는 맨유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유소년 선수 배출 시기를 가리킨다.
베컴의 일침은 맨유의 몰락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유로파리그 우승도 놓친 맨유는 투어 내내 팬들의 비난과 냉소를 피하지 못했다. 동남아시아 팬들조차 등을 돌린 건 뼈아픈 대목이다. 한때 '신사'로 불렸던 맨유가 이제 '무례함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맨유는 지난 30일 아시아 투어 마지막 경기였던 홍콩전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체면치레는 했지만 돌아선 팬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모림 감독은 휴식기 동안에도 선수들의 체지방·식단·휴가지까지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팀을 갈아엎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건 경기력 이전에 프로선수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매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