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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흐·마티스 작업실에 초대받은 남경민,환상같은 미궁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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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작업실 시리즈로 유명한 화가 남경민, 청담동 갤러리라루나에서 작품전
-'초대받은 N:내면의 풍경으로'전,25년 1월25일까지‥온라인 VR전시도 눈길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여기 반 고흐, 마티스의 작업실로 초대받은 작가가 있다. 바로 한국의 화가 남경민(Nam,Kyung Min)이다.

남경민은 세계 미술사에서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열어젖힌 거장의 작업실을 자신의 그림 속에 끌어들여 하나로 융합하고, 투영시킨다. 선배 화가들의 공간과 풍경, 그리고 그 속에 숨쉬었을 인간의 영혼을 한 화면에 솜씨좋게 병치시키거나 변주해온 그가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남경민 '사유의 풍경을 거닐다' 2024, Oil on linen, 110x162cm. [이미지제공=갤러리 라루나] 2024.12.16 art29@newspim.com

남경민은 서울 청담동의 갤러리 라루나(대표 김정은)에서 '초대받은 N:내면의 풍경으로'라는 타이틀로 작품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작가는 최근 제작한 신작과 근작, 그리고 대표작 등 총 22점으로 갤러리 라루나의 4개층을 채웠다. 갤러리 라루나는 인천국제공항 등을 설계한 글로벌 건축기업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운영하는 현대미술 전시관이다. 루나(Luna)는 '달'을 뜻하는 용어로, 희림의 심볼이기도 하다.

남경민은 반 고흐, 피카소, 세잔, 호크니 등 전지구인이 흠모하는 아티스트들의 작업실을 그렸다. 비단 서양 예술가 뿐만이 아니다. 단원 김홍도, 신사임당, 표암 강세황 등 조선시대 거장들의 작업실도 화폭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같은 작업을 위해 남경민은 작가들의 작업실과 관련한 자료들을 꾸준히 수집해왔다. 거장들이 남긴 작품 속 공간을 탐구하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용하거나 재구성해 거장의 작업실과 작가 자신이 만든 상징공간을 하나의 층위로 오버랩시킨다. 그런데 그 포개짐은 너무나 유려하고 매끄러워 관객은 거장의 작업실과 작가의 관념적 공간을 구분하기 어렵다. 마치 씨줄, 날줄처럼 색색의 서로 다른 실이 교차하며 하나의 아름다운 직물처럼 직조된 듯하다.

이처럼 창작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은 남경민의 남다른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한다. 거울에 비친 실내, 창문 너머의 정원, 그리고 작품 속에 걸린 거장의 크고 작은 작품들을 통해 그의 화폭은 무한히 확장한다. 그리곤 마침내 회화적 미궁 속으로 스르륵 빠져든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남경민, 마티스의 여인들, 초대받은 N. 2024.캔버스에 오일. 97x130cm [이미지제공=갤러리 라루나] 2024.12.16 art29@newspim.com

남경민의 화폭에 등장하는 서로 다른 풍경과 거울 속에 투영된 실내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든다. 그가 재구성한 실내풍경에는 영혼의 흐름을 상징하는 나비와 시간의 유한함을 은유하는 해골과 모래시계, 그리고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유리병 속 날개 등이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무시로 등장한다. 

그가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 공개하는 신작 '마티스의 여인들, 초대받은 N'(2024)을 보자. 차분한 우드톤의 실내 중앙에는 마티스의 대표작의 하나인 '연주하는 여인들'이 걸려 있다. 그 앞으로 흰 테이블보가 깔린 식탁이 보인다. 어두운 실내와는 대조적으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빛은 벽면과 식탁에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조성한다.

이 작품에서 남경민은 기존의 밝고 화려한 색감 대신, 묵직하고 고즈넉한 색감을 택했다. 공간에도 간단한 오브제먼울 배치해 과거보다 한결 정돈된 면모를 보여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다 깊어진 화폭 속에 오로지 강한 빛이 어둠의 적막을 깨고, 거장의 존재를 오롯이 알리고 있다. 식탁 위 촛대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는 마티스를, 그리고 공간 곳곳에 차분히 내려앉은 나비는 마티스와 관객을 이어주는 메신저이자, 초대받은 작가 자신(N)을 은유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남경민 '고흐의 아를르 침실'. 2024. 린넨에 오일. 97x130cm [이미지제공=갤러리 라루나] 2024.12.25 art29@newspim.com

'고흐의 아를르 침실'(2024)은 반 고흐의 원작 '아를르의 침실'을 새롭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반 고흐는 동료인 고갱과 함께 창작생활을 하기 위해 남불 아를르에 작은 방을 마련하고, 그 공간을 그렸다. 이 작품을 오마주하며 남경민은 2007년 처음 동명의 그림을 선보였는데, 이번에 다시 '아를르의 침실'에 재도전했다.

