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수처 해체·진상규명 국정조사 등 총공세
법조계 "공수처에서 문제 시작…비난 피하기 어려워"
'수사·기소 대상 불일치' 문제도 지적…"교통정리 필요"
[서울=뉴스핌] 김지나 홍석희 이성화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된 것을 숨기고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했다는 논란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수처는 영장기각과 관련된 국회 측 질문에 직원 실수로 잘못 답변했다고 자인하면서도 의도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올 중대한 사안에 공수처가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에선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공수처는 서울중앙지법 영장기각 은폐 의혹과 관련해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국회 답변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12·3 비상계엄 사건 관련 압수수색영장, 통신영장 등을 중앙지법에 청구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의 서면 질의에 '윤 대통령 영장을 중앙지법에 청구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했다가, 두번째 답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으로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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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02.25 pangbin@newspim.com |
하지만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 통신영장 및 윤 대통령 등 5인을 피의자로 기재한 압수수색 영장을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던 사실을 확인하면서 공수처가 국회에 거짓으로 답변했단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측은 지난 21일 윤 대통령에 대한 통신영장 청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압수수색영장의 경우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것은 맞지만 압수수색 대상은 아니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진 25일 언론브리핑에서 공수처 측은 당시 상황에 대해 "비상계엄 TF를 꾸려서 시작하는 단계였고, 수사 기획관이 공석인 상태였다"면서 "검사도 비상계엄 TF를 수사하던 중 문서 작성을 확인했고, 파견을 온 직원이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워낙 인원이 부족해 여의치 않았고, 국회 전달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고의로 그럴 이유는 없고 기록이란 게 사건을 넘기면 넘어가는데 나중에 밝혀질 일을 거짓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수처 실수 인정에 정치적 공세…"비난 피하기 어려워"
문제는 이 같은 실수가 공수처의 고의성 여부를 떠나 법적 문제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및 구속취소 소송 등과 맞물려 정치적 공세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영장을 보면 미리 부동문자로 인쇄된 부분, 양식에 '재청구의 경우 사유 및 취지'를 기재하는 란이 있는데 재청구 취지와 이유를 안 썼다면 허위공문서"라며 "허위공문서작성행사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되기도 하고, 국회에서 증언할 때 그렇게 청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면 위증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수는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검찰에 이첩한 이후에는 중앙지법이 구속기간 연장을 기각했다"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과정 전체를 상당히 혼란스럽게 했는데 결국 공수처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으론 윤석열 대통령 측과 여당 국민의힘에선 이 사안과 관련해 공수처가 판사 성향을 파악해 영장 발부에 유리한 법원을 골랐다면서 공수처가 '영장쇼핑'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답변이 허위라며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 차정현 부장검사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더불어 국민의힘은 공수처에 대한 해체와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공수처 허점·한계 드러나…"수사·기소 대상 불일치 교통정리 필요"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관련 공수처의 대응 모습을 통해 공수처가 그동안 안고 있던 허점과 한계들이 수면위로 올라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수처는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을 통해 2021년 1월 출범했다. 출범 5년차가 된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한 차례 실패한 다음 경찰 주도로 체포에 성공하며 수사 절차상 문제점이 불거졌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전원 교수는 "공수처가 이번 사건 이전 구속영장이나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고민을 했을거고 (서부지법으로) 영장 쇼핑을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수처가 출범 이래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 확보에 성공한 사례는 비상계엄 관련자인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처음이다. 그동안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장, 감사원과 경찰 간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중앙지법에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가 대통령을 수사하고도 기소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대통령·장관·국회의원·장성급 장교 등 고위 공무원을 수사할 수 있으나, 기소 가능한 대상은 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관으로 제한돼 있다.
결국 공수처는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사건을 송부했으나, 법원이 검찰의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실질적 조사는 공수처에서도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도 추가 조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소 수순을 밟았다.
이에 대해 이창현 교수는 "차라리 공수처가 수사할수 있는 사건은 공수처에서 기소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 산정 문제가 중요한데 그 부분이 지금 혼란스러워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검찰도 사건을 송부 받자마자 하루 만에 (법원에)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수사 범위와 기소 범위를 일치시키면 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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