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11년 만의 최대...부동산 시장 침체 심화
"법인 투자자 유도·세제 혜택 대상 범위 확대해야"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며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대출규제 여파와 탄핵정국 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며 매매 거래가 급감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등 대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실적으로 수요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취득세, 양도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뒷받침돼야 된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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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며 부동산 침체기가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방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핌DB] |
◆ 악성 미분양 11년 만의 최대...부동산 시장 침체 심화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가 상승세와 탄핵정국에 따른 매수 관망세가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당분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사가 마무리된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약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악성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은 2만1480가구로 전년 동기(1만 857가구) 대비 97.8% 증가했다. 2013년 12월(2만1751가구) 이후 11년 만에 최대 규모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2만 가구를 넘어선 것도 2014년 7월(2만 312가구) 이후 10년 5개월 만이다.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눠보면 각각 4251가구, 1만7229가구다. 수도권 가운데선 경기가 2072가구로 악성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다. 다만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으로 전년 동기(617가구) 대비 150.6% 증가한 1546가구를 기록했다.
지방에서 가장 많은 악성 미분양이 발생한 곳은 대구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2674가구다. 전년 동기(1044가구) 대비 156.1% 증가했다. 가장 증가폭이 큰 곳은 울산으로 전년 동기(187가구) 대비 446% 증가한 1021가구다.
부동산경기 침체, 매수심리 위축,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지속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특히 지방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의 악성 미분양 해소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실상 큰 효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가격이 높아 대출 영향이 큰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평균 주택가격이 낮아 이미 대출 규제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이다.
◆ "법인 투자자 유도·세제 혜택 대상 범위 확대해야"
실제 전문가들은 한시적 DSR 완화가 지방 미분양 해소에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은 집값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만큼 대출규제를 완화한다 하더라도 실수요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사비가 올라 지방도 분양가는 비싸지만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지방은 집값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은데 대출규제를 완화한다 하더라도 개인이 집을 사는 경우가 크게 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로 묶어놓은 법인 투자자들을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예전처럼 임대사업자들이 다수의 집을 사들여 임대를 놓는 방향으로 해소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미 지방의 경우 인구 감소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를 한층 강화했다. 지방은 수도권 대비 인구가 적고 감소세도 뚜렷해, 해당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올해부터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내 주택을 새로 구입하면 재산세·양도세·종부세를 매길 때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한다. 전용면적 85㎡ 이하, 취득가액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대상이다.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공시가격 4억원 이하 주택을 살 경우 취득세를 최대 50% 깎아준다.
다만 인구 감소지역으로 한정해 세제 혜택을 주기 보단 적용 범위를 확대해여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멸 도시나 인구 감소도시는 엄밀히 따져봤을 때 미분양이 없고 오히려 울산이나 대구, 부산 등 광역시에 있다"면서 "지역을 한정하지 말고 수도권을 벗어나는 지방권으로 세제혜택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