예술적 동지인 고갱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설레이는 마음을 반 고흐는 두개의 의자와 두개의 베개로 표현했다. 하지만 창밖으로 펼쳐진 쓸쓸한 겨울풍경은 고갱과의 불화로 인한 절망, 귀를 자르며 절규하는 슬픔을 예고한다. 그런데 남경민은 거장의 고통과 상실감을 이번에는 고요로운 실내풍경으로 차분히 어루만지고 있다. 비록 작품 속에 인물은 등장하지 않지만 남경민의 화폭은 외로운 영혼이 맴도는 듯 미묘한 공기로 가득차 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햇빛과 식탁 위 활짝 핀 해바라기가 있는 '고흐의 방 4'(2024)는 이번 출품작 중 남경민의 가장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고흐의 방은 남경민이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그린 그림이다. 이번에 네 번째의 '고흐의 방'은 종전 작품보다 어둡고, 심심할 정도로 간결하다. 많은 것을 덜어내면서 화폭에는 오히려 참신함과 긴장감이 감돈다.

검은 문 틈 사이로 보이는 내밀한 실내를 단순하게 그린 이 작품은 반 고흐의 영혼과 남경민의 영혼이 시공을 초월해 만나는 작품이다. 식탁과 벽장만 있는 텅 빈 작업실은 반 고흐의 아를르에서의 격렬한 투혼을 은유한다. 반 고흐는 아를르에서 생애 중 가장 많은 작품을 폭발하듯 그려내며 불꽃같은 시기를 구가했다.

식탁 모서리에 놓인 잘려진 날개는 '이루지 못한 이상'을 은유한다. 낡은 블루셔츠 한 점만이 쓸쓸하게 걸린 외로운 실내에서 흐드러지게 핀 해바라기는 반 고흐의 눈부셨던 예술혼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생전에 조명받지 못한채 외롭게 절규하며 생을 마감한 선배에게 헌정하는, 남경민의 간절하고 경건한 오마주적 작품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남경민 '반 고흐의 방 4'. 2024. 린넨에 오일. 117x 91cm [이미지 제공=갤러리 라루나] 2024.12.16 art29@newspim.com

'세 개의 풍경:내면의 풍경을 거닐다'(2024)는 출품작 중 조금 궤를 달리 하는 작품이다. 창착작업을 하며 희열감과 고통을 수시로 넘나드는 작가의 내면세계가 응축된 신작이다. 오른쪽 실내공간에는 천국과 지옥을 그린 작품이 나란히 걸려있다. 창밖으로부터는 부드러운 빛이 깊숙히 들어온다. 통창 밖 녹색의 정원과 나무들이 싱그럽고 온화하다. 창문 너머로는 작은 건물이 보이고, 건물 안에 포개지듯 또다른 정원풍경이 그려져 있다. 작가는 창작자인 자신에게 늘 무한한 영감을 주는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이번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남경민은 시원한 수영장 풍경도 그렸다. '사유의 풍경을 거닐다'(2024)에서 작가는 수영장이 있는 정원의 밤풍경에 도전했다. 밤 산책이라도 나온 걸까? 남경민은 스스로에게 각별히 소중한 시간인 밤의 호젓함을 즐기면서, 평화로운 밤 정원에서 내면을 깊이 돌아보며 자신만의 온전한 유토피아를 느낀다. 그 소중한 시간을 축복이라도 하듯 하이얀 나비들이 은하수처럼 쏟아지며 하늘을 유영하고 있다. 절대고독의 시간을 오히려 감사히 받아들이는 작가의 충만한 내면이 한편의 판타지 영화처럼 표현된 작품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남경민 '세 개의 풍경, 내면의 풍경을 거닐다'. 2024. 린넨에 오일 112x145cm [이미지 제공=갤러리 라루나] 2024.12.16 art29@newspim.com

남경민은 "대학원 졸업 후 작가로서 창작생활을 25년간 지속해오며 예술가의 삶이 녹록치 않음을 여러 번 절감했다. 작업이 잘 될 때는 천국이지만 뜻한대로 안 될 때는 지옥 그 자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셈인데 어찌 작가만 그러겠는가"라며 "근래에 완성한 '세 개의 풍경:사유의 풍경을 거닐다'는 자연과 실내 풍경이 이어지는 작품으로, 화가 보스의 지옥그림과 내면의 천국을 상징하는 천사그림을 나란히 병치시켰다. 매일 매일 천국과 지옥를 오가는 예술가인 나의 내면풍경을 진솔하면서도 유기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한편 갤러리 라루나의 남경민 작품전은 청담동 갤러리에서의 오프라인 전시 외에도, 웹사이트의 온라인 가상전시도 볼만 하다. 라루나의 메타버스 전시는 희림이 갈고닦은 최고 수준의 VR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컨텐츠가 제작돼 실제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 이상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관람객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전시에 접속할 수 있고, VR 전시관 내에서 도슨트의 해설을 따라가며 업로드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관람객이 작품을 자신의 공간에 배치해보는 기능도 있어 인터렉티브한 예술체험도 가능하다. 갤러리 라루나의 온라인 전시관은 한국 미술가의 역량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K아트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

이번 남경민 작가 개인전의 VR 전시관은 작품에 등장하는 '정원'을 모티브로 설계돼, 총 5개의 전시실과 1개의 미디어실을 돌아보도록 짜여졌다.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환상적인 예술세계가 가상전시에서도 밀도있게 구현돼 흥미를 더한다.

◆작가 남경민은?=덕성여자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2006년 송은미술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199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5년 갤러리현대, 2006년 이화익갤러리, 2010년 갤러리현대, 2014년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남경민의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동부지방법원 신청사, 아모레퍼시픽미술관, BMW그룹, 송은문화재단, 영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2025년 1월25일까지. 무료관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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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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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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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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