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서울시극단(단장 고선웅)의 올해 첫 연극 '코믹'이 베일을 벗었다. 쫀득한 말 맛부터 절로 웃음을 자극하는 슬랩스틱까지 두루 소화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28일부터 서울시극단의 '코믹'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대표적인 신체극 연출가 임도완이 카를 발렌틴의 여러 단편을 재구성해 우리 나라의 유머 코드에 맞게 각색을 했다. 프롤로그를 포함해 총 10개의 에피소드를 선보이는 '코믹'에서는 웃음의 의미와 다양한 사투리를 통한 말장난 개그, 슬랩스틱이 난무하는 상화 속에 일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웃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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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코믹' 프레스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배우 김신기, 정은영, 성원, 박경주, 이승우, 구본혁, 정다연, 박신혜까지 8명의 출연진은 퇴장도 없이 100분간 무대 위에서 혼신의 열연을 선보인다. 10개의 에피소드에서 각자 중요한 캐릭터를 맡거나, 양념같은 조연, 코러스를 함께 담당한다. 각 역할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다시 하나가 돼 '코믹'의 웃음과 위로를 살려내는 배우들의 역량이 매 신에서 빛난다.
특히 임도완 연출은 '병원이더래요' '내 안경 어데 있노?' '그거시 우정이랑가?' '극장에 갈 채비' '모자사러 왔습네다' '이혼 법정' '떠넘기기' 등 대부분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둘 이상의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 속 소통의 오류를 지적한다. 용건이 있어 찾아온 환자나 남편, 조문객 등을 대하는 또 다른 인물은 의도적으로, 또는 의도치 않게 그의 말꼬리를 잡으며 시비 아닌 시비를 걸고, 이 장면들은 소소하게 웃음을 유발한다. 이같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임 연출은 에피소드 별로, 또 전체 에피소드들을 관통하는 웃음의 실체를 같은 톤으로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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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코믹' 프레스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우리 나라 지역 곳곳의 사투리를 만날 수 있는 점도 특별하다. 다양한 매체에서 주로 등장해 모두에게 익숙한 경상도 사투리부터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북한, 연변까지 거의 모든 특이한 말투로 구사하는 다양한 한국어 방언을 즐길 수 있다. 원작에서도 다양한 지역 방언이 나오는 점을 감안해 사투리의 폭넓은 사용을 작품에 녹여낸 임 연출의 '말 맛'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공연의 시작과 끝에 출연진이 떼창으로 불러내는 '괜찮다'는 노래에 담긴 메시지도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달래줄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마주하는 일상적인 부조리와 그 안에서 '피식'하고 웃어 넘길 만한 유머 한 조각을 찾아낸다면, '코믹'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우리는 '괜찮다'고 힘껏 위로해주는 대목에서 복잡한 일들에 지친 관객들을 향한 임 연출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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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코믹' 프레스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무엇보다 '코믹'은 이 연극을 보러 오는 이들이 기대하는 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는 작품이다. 깊이 빠져들어 묵직한 메시지를 고민할 필요 없이, 순간적이고 즉각적인 말장난에 실컷 웃을 준비를 하고 온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친구 사이, 부부 관계, 건망증, 소통 오류, 이혼, 영원히 연결되지 않는 ARS 서비스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앉아서 마음을 열고 웃을 수 있는 연극이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