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매입, 전세보증금 확보-분양전환 가능해야
1억원+전세보증금 뺀 매입가격 차액 LH가 부담
미분양매입시기 늦어질 우려…지방 군소건설사 도산 위기 올 수도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지방의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나서기로 결정한 가운데 매입 조건은 전세보증금이 일정 규모 이상이며 분양전환이 손쉬운 사업성 높은 주택이 될 전망이다.
더 어려운 사정의 건설사나 매입가격이 낮은 주택이 아닌 되팔기 쉬운 주택을 매입한다는 게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입지나 브랜드 등이 매입의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와 LH 등에 따르면 올해 시작할 지방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대한 기준은 분양전환이 가능한 사업성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정책자금을 활용하는데 사업성이 떨어지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수는 없다"며 "향후 분양전환에 유리한 미분양주택 위주로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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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매입키로 한 지방 준공후 미분양 주택의 매입기준은 전세보증금 확보와 분양전환이 가능한 주택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 경제부총리가 지방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기획재정부] |
정부의 '지방건설경기 보완방안'에 따른 지방 준공후 미분양 매입 가구수는 3000가구다. 이를 위해 정부는 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매입한 주택을 최근 도입한 전세임대주택 '든든전세'로 활용할 예정이다.
든든전세는 서울시 장기전세나 LH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6년 후 분양전환이 되는 물량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자금을 조기 회수하기 위해선 분양성이 있는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매입기준도 분양성이 높은 미분양주택이 1순위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와 LH는 위원회를 꾸려 지방의 주택보급률과 분양현황 등을 면밀히 살핀 뒤 매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국토부와 위원회를 구성해 매입 대상 미분양 주택을 먼저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분양 전환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매물부터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격 기준은 큰 의미는 없을 전망이다. 설령 분양성이 낮은 미분양 주택을 해당 건설사가 분양가의 70% 이하 가격에 내놓는다고 해도 분양성이 낮다면 매입하지 않는다는 게 LH의 방침이다. 건설사의 사업실패까지 정부가 도와줄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렇게 되면 지방 소재 군소 건설사의 경우 도산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이들 군소 건설사들은 미분양 주택 몇 채를 해소하지 못해 도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금융위기 당시 2008년부터 3년간 LH가 매입했던 미분양주택 7058가구 가운데 절반 가량이 분양전환에 실패했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국토부로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세주택으로 공급된 전용면적 60~85㎡ 미분양 물량 6000여 가구 가운데 3000여 가구 이상이 문재인 정부시기 집값 급등기를 포함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분양전환 되지 않아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다.
LH 관계자는 "매입 기준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사들인 미분양물량이 또다시 장기간 분양전환 되지 않는다면 이는 정책 실패로 볼 수 있는 만큼 좀더 신중한 매입기준을 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LH 자금의 과다 투입을 피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정부는 3000가구 매입을 위해 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가구당 매입 자금으로 1억원을 사용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LH 자금을 투입해야한다. 물론 부산, 광주, 대구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 주변 전세시세가 높은 만큼 일정규모 이상 금액을 보증금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시나 군 단위 미분양주택은 전세보증금과 1억원을 합친 금액이 매입가격에 못미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차액은 고스란히 LH 자금을 투입해야한다.
15년 전인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매입 때 7058가구를 매입하기 위해 실제 투입된 금액은 8520억원으로 가구당 1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분양가가 크게 오른 만큼 실제 매입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 공공주택 공급을 병행해야하는 만큼 LH는 사업자금을 최대한 보존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전세보증금도 어느 정도 확보 가능한 대도시 지역의 미분양 주택 중심으로 매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와 함께 매입되는 미분양 주택은 대부분 전용면적 85㎡규모(약 32평형)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기 당시 LH가 매입했던 미분양주택 7058가구 가운데 전용 60~85㎡ 주택은 5941가구며 전용 60㎡미만 소형주택은 1117가구였다. 전용 60~85㎡ 주택은 분양전환형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전용 60㎡미만은 분양전환이 불가능한 국민임대주택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민임대는 주택도시기금 외 재정이 일부 투입되는데다 영구적인 임대주택으로 사용해야한다. 이에 따라 제도적으로 LH나 국토부가 관리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게다가 국토부가 이번 지방건설경기 보완 대책 발표시 매입 주택을 6년후 분양 전환되는 든든전세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힌 만큼 대부분의 주택은 최소 전용 59㎡(약 24평형)가 될 전망이며 실제로는 국민주택 규모인 84㎡가 상당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매입 비용은 더 늘어나지만 그만큼 전세보증금도 올려 받을 수 있다.
다만 미분양 매입이 시작되는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정부는 매입 시기에 대해 못 박지 않았으며 아직 국토부와 LH의 초기 협상 단계인 만큼 자칫 상반기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당장 급한 지방 건설경기 위기를 방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H 관계자는 "현재 정부와 논의 중이며 조만간 위원회를 설치해 매입기준과 가격 방향성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시기를 특정할 순 없지만 신속히 시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