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대전시장 지적에 논란 확산..."대전 정체성 상관없어"
한화 측, 이달 초 시에 허가요구 공문...시 '불허가'에도 강행
시, 설치 후 뒤늦게 파악·철거 요구...한화, 26일까지 철거키로
'착오' 주장에 '63빌딩 조형물'만 실수?...한화팬 "시 재산" 분노
[서울=뉴스핌] 김수진 기자 = 이쯤되면 한화이글스는 대전시가 우스운 것인가. 만만한 것인가.
한화이글스가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 무단으로 63빌딩 조형물을 설치하려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앞서 야구장 이름에 '대전' 패싱 논란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엔 63빌딩 조형 시설물 무단 강행 설치까지 한 한화이글스(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조형물 무단 강행 사실은 24일 대전시 주간업무회의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이에 대해 옳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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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핌] 김수진 기자 = 한화이글스가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 무단 설치하려한 63빌딩 조형물이 철거 가림막에 둘러싸여져 있는 모습. 2025.03.25 nn0416@newspim.com |
<뉴스핌> 취재 결과, 한화이글스 측은 외야 중앙 생활체육시설 옥상에 '63빌딩 조형물'을 설치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이글스 측은 이달 초 대전시 측에 빌딩 모형의 조형물을 설치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공문과 함께 도면도 함께 시 측에 전송됐다.
시에 따르면 공문에는 빌딩모형 조형물이라 쓰여 있어 63빌딩인지 알기 어려웠으나, 함께 보내온 도면을 통해 한화이글스가 63빌딩 조형물을 설치하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시는 해당 조형물의 가격대를 약 8~10억원 가량으로 보고 있다.
시는 조형물의 성격상 대전시와 걸맞지 않다고 판단, 이달 14일 한화이글스 측에 '불허가'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한화이글스 측이 이를 무시하고 조형물을 설치하려 한 것이다.
시는 관련 공무원이 한화이글스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다 시설물이 설치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형물은 대전을 대표하는 명산인 식장산을 한 가운데서 가로 막고 있는 모습이다.
체육시설과 관계자는 "시설물이 설치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17일 한화이글스 측에 철거하라고 통보했고, 한화이글스가 철거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에 지난 21일 철거 요청을 공문으로 보내는 등 공식화했다"고 밝혔다.
24일 현재 조형물은 철거를 위해 가림막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한화이글스 측은 26일까지 철거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한화이글스 측이 단순 착오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우리도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보니 내부 소통 오류로 착오가 생긴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 자신들이 시에 공식적으로 조형물 설치 허가를 받으려 공문을 보내고 시가 이에 불허가 답변을 했음에도, 이를 '단순 착오' '실수'했다는 시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일단 짓고 보자'는 꼼수가 더 컸던 게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한화이글스는 시에 조형물 설치 허가를 구하면서, 상단 사인물에 '한화생명 볼파크'에 '대전'을 삽입하라는 '조건부 허가'는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주고받은 공문 중 일부만 실수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뉴스핌>은 한화이글스 관계자에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바쁘다"며 답변을 피했다.
소식을 접한 대전 야구팬들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대전시민의 세금을 투입한 시설물을 한화이글스가 제 멋대로 사용하는 건 문제라는 따끔한 지적이 일고 있다.
한화이글스 팬인 중구 거주 20대 A씨는 "대전 야구장에 '대전' 이름 병기 문제로 떠들썩 했던 게 얼마 되지 않지 않았느냐"며 "대전과 관계없는 63빌딩 조형물을 왜 세우려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50대 팬 B씨는 "차라리 꿈돌이 조형물을 세우는게 낫지 않나"며 "대전 시민 세금으로 지어진 대전 야구장(대전 한화생명 볼 파크)을 자신들 멋대로 할거면 차라리 본인들이 돈 들여서 짓지 그랬느냐, 대전시민과 프로야구 팬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nn041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