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만 SKT 사태로 반사이익
中 배터리의 질주…LCD 부진 반복 걱정
베트남ㆍ인도ㆍ멕시코 공장 관세폭탄
올해 상장 'LG씨엔에스'도 공모가 하회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LG그룹에는 총 63개의 계열사가 있다. 이 중 LG브랜드를 달고 증시에 상장된 계열사는 10개다. 지난 1년 5개월간 이 주식들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2023년말 대비 현재 주가는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의 반사이익을 본 LG유플러스 외에 나머지 9종목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작년에 한국 증시가 부진했던 점을 감안해도 실망스러운 주가 움직임이다. LG그룹 계열사들이 증권시장에서 저평가 받는 이유는 뭘까?
◆ 그룹 역량 다 쏟은 배터리의 위기…LCD 반복 우려
지난 몇 년간 LG그룹이 사활을 걸고 그룹 내 역량을 모두 집중한 섹터는 바로 배터리 분야다. 투자자들의 원성을 감수하면서까지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 분할 후 지난 2022년에 IPO(기업공개)를 통해 무려 10조원이 넘는 공모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 자금을 모두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배터리 공장 신축에 쏟아부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캐나다, 폴란드, 중국,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주요 거점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거나 건설 중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EV)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그룹 차원의 선택과 집중 노력으로 현재 LG그룹 10개 상장사 중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은 66조원으로 압도적인 1위다. 모회사인 LG화학의 5배에 달한다. 하지만 문제는 원대한 계획과 달리 2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산업이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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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에서 시작된 배터리 업황 악화 외에도 우려되는 건 제조업 강국인 중국의 부상이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는 중국 CATL로 37.9%다. 2위인 중국 BYD도 17.2%로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이에 비해 3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10.8%로 격차가 크다.
더 우려되는 건 2025년 1분기 들어 배터리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LG는 그룹 핵심 역량을 배터리 쪽에 대부분 쏟아부은 만큼 중국 기업과의 경쟁 격화는 예민한 문제다. 최근 중국 CATL이 홍콩 증시 기업공개(IPO)로 53억달러(7조4000억원)을 추가 조달하면서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LG에게 있어 중국의 강력한 추격은 오래전부터 고민거리였다. 이미 과거 LCD패널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였던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한 'BOE'에 1위를 넘겨주고 LCD분야에서 철수하다시피 한 악몽이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OLED 부문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이 또한 'BOE'의 추격전이 거세 안심하기 어렵다. 2024년에도 LG디스플레이의 당기순손실이 2조4000억원을 기록할 만큼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침체된 업황을 돌파하기 위해 첨단 배터리 기술로 알려진 'LMR(리튬망간리치)' 등 다양한 기술개발로 배터리 점유율 상승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전방산업인 전기차 업황이 살아나지 않아 어려움에 놓여 있다. 공장가동률도 50%대로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캐나다 온타리오주 배터리 공장 등 북미 생산시설 확충에 전력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에 공장을 신축한 해외 배터리 업체에 지급하는 '생산세액공제(AMPC)'의 기간단축을 검토하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다양한 악재로 LG에너지솔루션의 부채비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가 지난 3월에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 조정한 점도 악재다.
