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90일 유예에 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미국 판매가 227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아이폰은 125% 관세 직격탄…가격 경쟁력 흔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애플은 생산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125%의 초고율 관세를 고스란히 맞게 됐고, 아이폰 가격은 미국 판매가 기준 최대 394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주력 생산기지인 베트남이 90일간 관세 유예를 받으면서 당장의 충격을 피했다. 그러나 이 90일은 단순한 유예가 아닌 '준비의 시간'이란 점에서 삼성전자가 향후 관세 리스크에 대비한 생산 전략과 공급망 조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삼성 갤럭시, 90일 유예로 관세 부담 일단 피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125%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70여 개국에 대해 90일간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주력 생산기지인 베트남은 당초 예정됐던 46%에서 10%로 낮춰진 기본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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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갤럭시 S25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
이번 조치로 갤럭시 가격 인상 우려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2대 중 1대는 베트남에서 생산되며 북미향 물량도 대부분 이곳에서 조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베트남산 제품에 46%의 관세가 적용될 경우, 전체 부담의 30~40%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46% 관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갤럭시 S25 울트라(256GB)의 미국 출시 가격은 현지 출시가 1299달러 대비 252달러 상승한 1551달러(약 227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관세 인상분이 전량 전가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일정 비율이 판매가에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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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관세 전가율이 100%가 될 수는 없으며 유통망이나 제조사가 일부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가격 민감도가 높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판매가 급등이 곧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90일 뒤엔 다시 가격 급등? 전략적 분기점 맞은 삼성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관세 유예 종료 이후 갤럭시 역시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90일이 전략적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번 유예 기간을 활용해 미국향 생산물량을 집중 생산하고 현지 재고 확보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한국, 브라질 등 다양한 거점 활용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인도에는 여유 생산 능력을 확보한 공장이 있고 한국 구미 공장도 북미 수출 대응 기지로 언급되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유예기간 동안 미국향 물량을 집중 생산해 관세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물량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갤럭시의 가격경쟁력이 단기적으로 강화되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애플과 비교해 공급망 분산 효과가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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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16. [사진=블룸버그통신] |
◆ 애플, 125% 관세 직격탄…아이폰 가격 최대 394만원
반면 애플은 관세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이폰 생산의 약 90%가 중국에 집중돼 있어, 125%의 초고율 관세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가격 인상 폭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로이터통신 등 현지 매체는 아이폰16 프로 맥스(256GB)의 가격이 1199달러에서 2698달러(약 394만원)로 급등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애플에 대해 '관세 면제는 없다'고 못을 박았음에도 과거 1기 행정부 시절 애플이 일부 제품에 대해 예외 조치를 받은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유사한 방식의 예외 적용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내 생산 확대나 고용 창출을 조건으로 다시 면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