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글로벌 자산 시장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유령에서 벗어나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2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달러=145엔대를 찍으며 엔화 약세·달러화 강세 움직임이 진행됐다. 엔화 가치가 1달러=145엔대까지 떨어진 것은 약 3주 만이다.
지난달 중순 이후 달러/엔 환율이 1달러=140엔을 위협하면서 시장에서는 엔캐리 청산에 대한 공포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1달러=140엔이 뚫리면 엔캐리 청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지난해 8월 글로벌 자신 시장이 발작을 했던 '블랙먼데이'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경계감이 유령처럼 시장을 옥죄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31일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0.25%로 올리고 때마침 미국의 고용통계가 악화되면서 엔캐리 청산이 확대가 됐고,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폭락하면서 8월 5일 블랙먼데이를 불러 왔다.
![]() |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에도 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던 가운데 관세 정책의 여파에 따른 미국의 경기 둔화가 우려되면서 엔캐리 청산의 악몽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BOJ가 금리를 동결하고, 이어 발표된 미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BOJ는 4월 30일~5월 1일 이틀간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고,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이유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BOJ의 금리 인상 기대가 약화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매도·달러화 매수가 진행됐다. 블룸버그통신은 "BOJ의 비둘기파 기조는 임팩트가 있었다"며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엔화 매수 포지션 청산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BOJ의 금리 인상이 중단될 것이란 관측이 빠르게 부상 중이다. 로이터가 4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BOJ가 6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다음 분기에는 소수 의견으로 25bp(0.25%포인트) 인상이 전망됐다.
시장에서는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지 않으면서 당분간은 엔화 약세·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본의 황금연휴 기간 중에 슬그머니 1달러=147엔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