◆ LG 상장기업 10개 중 9개사 주가 하락
2023년말 기준 1년5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에 LG그룹 10개 상장사 중 무려 9개사의 주가가 마이너스 상태다. 한 때 공모가의 2배가 넘는 62만원까지 치솟았던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현재 공모가 30만원마저 붕괴된 28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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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82% 보유한 LG화학 역시 지난 1년5개월간 –62%의 부진한 수익률로 주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시총 13조원대로 2위를 기록 중인 LG화학의 소액주주들은 지난 2022년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의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물적분할 직전 최고점인 105만원과 비교하면 하락률이 무려 80%가 넘는다. 이는 물적분할에 따른 모회사의 저평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부진, 본업인 화학분야의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LG화학 바이오생명과학 분야도 미래성장 동력 중 하나다. 하지만 바이오 사업이 독립적으로 분리된 삼성그룹의 삼성바이오로직스나 SK그룹의 SK바이오팜보다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다행히 LG화학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4470억원으로 예상 대비 양호했다. 신영증권의 신홍주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2분기부터 석유화학 스프레드 전반의 개선 효과 기대를 기대한다. 최근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석유화학 포트폴리오 재조정 노력이 진행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올 2월 신규상장한 'LG씨엔에스'도 공모가 하회
시총 6조원대로 LG그룹 내 5위인 LG유플러스는 유일하게 주가가 오른 종목이다. 이번 SK텔레콤 유심 해킹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통신 업계 만년 3위 순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에 성장 산업이었던 통신주는 이제 배당주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시총 5조원대로 6위를 기록한 'LG씨엔에스'는 올해 2월5일에 신규 상장해 눈길을 끄는 종목이다. LG씨엔에스는 LG그룹 계열의 IT 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쪽에 강점이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IT 신기술 사업을 영위한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 분기 대비 144% 급증한 789억원의 양호한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높은 기대감에 공모가가 6만1900원으로 높게 형성됐다. 이에 따라 현재 공모가 대비 15% 낮은 5만3000원 수준에서 거래되며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시총 5조원대로 7위를 기록한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이전에 중국에서 한방브랜드 '후', '숨37°', '오휘' 등의 고가 브랜드로 승승장구했었다. 2021년 한 때 주가가 178만원까지 치솟으며 황제주로 등극했지만 이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타 현재 주가는 31만원 수준이다. 최고점 대비 하락률이 무려 -80%다.
최근 'LG생활건강'의 부진은 중국소비자들이 K-뷰티에서 벗어나면서 C-뷰티(중국 국산 브랜드)의 입지가 더욱 확대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에 '중국인보따리상(따이궁)'의 활동과 중국의 오프라인 소비는 위축됐다. 반면 중국 화장품 브랜드는 온라인 채널(더우인, 사오훙수 등)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한국 브랜드를 대체한 영향이 크다.
◆ 전통의 LG전자…어려운 상황에서 그룹 중심 역할
LG의 핵심사업인 배터리 업황 악화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룹의 중심을 잡는 건 전통의 주력 회사인 LG전자다. LG전자는 12조원대의 시가총액으로 그룹 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가전(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홈엔터테인먼트(TV, 오디오), 전장(IVI,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전구독서비스, webOS 플랫폼, HVAC 등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성장성 확보를 지속하고 있다. 가전 구독은 제품 판매와 더불어 최적화된 케어 서비스(에어컨 분해 세척, 배터리 교체, 무상 A/S 등)로 고객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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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또 다른 강점은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폴란드, 미국, 멕시코, 브라질 등 글로벌 주요 국가에 다양하게 분포된 제조공장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정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현재 상황 그대로 확정될 경우 베트남에서 제조한 냉장고는 46%의 관세율을 얻어맞게 된다. 인도는 27%, 멕시코는 25%가 고시된 상태다. 역시 상당한 관세율이 부과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결과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될지에 따라 LG전자의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 밖에 기대를 모으는 미래 신사업으로는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자회사 '로보스타'가 있다.
◆ LG전자 인도법인 IPO로 외자 조달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취업을 준비 중인 한국의 젊은 층에게는 치명적인 악재다. 이런 제조업의 탈 한국 현상은 LG그룹뿐 아니라 한국 대부분의 그룹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LG는 자금 조달도 해외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에 LG전자 인도법인은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로부터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 승인을 받았다. 이미 인도증시에 상장한 현대차 인도법인에 이어 이번이 2번째다.
이번 IPO는 2025년 중 진행될 계획이다. 올해 인도 증권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식 1억1820만주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모를 통해 조달된 약 2조원의 자금은 인도 법인이 아닌 한국 본사로 유입될 전망이다.
LG전자의 인도 법인은 현지 가전 시장에서 13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해 인도에서의 입지가 굳건한 상황이다. 한국 입장에서 안타까운 사실은 제조업의 해외탈출 열풍에 이어 이제 한국 증시에서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탈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제조업 공동화에 이어 금융업에서도 점점 경쟁력이 잃어 가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LG그룹 상장계열사 10개를 살펴본 결과 주가가 지지부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LG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었던 배터리 분야의 업황 부진과 중국의 거센 추격은 쉽게 넘길 수 없는 위험요인이다.
다행히 LG그룹 전통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굳건히 버텨주고는 있다. 하지만 4%대의 낮은 영업이익률과 관세전쟁 영향권에 들어 있다는 점이 불안요인이다. 이 어려움을 현재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회장이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그룹의 미래가 걸려 있는 상황이다.
(下)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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