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국민의힘 내에서 '조기 대선' 눈치 게임이 한창이다. 조기대선을 금기어 취급하던 보수 대권주자들도 하나 둘 출마에 시동을 걸고 있다.
가장 먼저 출마 의지를 드러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9일 국회 근처에서 당 출입기자들과 '번개 오찬'을 가졌다. 홍 시장 측은 '확대 해석을 자제 해달라'고 했으나, 당 안팎에선 그가 접촉면 확장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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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인 정치부 기자 |
여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국회 방문 횟수를 늘리고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주 토론회를 진행했는데, 여당 의원이 50명 가까이 참석하며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한다는 평까지 나왔다.
이렇다 보니 보좌진들의 이목도 조기 대선에 쏠려있다. 식사 자리마다 '어느 캠프에 가고 싶다', '어느 캠프에서 곧 연락이 올 것 같다' 등 '캠프 파견' 내용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다만 여권의 대권 행보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중도층 확장'은 요원하다. 2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주 중도층에서 5%포인트(국민의힘 32%, 민주당 37%) 격차였던 양당 지지율은 이날 20%포인트(국민의힘 22%, 민주당 42%) 차이로 크게 벌어졌다.
이 같은 이유로는 대통령 측 주장에 반하는 검찰 조서 내용과 증언의 공개, 명태균 이슈 재점화 등이 꼽힌다. 이에 더해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갈팡질팡하는 당내 분위기도 원인 중 하나로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국민의힘은 아직 탄핵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비상계엄은 분명히 잘못된 조치였다"고 하면서도 "(계엄 당시)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도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혼란스럽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두고도 딱히 이렇다 할 입장이 보이지 않는다. 당 지도부는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한 적 없다"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공정성 지적 등 꾸준한 공세로 지지층 마음 달래기에 힘쓰는 모습이다.
최근 중도를 자처하는 취재원과 지인들은 모두 여권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정권 교체'가 아닌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길 원한다면 여권은 지금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눈치 게임과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닌 확실한 방향성과 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allpas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