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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지원' 빠진 출산·군 크레딧 제도…정부, 미래 세대 부담 '나몰라'

기사입력 : 2025년03월21일 11:29

최종수정 : 2025년03월21일 15:36

출산크레딧 첫째아부터 1년 산입
군 복무 크레딧, 6개월→1년 확대
사후 지원…2070년부터 재정 메꿔
산입 기간 짧아…여야정, 생색 내기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국민연금 개혁이 18년 만에 이뤄졌지만 출산 크레딧 사유 발생 시점에 재정을 지원하는 '사전 지원'이 제외돼 혜택의 반작용이 미래세대에 넘겨질 전망이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 조정 등이 담긴 연금개혁안이 2007년 2차 개혁 이후 18년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연금개혁안에 따르면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현행 9%에서 매년 0.5%포인트(p)씩 단계적으로 8년간 올라 13%로 인상된다. 명목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40%(2028년 기준)에서 43%로 상향 조정된다.

아울러 연금개혁안에는 지급 보장 명문화도 포함돼 있다. 기금 보장 명문화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국가의 연금 급여 지급 근거를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복지부는 국가의 연금 급여 지급을 보장하고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도록 개정해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출산크레딧 제도와 군 복무 크레딧 제도다. 출산크레딧 제도의 현행 제도는 둘째아는 12개월, 셋째아부터 18개월씩 추가 가입 기간을 인정하는데 내년부터는 첫째아를 출산해도 12개월을 추가 가입기간으로 산입된다. 최대 50개월까지만 인정하는 상한 규정도 폐지됐다. 군 복무 크레딧 역시 현재 6개월의 인정 기간을 최대 12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크레딧 사유 발생 시점에 지원하는 사전 지원이 제외된 부분을 비판했다. 사후 방식으로 적용하면 그 빚을 미래세대가 지게 된다는 것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거대 양당의 연금 개혁 졸속 합의"라며 "출산과 군 복무 등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부여하는 크레딧 강화는 매우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크레딧 사유 발생 시점에 지원하는 사전지원이 제외돼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 명분 중 하나가 미래세대 부담을 덜겠다는 것인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획재정부가 돈 주기 싫으니까 비용이 드는 것은 뒤로 밀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 복무 크레딧이 내년부터 적용될 경우 크레딧 효과는 2070년부터 나타난다. 크레딧 제도를 적용받기 시작하는 2005년생이 수급 개시 연령에 도달하는 시기가 2070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지만 2070년 이후부터 수급권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정부 재정으로 메꿔야 한다는 얘기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대표도 "정부 크레딧 재정 지원이 현재와 같이 연금수급이 이루어지는 사후 시점으로 남겨진 것은 큰 한계"라며 "정부가 연금크레딧을 제공한다고 생색내지만, 실제 재정 부담은 가입자들이 은퇴하는 미래로 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금크레딧 국고 지원은 반드시 사전에 이뤄지도록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국민연금공단] 2025.03.21 sdk1991@newspim.com

짧은 산입 기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둘째아부터 적용하는 비정상적인 제도를 첫째아부터 적용하도록 정상화하는 것에 불과한데 정부가 이를 큰 혜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생색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군 크레딧의 경우 군 복무 전체 기간에 대해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복무에 크레딧 제도를 적용하는 취지는 사회적 공헌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기간을 전체 기간에 적용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출산크레딧제도의 경우 둘째아부터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며 "산입 기간도 한국은 1년 적용하기로 했지만, 해외 나라들은 3년씩 적용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보험료 기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 보다 더 관대하게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출산크레딧 수급자가 대부분 남성인 구조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출산크레딧 수급자 5981명 중 남성은 5849명(97.8%)이다. 여성은 132명인 2.2%에 불과하다.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직장 생활을 상대적으로 오래 해 남성이 받는 편이 가족 전체 연금 수급액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출산 크레딧 제도는 연금액을 늘려주는 취지가 아니라 출산이라는 가치 있는 행위에 대해 보상하는 측면"이라며 "산입 기간은 2년으로 늘리고 1년은 여성, 1년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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