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196%로 줄어… 재무구조 개선 신호
자산 매각·신사업으로 유동성 확보 추진
계열사 업황 침체로 추가 지원은 불투명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롯데건설이 다각도의 자구 노력과 계열사 지원을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는 모습이다. 다만 지금까지 자금 지원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으로 향후 계열사 추가 지원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마음을 놓을 순 없단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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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CI.[사진=롯데건설] |
1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 총계는 5조59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235.3%에서 196.0%로 39.3%포인트(p) 낮아졌다. 차입금의존도(총자산 대비 차입금 비율) 또한 약 7%p(31%→24%) 하향 조정됐다.
PF 우발채무의 경우 2023년 말 4조8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말 기준 3조6000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올해에는 이보다 1조원가량 낮은 2조7000억원까지 낮출 계획이다.
업계에선 롯데건설을 2년 넘게 따라다녔던 '유동성 위기' 꼬리표가 비로소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건설은 당시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조달에 갑작스러운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 고금리로 인해 차입금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차환은 물론 회사채 발행도 쉽지 않았다. 2022년 말 PF 우발채무는 6조8000억원에 달했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는 일제히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롯데건설이 선택한 건 계열사 SOS였다. 롯데케미칼(5876억원), 롯데정밀화학(3000억원), 롯데홈쇼핑(1000억원) 등 계열사로부터 1조1000억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했다. 롯데물산은 은행 보증을 서주며 3500억원을 차입해 도왔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일본 미즈호은행에 본사 사옥을 담보 잡혀 3000억원 규모의 자금도 빌렸다.
2023년에도 유동성 확보 노력은 이어졌다. 2023년 상반기까지 3조6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고, 주택 시장 침체에 따라 서울 마곡 등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으로 눈을 돌려 신사업에서의 수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라인(LINE) 프로젝트'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한 계열사 공장이나 플랜트 시설 등 대규모 사업에서 잇따라 영업이익이 발생하면서 채무 절감에 상당히 기여했다.
지난해 3월 주요 은행과 증권사 등과 만기 3년, 2조3000억원 규모의 PF유동화증권 매입펀드를 조성하며 실질적 만기 구조를 늘렸다. 10월에는 168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했다. 12월 기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6133억원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사업리스크 집중 관리 등 체질 개선을 통해 경영 효율화에 집중함으로써 차입금과 부채를 줄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사업성 개선이나 기존 사업장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는 보유 자산 효율화에 집중한다. 매각가격이 5000억원 전후일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옥도 그 대상이다. 최근 사옥 컨설팅과 매각 자문을 위한 용역사 선정 절차에 나섰다. 늦어도 5월까지 용역사 선정을 마치고 연말쯤 매각이나 개발, 매각 후 재임대 등 활용 방안을 결정할 전망이다.
유휴자산, 사업 토지, 민간임대리츠 지분 등 타 보유 자산 활용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수도권과 지방에 위치한 자재 창고부지 등 외부에 임대 중인 유휴자산 등은 외부 매각을 고려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컨설팅을 통해 자산 매각 등 자산 효율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넘어야 할 허들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롯데건설이 올해까지 상환해야 하는 직접금융(회사채, 기업어음, 단기사채)은 총 4000억원이다. 이 중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은 1650억원, 단기사채는 150억원이다. 회사채의 경우 오는 6월과 8월 각각 700억원과 300억원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해 저조한 분양실적을 기록한 일부 지방사업장의 공사비 회수 지연 가능성도 있다. 2024년 롯데건설이 분양한 전국 '롯데캐슬' 아파트 13개 단지 중 1순위 청약에서 미달이 났던 곳은 총 7곳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경기 이천시 '이천 롯데캐슬 센트럴 페라즈스카이'는 792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서 165명만 신청하며 0.2대 1의 경쟁률을 썼다. 아직 잔여 물량이 남은 상태다. 인천 계양구 '계양 롯데캐슬 파크시티 1단지' 또한 1순위 청약 경쟁률이 0.7대 1(1673가구, 581명 청약)이었다. 여전히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말 롯데건설의 분양미수금은 339억원으로 전 분기(180억원) 대비 88.3% 뛰었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등 서울 지역 정비사업장 및 입주 예정현장에서 점진적인 회수가 전망되나, 광주 중앙공원1지구 민간공원 개발사업으로 건설하는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등 초기 분양실적이 저조한 현장의 경우 공사비 선투입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계열사의 재무적 대응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롯데건설의 지분은 롯데케미칼 43.79%, 롯데호텔 43.07%, 롯데알미늄 9.95% 등 대부분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보유 지분이 가장 많은 롯데케미칼은 최대주주로서 롯데건설의 유동성을 과감히 지원했으나, 최근 영업이익 하락을 직면하며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8948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3년째 업황 개선 분위기가 엿보이지 않아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기둔화와 업황부진에 롯데그룹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건설이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잠원동 사옥을 포함한 자산매각, 신규 분양사업 성과 등이 재무 건전성 회복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