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전시·아트

속보

더보기

'낙원상가 천재'김아영 "AI기술 유용하지만 뼈대인 아날로그가 훨씬 중요"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LG구겐하임상 작가 김아영 서울서 신작 공개
아뜰리에 에르메스 'Plot,Blop,Plop'전(~6/1)
부친이 건설한 중동아파트에 석유패권 대입한 역작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요즘 우리 현대미술의 '대세' 작가는 단연 김아영(B.1979)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불·서도호·양혜규 등에 이어 김아영은 최근 전세계 주요미술관과 비엔날레로부터 많은 제안을 받고 있다.

서울 종로의 50년도 더 된 복합건물인 낙원상가(1969년 건립)에서 작업해 '낙원상가 천재'로 불리는 아티스트 김아영은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작가다. 'AI융합 아트'의 기수로 손꼽히는 그는 작년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수여하는 'ACC미래상'을 받았고, 올 3월에는 세계적인 미디어 예술상인 'LG구겐하임 어워드'의 한국인 첫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월 독일 베를린의 함부르거 반호프 뮤지엄에서 개인전 'Many Worlds Over'(~7월20일)를 개막했는가 하면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인 뉴욕의 MoMA PS1 개인전(11월~)과 뉴욕 퍼포마비엔날레(11월~), 홍콩 M+ 파사드 작품상영(10월~)이 잡혀 있다. 내년에도 세계 주요미술관에서의 전시가 이어진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김아영의 신작 '알 마터 플롯 1991' 스틸 이미지. 28분 길이의 영상작품. [이미지 제공=아뜰리에 에르메스] 2025.04.13 art29@newspim.com

국내에서도 '딜리버리 댄서의 구' 작업 등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김아영이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김아영은 서울 도산공원 앞 아뜰리에 에르메스(관장 안소연)에서 신작을 공개하며 작품전을 갖고 있다. 지난 3월 21일 막을 올려 오는 6월 1일까지 이어지는 개인전의 타이틀은 '플롯, 블롭, 플롭(Plot, Blop, Plop)'이다.

'플롯, 블롭, 플롭'은 운을 맞춘 듯한 단어들로 입안에서 '철썩'하고 터지는 방울소리를 연상시킨다. 유희적으로 느껴지는 단어들이지만 김아영은 세심하게 운율을 맞추고, 단어들의 의미를 숙고하고 조합해 이를 선택했다. 번역을 하자면 '구획, 방울, 퐁당'이 되는데 작가는 이야기에서의 '플롯'이 사건들의 사슬을 씨실 날실처럼 짜고 직조해 서사를 만드는 본래 역할과 함께, '플롯'의 중의적 쓰임새에도 주목했다. 즉 영토, 지리, 경제와 관련해 장소를 구획하고 도면을 그리며 동선과 시노그라피(무대 묘사)를 계획하는 일, 더 나아가 음모나 작전을 획책한다는 뜻의 'Plot'의 또다른 의미에도 착안했다.

이같은 구상 아래 김아영은 데뷔 때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절대 자본이자 권력인 '석유'(액체)와 관련한 서사에 다시 주목하며, 이번에 전과는 다른 다중적인 세계를 시연했다. 즉 종전 작업에서 중요한 모티프로 전개됐던 석유를 개인적 서사와 연결하고 믹스하면서 거대 서사와 미세 서사가 만나고, 오버랩되며 충돌 변주하는 영상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신작은 김아영의 10년 전 작업인 '제페트' 연작의 광범위한 시공간과 내러티브를 작품 배경으로 하되, 사우디아라비아 리아드의 '알 마터 주택단지'라는 특정장소를 무대로 한 작품이다. 한국의 한양건설이 지은 리아드의 아파트단지를 현재의 시점과 걸프전쟁이 발발했던 1991년 시점을 플래시백으로 오가며 입체적이면서도 독특한 작품으로 완성했다. 알 마터 주택단지는 김아영의 작품에서 시대를 증언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이 아파트 단지는 작가의 부친이 현지에 건설인력으로 파견돼 지은 것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김아영의 신작 '알 마터 플롯 1991' 스틸 이미지. 28분 길이의 영상작품. '이미지 제공=아뜰리에 에르메스] 2025.04.13 art29@newspim.com

