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예산 남겨 놓고 쓰지도 않으면서 예산 부족 거짓말"
김상훈 "근시안적 태도에 유감…野, 예비비 2.4조 일방 감액"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영남지역이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예비비 4.87조" 발언이 정치권에서 논란이다.
이 대표는 산불 대책에 사용할 수 있는 예비비가 4조 8700억 원이 확보돼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 감액 등으로 인해 실제 산불 피해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고작 6000억 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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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북 의성시 점곡체육회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2025.03.27 mironj19@newspim.com |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8일 민주당 대전시장 회의실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될 국가예비비는 총 4조 8700억 원이 이미 있다"며 정부여당이 산불 피해 복구에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4조 8700억 원의 예비비 한 푼이라도 쓴 거 있나"라며 "이 엄청난 예산을 남겨 놓고 쓰지도 않으면서 무슨 예산이 부족하다고 거짓말을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각 부처의 예비비가 9700억 원이 있다. 또 예비비는 2조 4000억 원이 있다"면서 "재난에만 쓰라고 목적이 특정된 예산만 1조 6000억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나머지 예산도 재난 예비비로 재난 용도로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발언에 국민의힘은 발끈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이재명 대표 예비비 4.87조 발언 관련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표의 근시안적인 태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김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2025년 본예산의 예비비는 4조 8000억 원이었으나, 민주당이 2조 4000억 원을 일방 감액해 2조 4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일반 예비비가 8000억 원, 목적 예비비는 1조 600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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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도 재난‧재해복구 즉각가용 예산 현황. [사진=국민의힘] |
일반 예비비는 경제적 위기 대응과 국가 안보 및 치안 유지 용도이고, 목적 예비비는 재난·재해 등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비용이다.
산불 등에 의한 피해는 목적 예비비에서 지출하는데, 민주당은 총 1조 6000억 원 중에서 1조 2000억 원을 고교무상교육 등 사업 소요경비로 지출하도록 확정했다는 것이 김 정책위의장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실제 즉각사용 가능한 목적예비비는 4000억 원 수준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각 부처의 재난재해비 역시 즉각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은 1998억 원에 불과하다며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각 부처 재난재해비 9270억 원 중에서 4170억 원은 지난해 발생한 재해에 대한 재해복구비"라며 "올해 순수하게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510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5100억 원 중에서 농림부와 해수부의 1850억 원은 가뭄과 태풍 등에 사용토록 돼 있다"며 "산림청 예산 1000억 원 중 786억 원은 이미 재선충방재에 집행한 상황이고, 행안부와 환경부가 올해 이미 466억 원의 예산을 집행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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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불재난대응 특별위원회 긴급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3.27 pangbin@newspim.com |
결과적으로 목적예비비 4000억 원과 재난재해비 1998억 원 등 약 6000억 원 규모의 예산만 현재의 산불 피해 복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예산을 사용할 경우 올여름 장마나 태풍 등 예상치 못한 재난·재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응과 복구가 어려워질 수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현재 즉각사용 가능한 6000억 원을 이번 영남지역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해 즉시 집행하도록 하겠다"며 "또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되는 2조 원의 예비비는 이번 산불피해 뿐만 아니라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재난·재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righ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