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전 시작된 상승장이 계속 이어지며 4개월여만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질주한 뒤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0.27포인트(0.05%) 내린 530.07로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지난 7거래일 동안 4.34% 급등한 뒤 이날 미세한 내림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날 사상 처음으로 돌파한 530선을 지켰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6.60포인트(0.08%) 하락한 2만1394.93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62.85포인트(0.73%) 내린 8502.35로 마감했다.
반면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35.01포인트(0.44%) 오른 7927.62로,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87.88포인트(0.24%) 상승한 3만6200.72에 장을 마쳤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8.90포인트(0.07%) 떨어진 1만1982.60으로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은 당초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역설적으로 유럽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중국을 비롯해 유럽과 멕시코, 캐나다 등을 상대로 폭풍과도 같은 강력한 관세·무역 폭탄을 쏟아부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그가 미국 경제를 성장으로 이끌고 금리·유가 등을 끌어내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모멘텀을 제공했다.
무역 전쟁이 터질 경우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유럽은 수혜를 받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관세·무역 정책의 실체가 아직 본격적인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경계심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 내부로 눈을 돌리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곧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트레이더들은 영란은행이 다음달 6일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이 81%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는 오랜만에 희소식을 전했다.
S&P글로벌과 함부르크상업은행(HCOB)이 내놓은 독일의 1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잠정치)는 50.1을 기록해 전달 48.0보다 2.1포인트 올랐다.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예상치 48.2를 훌쩍 상회했다. 이 수치가 성장과 위축을 가르는 50을 넘은 것은 작년 6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HCO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이러스 드 라 루비아는 "이번 PMI 지표는 독일이 지난 2년 간의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3% 낮췄다고 보도했다. 2026년 전망치는 1.6%에서 1% 안팎으로 내렸다고 했다. 독일 정부는 이 같은 보도에 논평을 거부했다.
프랑스의 1월 종합 PMI도 48.3을 기록해 전달 47.5보다 소폭 상승했다. 다만 서비스 부문 PMI는 전달 49.3에서 이번달 48.9로 하락했다.
특징주로는 영국의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작년 9~12월 매출이 시장·전문가들의 예상(-12%)과 달리 4% 감소에 그쳤다는 발표와 함께 9.62% 급등했다.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는 새로운 비만 치료약물 아미크레틴이 비만 환자의 체중을 22%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개한 후 7.13%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