1970년대 전세계를 휘몰아친 두차례의 오일 쇼크는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에겐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당시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선회하던 한국은 큰 위기에 봉착했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건설사들의 중동 진출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1970,80년대 '열사의 나라'로 떠난 한국 건설인력들의 분투로 인해 우리는 석유파동을 무사히 넘기며 경제발전의 토대를 닦을 수 있었다. 당시 수많은 가장들처럼 중동에 파견됐던 작가의 아버지 또한 중동 여러 도시의 인프라시설 건설에 참여했는데, 부친이 몸담았던 한양건설이 시공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알 마터 단지였다.

현지 교민들 사이에 '한양 아파트'라 불리던 이 장소는 입주도 하기 전에 석유와 걸프만 확보를 노린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1990년)으로 난민들의 임시거주지가 됐다. 때문에 오랫동안 '쿠웨이트인 아파트'로 불렸다. '석유' 때문에 발발한 이 국지전은 미국까지 참전하며 걸프 전(1990–91년)으로 확대됐고, '사막의 폭풍작전'이라 불린 최전방의 전투장면은 CNN을 통해 전세계로 송출되며 전지구인이 전쟁극장을 관람하게 했다

'석유'는 김아영의 몇몇 작품들에서 중요한 모티프로 작동해왔다. 그것은 근대주의를 가능케 한 도구이자 권력이며 물리적 이동과 속도의 에너지원인 동시에, 지정학적 분쟁 요소, 지질과 기후를 변화시키는 요인인 까닭에 작가는 중요한 이슈로 끈질기게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거대한 서사와는 별개로, 리아드의 '쿠웨이트 아파트'라는 장소는 작가에게 '꿈과 기억'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곳은 아파트 건설에 참여했던 작가 아버지와 수많은 동료들의 기억이 서려 있는 장소이자, 먼 이국 소식과 작은 선물에 기뻐하던 어린 시절 작가의 꿈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서울 도산공원 앞의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장에 선 작가 김아영. [사진= 김상태, 이미지 제공=아뜰리에 에르메스] 2025.04.13 art29@newspim.com

작품을 위해 김아영은 사전 아카이브 탐색에 나섰는데 사우디의 살만 벤압둘아지즈 국왕이 쿠웨이트 난민 1000가구를 수용했던 사실을 전한 방송클립과 걸프전 참전군인의 전쟁을 목전에 두고 밝힌 소회, 전쟁 확전을 예상치 못한 사담 후세인의 화급하고 비밀스런 음성 등을 채집했다. 김아영은 또 리아드 현지를 찾아 아파트 거주민의 "남동풍이 불고 전망이 좋아 알 마터 아파트를 택했다. 리야드에서도 고급축에 속하는, 잘 지어진 아파트다"라는 평화로운 소회를 통해 1990년대 현재를 조망하고 있다. 

김아영은 이처럼 분절된 이야기들을 솜씨좋게 이어붙이고 구조화하는 스토리텔링에서의 '플롯'과 함께, 공간을 구획하고 도면을 그리며 동선과 시노그라피를 제시하는 공간적인 장치로 '플롯'의 다중적인 의미와 기능을 실험하며 이번 작업을 완성해냈다.

작가는 사우디에서의 현지 실사촬영에 더해 생성형 AI V2V(Video-to-Video) 영상변환, 라이다 스캔, 3D 가우시안 스플래팅, 게임 엔진 애니메이션, 2D 아카이브 애니메이션 등 탈광학적 이미지를 과감히 혼합하고 변주하며 '트랜스미디어의 실험'을 추진했다.

