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강화...디지털 부유층과 초고액자산가 공략
퇴직연금 시장 선점 주력...1000조원 시대 대비
내부통제 강화...금융사고 예방과 책임 명확화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2025년을 준비하며 조직개편에 나섰다. 이번 개편의 핵심 키워드는 리테일과 퇴직연금, 내부통제 강화다. 초고액자산가 대상 서비스 확대와 가파르게 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며 동시에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리테일 사업 강화를 위해 '리테일혁신추진부'를 신설했다. 이는 디지털부유층 공략과 디지털 채널의 분화·발전을 위한 조직 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기존 디지털전략본부는 '그로스(Growth)그룹'으로 변경해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기반 성장을 추진하며 리테일지원본부는 '리테일 어드바이저리본부'로 명칭을 바꾸고 전문 자문서비스 제공을 확대했다.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미래에셋증권은 초고액자산가 전담 조직인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Private Wealth Management)' 부문을 신설했다. 이 부문은 초고액 자산가(UHNW) 대상 자산 관리와 WM 글로벌 자산 배분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 PWM 부문 산하에는 패밀리오피스센터를 편제했다. 또한 투자전략 부문 산하에 'Wealth Tech 본부'를 신설해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했다.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부문을 신성장 축으로 삼고 리테일본부를 리테일부문으로 격상했다. 초고액자산가를 겨냥한 '프라이빗투자은행(PIB)센터'와 '리테일전략담당'을 신설하며 이경수 전 리서치센터장을 리테일부문장으로 임명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타 부문에서 축적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리테일 부문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은 가파르게 성장 중인 퇴직연금 시장 선점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00조원을 넘어섰으며, 10년 내에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0월31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도입으로 인해 은행보다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적립금 기준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연금 사업을 기존 연금 1·2부문을 4개 파트(연금 혁신 부문, 연금 RM1 부문, 연금 RM2부문, 연금 RM3 부문)로 확대 개편했다. 2위인 현대차증권도 리테일본부 아래 연금 사업실을 신설했다. 현대차증권은 계열사의 물량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데,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의 약 78%가 자사 계열사다.
그외에 한국투자증권도 기존 퇴직연금본부를 퇴직연금 1·2본부와 퇴직연금 운영 본부로 확대하고 연금영업부도 5개에서 8개로 늘렸으며, KB증권은 연금 영업 기능과 비대면 연금 자산관리 대응 강화를 위해 연금자산관리센터를 신설했다.
내부통제 강화는 지속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과정에서 13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한 사고는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12월 초 긴급 간담회를 열고 내부통제 강화를 촉구하며, 2025년부터 'CEO 레터' 제도를 도입해 현안 발생 시 CEO와 직접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업계 최초로 '책무구조도' 도입을 발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2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업무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당국이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금융사 임원 개개인의 업무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7월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되지만 신한투자증권은 대규모 금융사고를 겪으면서 선제적인 준비에 나섰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새해에는 초고액자산가 대상 자산 관리와 빠르게 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에도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