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정부, 위기 때마다 개방 선택해 와"
"높은 관세가 성장 저해...인하하면 일자리 창출 등에 도움"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관세 전쟁으로 인도가 개방 확대와 보호주의 사이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고 영국 BBC 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는 1991년 재정 위기 당시 자유화를 받아들였을 때처럼 어려운 시기에 경제 개혁에 돌입했었다"며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세계 5위 경제 대국에 있어 보호주의에서 탈피해 경제를 더욱 개방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인도의 평균 관세율은 12%에 달하며 미국(2.2%)과 중국(3%)·일본(1.7%)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트럼프는 인도를 "관세의 왕"이자 "무역에 있어 매우 큰 악당"이라 부르며 상호 관세를 통해 불균형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해 왔다.
매체에 따르면, 다수 경제학자들은 지난 10년 간의 보호무역 정책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효과를 약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메이크 인 인디아가 섬유 등 노동 집약적인 부문보다 자본 및 기술집약적인 산업을 우선시하면서 제조업 및 수출 촉진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 중앙은행(RBI) 부총재를 역임한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비랄 아차리아 경제학 교수는 "높은 관세는 여러 인도 산업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조장하여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며 "인도의 산업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상품 무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보호주의적인 관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뭄바이 소재 싱크탱크인 인디라 간디 개발 연구소의 라제슈와리 센굽타 교수 또한 "인도는 수출을 늘려야 한다. 보복 관세 전쟁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방대한 수출 기반 덕분에 이 전략(보복 관세)을 감당할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낮은 인도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관세 인하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줘 인도의 오랜 고민거리인 높은 실업률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인도 고용은 농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농업은 인도 고용의 약 40%를 담당하고 있다.
매체는 "이러한 상황은 극도로 낮은 생산성을 반영한다"며 "인도의 직면 과제는 이미 전체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부족한 비숙련 노동자를 흡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굽타 교수는 "노동력의 대부분은 여전히 교육을 받지 못하고 저취업 상태이며, 건설 부문 등의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며 "매년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수백만 명에게 의미 있는 고용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수출을 늘려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BBC는 보호무역주의적인 입장으로 비판받아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가 그간의 입장에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지난달 초 위스키·고급 오토바이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일방적으로 인하하며 "우리는 보호주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피유시 고얄 상공부 장관은 수출업체들에 "보호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대담하게 행동하고 세상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는 또한 영국·뉴질랜드·유럽연합(EU)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인도 국내 통신 대기업 릴라이언스 지오와 바라티 에어텔이 트럼프 동맹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인도 위성 인터넷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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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두(百度)] |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