이번 작업에서 기억과 기록, 허구와 사실이 서로 겉돌지 않고 정교하게 교차하면서 사변적 허구를 마치 실제처럼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년간 발전한 광학 테크놀로지와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실험하는 작가의 작업방식 때문에 가능했다. 김아영은 '이거다' 싶은 주제를 재탐사해서 시각적·공간적 레이어를 더하고, 밀도를 높이면서 확장된 세계를 우리 앞에 제시한 셈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김아영의 신작 '알 마터 플롯 1991' 스틸 이미지. 28분 길이의 영상작품. '이미지 제공=아뜰리에 에르메스] 2025.04.13 art29@newspim.com

김아영은 동시대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세계의 기원에서부터 다가올 미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공간 속에서 추적하고 상상하며 작품을 만든다. 경계와 세계를 넘나드는 공간운동을 비롯해 혼성과 합성을 통해 구축한 거대 담론들은 허구의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그 출발점이 언제나 현실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주어진 역사를 새롭게 사유하고 창의적인 이야기를 덧대는 방식의 사변적 서사는 작가가 집중적으로 추구하는 작업스타일이다. 그 기반에는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한 전방위적 리서치가 깔린다. 역사와 과학, 신화와 지정학, 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낙원상가에서 가까운 정독도서관 등 여러 기관을 무수히 드나들며 아카이브 자료를 축적한다. 반면, 광범위한 역사의 시공간에서 작은 흔적들에 불과한 단서들 사이에는 '무수한 공허와 빈틈'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작가의 '신나는 창의의 영역'이다. 김아영은 매끈하지 않은 부정합과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교차와 직조를 통해 다성적인 목소리를 켜켜이 쌓아간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김아영의 신작 '알 마터 플롯 1991' 영상 작품과 설치작품 등으로 이뤄진 개인전 전시전경.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장 내부에서 외부로 이어지는 바닥의 선들은 알 마터 아파트의 도면을 약호화한 것이다. [이미지 제공=아뜰리에 에르메스] 2025.04.13 art29@newspim.com

안소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관장은 "김아영 작가가 2014–2015년에 3부 연작으로 선보였던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이 인상적이었다. 석유의 기원과 신화, 석유의 자본화와 신식민주의 등 20세기 역사를 석유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이 연작을 계기로 작가의 시야가 보다 넓게 확장됐다"며 "그 연작이 소리와 음악으로만 남아 아쉬워 이를 입체적으로 확장하면 어떨까해서 제안했다.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공중에 음성으로 떠다녔던 '제페트'연작을 이번에 작가가 시각적으로 멋지게 구체화했다"고 평했다.

안 관장은 또 "김아영은 고대신화에서부터 미래까지 작품의 시공간이 넓고 레이어가 두터워 해외에서도 주목하는데 이런 경우 자칫 출발하는 닻을 끊어버리고, 작업이 하늘로 날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가상과 실제를 매우 탄탄하게 교차시키고 있다. 앞으로의 작업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아영은 지난 5월 8일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에서 전세계 미술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LG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다. 여기서 그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대예술의 속성은 변화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인공지능 기술 등을 다양하게 작업에 활용하고 있다. AI는 창작을 돕는 훌륭한 도구다. 그러나 AI가 만든 창작물은 예술의 근본적인 조건인 작가의 의도와 창작과정에 수반되는 고통, 작가의 내면에서 나오는 깊이있는 사유가 결여돼 예술로 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에르메스 재단(FONDATION D'ENTREPRISE HERMÈS)은?=2008년에 설립된 에르메스 재단은 "우리의 행동은 우리를 정의하며,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라는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재단의 핵심 미션은 네가지로 압축된다. △기술과 전문성의 전수 △새로운 예술창작 활동 △환경보호및 사회적 연대 장려 △이를 위한 기획프로그램 운영과 미래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이들의 후원 등이다. 에르메스 재단은 올리비에 푸르니에가 2016년부터 재단 이사장을, 2021년부터 로랑 페주가 재단 디렉터를 맡고 있다. 재단은 2023~2028년 기간에 6100만유로(한화 약 955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놓았다.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앤스로픽·오픈AI 'AI 감속론'의 속내는?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12일 내놓은 인공지능(AI) 개발 감속론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xAI 모회사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잇달아 동조했다. 경쟁 관계인 3사 수장이 최상위 모델의 성능 개선 속도를 늦추자는 데 공개적으로 뜻을 같이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감속 선언에 붙은 조건에 쏠린다. 아모데이 CEO의 제안이 자발적 제동에 머물지 않고 정부 규제 요구와 한 묶음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개방형 모델과 후발 주자의 진입로를 좁히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오픈AI·앤스로픽의 개방형 제한 로비가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을 부른 데 이어 같은 구도가 감속론을 매개로 되풀이된 양상이다. 3사만 속도를 늦추면 개방형이 격차를 좁히는 결과만 남는 만큼 개방형까지 같은 규제에 묶어야 감속이 성립한다는 셈법이 규제 요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3단계안과 부속 조치 아모데이 CEO의 에세이 '우리는 프론티어(최상위 성능 모델)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3단계 구조로 짜여있다. 1단계는 앤스로픽이 단독 이행을 약속한 조치로 제3자 평가 기관에 내부 위험평가팀에 준하는 상시 접근권과 평가 결과 공개권을 준다. 같은 의무를 다른 개발사에도 지우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함께 붙어 있다. 2단계는 미국 최상위 모델 개발사 전체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기본으로 삼되 입법 지연에 대비해 개발사 간 자발적 기준 마련을 병행하는 내용이고 3단계는 국제 공조다. 앤스로픽이 스스로 지는 부담은 평가자 수용에 그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의 개인 웹사이트에 게시된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 갈무리 [사진=아모데이 CEO 개인 웹사이트] 2단계에 함께 담긴 부속 조치들이 개방형 진영을 자극했다. 아모데이 CEO는 중국과의 격차 이상으로 감속하면 안보 위험이 생긴다며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와 무단 증류(한 모델의 출력으로 다른 모델을 훈련하는 기법) 단속,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결과를 담은 핵심 수치) 도난 방지를 요구했다. 표적은 중국이지만 다른 모델의 출력을 훈련에 활용하는 증류가 널리 쓰이는 개방형 생태계에서는 무단 증류의 규제 범위를 넓게 잡을 경우 통상적인 모델 개발 기법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우려다. ◆개방형 추격과 감속 딜레마 감속 주장의 '저의'를 따지기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규제를 동반한 감속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개방형의 추격 속도가 아모데이 CEO에게 규제 없는 감속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모델 이용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미국 이용자가 요청한 토큰 처리량 가운데 개방형 비중은 작년 9월 26%에서 지난달 60%로 높아졌다. 유럽연합 이용자의 개방형 비중도 같은 기간 16%에서 65%로 상승했다. 가성비로 시장을 파고드는 개방형 모델 앞에서 3사만의 감속은 점유율 양보와 다르지 않다. 앤스로픽의 공동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폐쇄형 3사만 속도를 줄이면 개방형과의 성능 격차가 좁혀지는 시간만 짧아진다. 기술 우위로 높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회사가 스스로 감속을 선언하는 것은 자기 약화에 가깝다. 에세이에는 자기 약화를 피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아모데이 CEO는 훈련 중단이 아니라 안전 검증 시간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다. 감속 대상은 외부 공개 모델의 역량 향상 속도이고 내부 연구는 제약에서 비켜난다. 폐쇄형은 공개 시점만 조절하면 되지만 공개 자체가 사업 방식인 개방형은 공개를 늦추면 남는 것이 없다. 규제를 동반한 감속이 개방형에 지우는 부담은 준수 조건에서 한층 커진다. 아모데이 CEO가 제시한 제3자 평가자 상주 방식은 모델을 자사 서버에 두고 API로 제공하는 구조에서만 작동한다. 누가 쓰는지 확인하고 위험한 사용을 감시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문제 모델을 서비스에서 내리는 일은 서버를 통제하는 개발사만 할 수 있다. 가중치를 공개한 개발사는 수정·재배포된 복사본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해당 조건이 강제되면 개방형은 결국 존재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진입장벽 논란과 '규제 포획' 공방 앤스로픽이 6월 내놓은 규제 프레임워크의 적용 기준도 논란이다. 훈련 연산량이 10의 25제곱 플롭을 초과하고 연간 AI 매출 5억달러 또는 연구개발비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소규모 개발사는 면제되는 구조지만 문제는 기준선을 넘는 순간부터다. 문턱을 넘자마자 비용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승인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면 투자자와 창업자로서는 문턱 아래 머무는 편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소규모로 남는 것은 허용하되 대형사로 성장하는 길은 막는 면제 조치가 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블룸버그통신] 백악관에서 감속론을 공개 비판한 인사는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이다. 색스 공동의장은 감속 선언 다음 날인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다리오가 프론티어 속도를 조절하자고 썼고 샘이 동의했다. 그렇게 해라. 당신들이 프론티어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점유율·매출·성능 어느 기준으로 봐도 최상위 모델 시장을 사실상 둘이 나눠 갖고 있으니 남을 규제할 것 없이 스스로 늦추면 된다는 논리다. 감속의 대가로 원하는 규제 틀을 얻으려는 시도는 규제 포획(규제가 기존 강자의 이익 보호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색스 공동의장의 규제 포획 비판은 지난달 아모데이 CEO와의 엑스 공방에서 이미 구체화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앤스로픽이 요구하는 사전 심사 체제를 'AI를 위한 차량국(DMV)'에 빗댔다.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정부 시험과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면 대응 인력과 자금을 갖춘 대형사만 대기열을 견디고 후발 주자는 출시 자체가 늦어진다는 논리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심사 요건이 기존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 규칙으로 굳어진다는 지적이 감속론에서도 되풀이된 셈이다. ◆반독점 면제 요청 문턱 규제 포획 논란과 별개로 규제를 동반한 감속은 현행법의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수주간 의회 의원들에게 업계 차원의 감속 조율이 합법인지 지침을 요청했다. 경쟁사 간 개발 속도 합의는 일종의 생산량 제한에 해당해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해석이다. 7월 초당파 의원들이 안전·보안 협력에 반독점 예외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원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모데이 CEO의 반독점 면제 요청은 현행법 아래 조율이 자동으로 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법적 문턱을 넘더라도 실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에세이가 제3자 평가자 도입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아모데이 CEO가 요청한 반독점 면제도 정부가 받아들일 의무가 없어 거부되면 2단계는 시작조차 어렵다. 반독점법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두 회사의 협력 회피를 가리기 위한 구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면제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알고 요청한 것이라면 감속은 처음부터 이행 의사 없이 내건 조건부 약속에 가깝다. 공동 제안서조차 만들지 않은 채 규제 요청부터 앞세운 순서가 의심의 근거로 언급된다. ◆백악관 입장과 개방형 반응 앤스로픽의 규제 요청은 지난달 백악관이 한 번 거절한 내용과 같다. 백악관이 지난달 확정한 자발적 AI 심사 틀은 대상을 폐쇄형 최상위 모델로 한정했다. 개방·폐쇄를 가리지 않는 시험을 요구했던 앤스로픽으로서는 폐쇄형 최상위 모델만 심사받고 개방형은 빠지는 결과가 됐다. 에세이에서 거론된 2단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모든 최상위 모델 개발사에 같은 기준을 강제하라는 내용이다. 폐쇄형에 그친 심사 대상을 개방형까지 넓혀 달라는 요구를 감속론의 이름으로 다시 낸 셈이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 공동의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개방형 진영의 대응은 규제 확대 요구를 맞받아치는 형태로 나왔다. 오픈소스 개발자 제이크 골드는 공개서한에서 "진심이라면 가중치를 공개하라"고 했다. 개방형을 심사 대상에 넣자는 요구에 폐쇄형도 가중치를 공개해 외부 검증을 받으라고 맞선 것이다. 개방형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렘 들랑그 CEO도 감속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한 찬반은 명시하지 않았다. 감속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감속의 조건을 폐쇄형 진영이 정하는 구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개방형 진영의 입장으로 읽힌다. ◆IPO 시기와 겹친 감속론 감속론의 저의를 둘러싼 근본적 물음은 왜 지금이냐에 있다. 최상위 모델 개발사들은 이전 세대 훈련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다음 세대에 더 큰 자본을 투입하기를 거듭해 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는 내부 다량 사용 직원 기준 하루 7000달러어치 토큰이 소모된다고 한다. 기술 투자자 마틴 바르사브스키는 엑스에서 "[3사가 다른 건 몰라도] 서로 벌이는 경주가 모두를 파산시킬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썼다. 감속 합의의 실제 동기가 안전이 아니라 비용에 있다는 지적이다. 감속 선언과 상장 절차 연기가 비슷한 시점에 나온 점은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앤스로픽은 지난주 예정됐던 증권신고서(S-1) 공개를 이달 늦은 시점으로 미뤘고 올트먼 CEO는 12일 연내 상장 배제 의사를 밝혔다. AI 연구자 엘리 데이비드는 엑스에서 "S-1이 손실 규모를 드러낼 것이므로 훈련 비용을 줄여 수익성 경로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로서는 손실을 줄일 방법을 투자자에게 보여야 하는데 훈련 비용 절감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고 안전을 이유로 감속하면 비용 절감이라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9-14 15:52
사진
대미 투자 시작되면 한·미 관계 좋아질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미 간 최대 갈등 요소인 한국의 대미 투자 첫 사업이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진 한·미 관계가 대미 투자 발표로 진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1호 사업은 텍사스주 엔시날 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하다. 미국이 당초 198억 달러였던 사업비를 25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해 이 부분에 대한 막판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뉴스핌] 김예원 기자 =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8.20 yeawon2@newspim.com ◆대미 투자, 한·미 갈등의 시발점 대미 투자 지연은 한·미 관계의 발목을 잡은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대미 투자를 독촉했지만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은 일본의 발빠른 투자 이행과 비교되면서 미국의 강한 불만을 초래했다. 미국과 5500억 달러 투자 합의를 한 일본은 올해 2월에 360억 달러 규모의 1차 프로젝트와 3월 730억 달러 규모의 2차 프로젝트를 확정한 데 이어 현재 3차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더욱이 11월 중간선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경제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투자 유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어서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는 한국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매우 크다. 미국은 한국이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합의의 일부분인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및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협상이 중단됐고 쿠팡 문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른 미국 기업 차별 주장이 이어졌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추가 투자와 함께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대미 투자 지연에 따른 압박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하고 북한과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도 한국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 협상은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세 인하만을 교환한 것이 아니라, 한·미 동맹의 안정성과 안전 보장 등이 포함된 패키지 형식의 합의여서 대미 투자가 안되면 외교 안보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시간에 쫓기는 한국 한·미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대미 투자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면 한·미는 산적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8일로 예상되는 대미 투자 발표 전후로 곧장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 장관은 대미 투자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 재개를 비롯해 전시작전권 전환,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정부의 입장 등을 미국 측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이 대미 투자 발표와 동시에 미국을 방문하려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한·미 관계를 조속히 정상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불편한 한·미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본격 추진한다면 한국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합의를 하는 이른바 '한국 패싱'이다. 북·미 대화에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간 치밀한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한·미 관계가 이어진다면 한국이 북·미 대화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대로 '연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시간이 별로 없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5.10.29 ◆한·미 관계 완전 회복엔 역부족 대미 투자가 시작되면 한·미 관계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를 환영하고 중요한 성과로 포장하는 정치적 레토릭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중단됐던 핵잠수함, 농축·재처리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일정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갈등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너무 늦은데다 규모도 미국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탓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한국의 투자를 환영면서도 내심으로는 불만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한국에 대한 압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대미 투자가 신속히 진행됐더라면 한·미 관계 냉각이나 미국의 각종 압박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미 투자 시작으로 한국을 향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의 강도가 다소 누그러질 수는 있겠지만 호르무즈 파병이나 추가 투자 요구를 거둬들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트럼프 시대'가 이어지는 동안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어 상대국을 압박하는 협상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경제·산업 부처와 안보 관련 부처가 따로따로 영역을 나눠 미국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유기적인 전략 조율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대미 관계에서 관세와 투자, 첨단 기술, 공급망, 안보를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opento@newspim.com 2026-09-16 06:1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